2019.07.20(토)

전체기사

문제는 법인세가 아니다 [thebell desk]

최명용 기자공개 2017-12-29 09:06:05

이 기사는 2017년 12월 27일 08: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인세 인상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미국은 법인세를 내리는 데 한국은 거꾸로 법인세를 올려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최고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파격적으로 낮췄다. 한국은 최고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법인세율 역전현상이 나타나 한국에선 투자 위축과 고용 축소가 나타날 것이란 주장이다.

정작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무덤덤하다. 기업인들 사이에선 법인세 얘기는 그리 많지 않다. 따져보면 법인세가 그리 부담되는 수준도 아니다.

국회를 통과한 세법개정안은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구간에 해당하는 초대기업에게 최고세율 25%를 매기도록 했다. 이 구간에 해당하는 기업은 약 90개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하이닉스·LG전자 등이다.

삼성전자가 올 3분기까지 올린 매출액은 173조원, 영업이익은 38조원(연결) 규모였다. 현대자동차도 매출 71조원에 영업이익 3조8000억원을 거뒀다. SK하이닉스는 매출 21조원에 영업이익 9조원을, LG전자는 매출 44조원에 영업이익 2조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은 이미 막대한 법인세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 9조5590억 원의 법인세 비용을 지출했다. 현대차는 7639억원, SK하이닉스는 1조8590억원, LG전자는 6631억원의 법인세 비용(3분기 누적)을 부담했다. 수조~수십조 원의 이익을 거둔 상황에서 이익 대비 3%p 추가 부담은 감내할 수준이다. 물론 부담이 아니란 얘긴 아니다.

기업들은 법인세보다 준조세가 더 부담이란 얘기를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들이 각종 재단에 뜯긴 돈이 대표적인 '준조세'였다. 청와대가 좋은 일에 쓰겠다며 기업들에게 갹출을 요구하면 이에 따르지 않은 기업은 없다. 뇌물이라고 옭아 맸지만 준조세로 보는 게 타당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준조세는 여전하다. 통신사들은 여전히 수천억원의 통신기금을 내고 있다. 통신산업 발전을 위한 기금이라지만 정작 기금은 기획재정부가 쓴다. 통신요금 인하 대신 기금을 낮춰달라는 주장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주파수 대금 인상 요구일 뿐이다.

평창 올림픽 실패론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에게 다시 손을 벌리고 있다. 경총과 전경련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각 회원사에 협조공문까지 내려보냈다. 자발적인 움직임만은 아닐 것이다.

기업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법인세처럼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를 주는 것은 차라리 낫다. 불명확한 준조세가, 불확실한 각종 정책이, 시시각각 변하는 정부 관료의 행정 지도가 더 큰 걸림돌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진출을 시도하다 산업부의 견제로 투자 시점을 6개월여 늦춰야 했다. OLED 시장이 개화하기 전에 중국 시장을 석권해야 했는데 정부의 트집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뒤늦게 나마 허가를 해줬지만 이미 한 타이밍이 늦게 됐다.

정부가 아예 정책을 뒤집기도 했다. 공정위는 최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404만주를 매각하도록 유권해석을 다시 내렸다. 2015년 12월에 한번 내린 유권해석을 2년 만에 뒤집었다. 탈원전이나 정규직 전환을 두고 진행되는 정책 결정들은 기업의 의사 판단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기업이나 경제는 흔히 생물에 비교된다. 주변 환경이 예측가능하면 어떻게든 적응하고 활로를 찾는다. 법인세율이 높아지면 그에 적응해 이익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되면 새로운 환경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적응하기 좋은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국내 대신 해외 공장을 선택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년째 해외에서만 공장을 짓고 있다. 법인세 올려도 좋으니 공장 하나 편하게 짓고 신사업 편하게 진출하게 하는 게 진짜 필요한 경제 정책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편집인이진우등록번호서울아00483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이현중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4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