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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폴더블폰 '틀린 건 아니다' [thebell desk]

김장환 산업2부 차장공개 2019-04-29 08:19:44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6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 무렵,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 개발관리팀 팀장과 신종균 IM부문 담당이 사무실 한 공간에서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책상 위에 올려 둔 한 가지 물건을 관찰하며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살펴보던 물건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로 된 수첩. 고 팀장이 품에서 꺼내며 시작된 이들의 대화는 아이디어에 아이디어로 살을 불려 나갔다. 펜을 붙이면 어떨까, 크기는 좀 더 큰 게 낫지 않을까 등등.

그렇게 탄생한 게 2011년 9월 시장에 첫 선을 보인 갤럭시노트다. 지금은 IM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고 사장이 전한 갤럭시노트 탄생 뒷얘기다. 갤럭시노트는 '패블릿(폰+태블릿)'이란 스마트폰의 신시장을 처음으로 연 제품이다. 정체기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 IM사업부에 지금껏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고 사장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2월 시장에 공개해 큰 주목을 받았던 폴더블폰(갤럭시 폴드)도 비슷한 개발 과정을 거쳤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기술을 집약해 삼성전자가 탄생시킨 게 폴더블폰이다. 폴더블폰은 폼팩터나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여러 이점을 갖고 있다. 안착만 하면 패블릿의 역사를 다시 쓸 수도 있다.

그런 폴더블폰이 상용화를 코 앞에 둔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세계 첫 출시 시장으로 삼은 미국의 현지 IT기자들과 인플루언서들에게 리뷰용으로 제공한 일부 제품에서 심각한 하자가 발생하면서다. 삼성전자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화면보호막을 제거해 생긴 문제란 입장을 애초 취하다가 26일로 잡혀 있던 미국 출시 일정을 전면 보류했다. 보호막 제거 없이도 디스플레이 불량이 발생한다는 점을 확인한 탓이다.

시장에선 조롱 섞인 반응이 꽤 많다. 미디어 리뷰용 제품의 경우 불량 발생 여부를 최대한 점검하고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고, 또 극히 소수 제품만 뿌렸다. 그런데도 불량을 피하지 못했다. 1만번 접었다 펼치는 실험 끝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걸 확인했다는데 지극히 일반적인 환경에서만 실험을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LG전자가 비슷한 시기 선보였다가 혹평을 받았던 듀얼스크린폰이 결국 옳은 선택 아니냐는 반응마저 나온다. 삼성전자의 과도한 '퍼스트 무버' 역할 고집이 실수를 불렀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IM사업부가 근본적으로 '틀린' 판단을 했다고 말하긴 어려워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제 '세계 최초' 외에 취할 수 있는 별 다른 전략이 없다. 스마트폰 1등 사업자로 시작한 애플의 소프트웨어 개발 노하우를 따라잡기는 영 어렵다. 한 발 다가갈 때 저쪽은 넋을 놓고 있는 게 아니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마당에 자신 역시 후발주자로 시작한 삼성전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이 바로 압도적인 하드웨어를 최초로 내놓는 것이다. 조급함에 실수를 낳았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잘못된 이정표를 따라간 건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삼성전자 IM사업부의 가장 혁신적인 하드웨어로 꼽히는 동시에 최악의 위기를 안겨줬던 제품도 바로 갤럭시노트다. 2016년 터진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삼성전자는 꽤나 큰 낭패를 겪었다. 이번 폴더블폰 문제도 삼성전자 이미지에 타격을 준 사안은 맞으나 과거 노트 사태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갤럭시노트에 적용된 펜은 여전히 경쟁사들이 가장 탐내는 삼성전자 제품 아이디어 중 하나다.

갤럭시노트 사태를 잘 해결했던 고 사장, 그리고 삼성전자 IM사업부가 이번 위기도 잘 넘기길 바란다. 폴더블폰 역시 삼성전자 단말기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업모델이 될 저력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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