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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산의 리스크관리 '조급증을 버리자' [WM라운지]

곽재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전문위원공개 2018-04-18 08:01:26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6일 08: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옛날 어느 농가에 농부가 한 명 있었다. 하루는 농부가 일을 하고 있는데 거위 한 마리가 농장으로 들어왔다. 농부는 그 거위를 요리해 먹으려고 집 기둥에 묶었는데 다음날 그 거위가 낳은 알에서 황금빛이 나는 게 아닌가? 혹시나 하고 보았더니 진짜 황금으로 된 알이었다. 그 이후에도 거위는 황금알을 매일 하나씩 낳았고 농부는 큰 돈을 벌었다.

그러던 어느 날 농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면 훨씬 더 많은 알이 쏟아져 나오겠지 하고 거위를 잡아 배를 갈랐다. 하지만 잔뜩 기대하고 가른 거위의 배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고 그제서야 농부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이솝우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에서>

최근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법정 정년인 60세 이전에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베이비 부머들이 점차 늘고 있다. 30일 통상임금에 근속년수를 곱하여 지급하는 법정퇴직금을 감안할 때 임금피크 전에 은퇴하는 것이 유리한데다, 회사에서 별도로 지급하는 위로금을 합하면 3억~4억원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돈을 손에 쥐게 된 든든함도 잠시 뿐, 실제 퇴직이 이뤄진 후 두어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심적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지난달 희망퇴직을 실시한 한국지엠(GM) 직원 중 세 명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은 그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의 무게를 그대로 반영한 사회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희망퇴직자들과의 재무상담에서 필자 또한 그들이 쉴 새없이 쏟아내는 아래 질문들을 통해 그러한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은퇴 후 40~50년을 살게 된다는데 이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빨리 뭔가 해야 하는데 이대로 시간만 낭비하고 돈을 다 써버리는 것은 아닐까? 지금 와서 무언가를 새로 한다고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100세 시대 '무전장수' 위험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말을 듣다보면 불안한 마음이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실제 주위를 둘러싼 환경이 그렇게 암울한 것만도 아니다. 일단 고령화와 정부정책이 맞물리면서 서울 50+센터 등 취업 알선이나 직업교육에 도움을 주는 기관들을 통한 장년 퇴직자들의 재취업 지원이 체계화되었고, 그 기회도 수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늘어났다.

여기에 희망퇴직자들의 경우 앞서 언급한 3억~4억원대의 희망퇴직금과 연말정산을 위해 매년 불입해 둔 개인연금, 그리고 현재 살고있는 주거용 자산까지 감안하면 그렇게 불안할 만한 상황이 절대 아니다. 당장 생계에 압박을 받지 않아도 1~2년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얼마든지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가장 큰 위험은 현재 처해진 현실이 아니라 직장이 주는 울타리를 벗어난 새로운 환경에서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과 이를 벗어나고자 하는 조급증 등 심리적 편견에 있다. 은퇴자들을 노후빈곤에 빠뜨리는 아래의 리스크들은 따지고 보면 심리적 불안감을 컨트롤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 준비되지 않은 창업

2017년 11월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0%가 퇴직 후 창업에 뛰어들었는데 이 중 65%가 중도에 휴,폐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 창업 실패로 인한 자산손실은 평균 7,023만원이고 그 후유증으로 생활비를 41% 정도 줄여야 했다고 한다. 참고로 전문가들은 창업을 위해 최소한 퇴직 2년 전부터 아이템 및 입지선정, 점포운영에 대한 학습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금융 및 투자사기

임원자리 등을 제안하며 출자 참여를 유도하거나 두 자릿수의 임대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식의 뻔한 부동산 매입사기에 전직 교수 등 고학력자들도 상당수 걸려드는 이유 또한 조급증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약 1/5이 금융사기를 경험했고 이중 1/3은 실제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 피해를 통한 자산 손실액은 평균 1억2천만원 가량으로 나타났다.

# 손실 만회를 위한 고수익의 유혹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손실을 본 이들이 본전심리에 사로잡혀 도박에 가까운 배팅에 뛰어들다가 더 큰 수렁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는 데 있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서초동 세 모녀 살해사건도 결국 퇴직 후 조급증 때문에 손을 댄 주식투자 실패가 발단이 된 것이다. 오죽하면 퇴직 후에 사업이나 주식만 안 해도 인생 말년까지 중간은 간다는 말이 있을까.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격언 중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우선 퇴직 후 막연한 불안감과 조급증부터 떨쳐낼 수 있다면 최소한 어이없는 실수로 퇴직 후 인생 2막을 망치는 위험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덧붙여 자산관리도, 재취업도 조금만 더 길게 보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어떨까. 100세 시대, 생각보다 인생은 길고도 아름다우니까.





곽재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전문위원
KB국민은행 IPS본부 투자솔루션부
투자자산운용사, 공인재무설계사(CFP)
한국FP협회 저널 편집위원
저서 : 4차산업혁명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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