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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실 ABCP, 사기업이 공기업으로 둔갑한 이유는 신평사, 주주 구성에만 의미 부여...정부 지원 가능성 임의 판단

민경문 기자공개 2018-05-31 09:03:51

이 기사는 2018년 05월 30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에너지 기업의 부도 ABCP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업계의 시각은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평정에 쏠리고 있다. 정부 지분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 등으로 실질적인 민간기업이 공기업으로 분류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를 내세워 ABCP 투자자 모집에 활용했다. 중국 국유기업과 국내 공기업을 혼동한 데 따른 오류로 파악된다.

더벨이 입수한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이하 CERCG)에 대한 NICE신용평가의 미공개 등급 보고서에 따르면 CERCG는 중국 지방 공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중화인민공화국회사법에 따라 설립됐다는 점을 명기하기도 했다. 북경시의 직간접적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기업 신용등급을 A로 평가했다.

이 같은 판단에는 CERCG의 주주 구성이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경시상무국이 100% 지분을 가진 부래덕실업이 CERCG 지분 49%를 보유중이다. 이 밖에 중국해외공주그룹유한회사가 지분 27%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분 참여 수준 등을 감안해 국내 공기업과 같은 개념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국가가 5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거나, 혹은 1/3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지배하는 기관 모두를 공기업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와 다르다. 정부 지분이 있더라도 국무원 국유자산관리위원회(SASAC)에 등록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공기업으로 대접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SASAC 등록기업은 해외 채권 발행 시 SASAC 및 발전개발개혁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서 외화로 자금을 조달할 때 기획재정부의 허가를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만큼 재무적으로 신인도 관리와 규제가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CERCG는 북경시 중앙 공기업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 사실상 민간기업인 만큼 채권 발행을 위한 별다른 규제가 없다.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그만큼 신용위험이 높다는 얘기다. 시장 관계자는 "지난 11일 CERCG 보증채권의 미상환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해외에서는 SOE(공기업)가 아닌 회사채 디폴트(corporate debt defaults)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CERCG 사례와 마찬가지로 중국 내에서 민간기업과 국유기업과의 신용위험 차이는 현격하다. 올들어 채무불이행를 선언한 기업 중국 10개 가운데 9개는 국유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회사채 디폴트는 2013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법률적으로 중국 국유기업(정부 지분 회사)은 국가가 모든 지분을 소유한 국유독자회사, 일부 지분을 소유하되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회사(국유자본지배회사) 그리고 일부 지분을 갖고 있지만 지배 영향력이 없는 회사(국유자본 참여회사)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CERCG가 국유자본참여회사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국가가 모든 지분을 소유한 국유독자회사라고 해도 한국식 공기업과 1대1 매칭은 어렵다고 말한다. 올해 김치본드를 발행한 '길림철로유한공사'는 길림시가 지분 100%를 소유한 국유독자기업이다. 다만 길림시가 원금을 보증하는 채권은 아니다. 유사시 정부의 재무지원 가능성이 포함되는 국내 공기업 채권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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