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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잔치 끝났다…부실 징후 ‘뚜렷’ [출혈경쟁 내몰린 신탁사②]지방에 사업장 집중…경기하락 '직격탄'

이상균 기자공개 2018-03-14 08:23:31

[편집자주]

정부가 부동산 신탁사 추가 설립 방침을 밝히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연간 1조원 남짓한 시장을 놓고 11개 신탁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신생 신탁사의 등장으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다. 출혈 경쟁으로 신탁사가 부실화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신탁사 추가 설립에 따른 시장 재편과 영향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9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는 부동산 신탁사의 이익률이 과도한 수준이라며 신탁사 추가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최근 3년간의 부동산 경기 호황이 끝물에 접어들면서 향후 실적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에 사업장이 대거 몰려있는 신탁사들은 벌써부터 신탁계정대여금과 부채비율이 늘어나는 등 부실징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원회가 신탁사 설립에 매달릴게 아니라 리스크 관리 감독에 전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입형 토지신탁 73%, 지방 집중

부동산 신탁사의 최근 실적 호조는 2014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시장 호황의 영향이 크다.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어 인위적인 부양을 시도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반짝 활황을 만끽했다. 이중에서도 주택(오피스텔 포함)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부동산 신탁사들의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가 늘어났다. 부동산 신탁사들의 실적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수혜를 톡톡히 봤다.

잔치는 3년 만에 막을 내리고 있다. 각종 지표를 살펴보면 2016년을 기점으로 부동산 경기 하락세가 뚜렷하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수주액은 2016년 164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156조원, 올해는 133조원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건설시장 성장을 견인한 주택부문 수주액도 2016년 75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66조원, 올해 51조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인허가 실적도 2015년 76만 5000호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뒤, 2016년 72만 6000호, 지난해 65만 3000호 등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등 일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부동산 경기 하락세가 뚜렷하다는 점은 신탁사 입장에서 악재다. 신탁사가 수주한 사업장은 대부분 서울을 제외한 지방(경기도 포함)에 몰려 있다. 주택사업 토지신탁 수탁고 중 차입형 토지신탁은 4조 5000억원이다. 이중 사업성이 높은 서울, 부산, 세종, 과천과 수도권 6개시(분양 시장 과열에 의한 규제 대상지역) 이외 지역의 차입형 토지신탁이 73%에 달한다.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기간은 보통 2~3년이다. 신규 수주한 사업의 신탁보수가 이 기간에 걸쳐 매출로 인식되는 구조다. 기준 수주 물량 덕분에 향후 1~2년간 신탁사의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난해 상반기 차입형 토지신탁 신규수주 약정보수가 25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하는 등 실적 하락세가 표면화되고 있다.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신탁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 부동산 경기 하락과 택지공급 축소로 차입형 토지신탁, 조합주택대리사무 수주액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입부채 1조, 2년 만에 두 배 늘어

부동산 신탁사의 부실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 증가로 신탁계정대여금은 2011년 1조 38억원에서 지난해 9월 2조 782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차입부채도 2015년 5135억원에서 지난해 9월 1조 1765억원으로 늘어났다. 현재 수주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의 진행속도가 올라갈수록 신탁계정대여금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동산 신탁사의 외부차입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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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2017년 11월)를 비롯해 한국신용평가(9월), 나이스신용평가(12월)도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의 확대로 부동산 신탁사의 리스크가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발표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차입형토지신탁의 비중 상승은 부동산 경기 침체 시 수익 급감으로 이어진다"며 "분양경기가 침체될 경우 대손 및 조달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방소재 사업장에서 입주대란이 나타나면 신탁사의 자산건전성과 유동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신탁사들은 리스크 관리 모드에 돌입하고 있다.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 등 대형사들은 지난해부터 차입형 토지신탁 신규수주 심의를 강화해 수주액을 줄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차입형 토지신탁 신규 수주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대한토지신탁은 지난해 8월 3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무궁화신탁도 지난해 9월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규모를 100억원 늘렸다.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향후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규 신탁사가 추가될 경우 업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신탁사의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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