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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의 글로벌 오토게임]BMW의 롤스로이스 인수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5-13 08:00:00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7일 10: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의 나라인 독일은 연방국가다. 16개 주들 중 독일 국토 전체 면적의 약 1/5을 차지하는 남부의 바이에른(바바리아) 주가 독일에서 가장 큰 주다. 인구는 약 1천3백만. 이 바이에른의 중심 도시가 뮌헨과 뉴른베르크인데 두 도시에는 상징적으로 자동차 회사가 하나씩 있다. BMW(Bayerische Motoren Werke)와 MAN(Maschinenfabrik Augsburg-Nurnberg)이다. MAN은 국내에서도 운전 중에 자주 볼 수 있는 대형트럭을 생산한다. 폭스바겐그룹 계열사다.

필자가 뮌헨대 유학생일 때 연구소에서 같이 일한 친구가 BMW에 다니다 왔는데 자랑이 대단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다시 회사로 되돌아갔다. BMW는 지멘스와 함께 바이에른을 대표하는 회사다. 창업 초기부터 사용된 청색과 백색이 교차되는 원형 로고는 바이에른 주의 깃발에서 디자인을 가져온 것이다.

BMW의 창업자는 귄터 크반트(Gunther Quandt)다. 귄터 크반트의 이혼한 두 번째 부인은 후일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와 재혼했다. 마그다 괴벨스다. 히틀러가 결혼식에서 증인을 섰다. 마그다 괴벨스는 나치독일의 퍼스트 레이디라고 불렸다. 크반트도 나중에 나치당원이 되었고 2차대전 후에는 뉴른베르크 전범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로 방면되었다. 크반트와 나치의 긴밀한 관계는 크반트 사후에야 상세히 알려져 재차 논란거리가 되었지만 BMW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BMW의 홈페이지에는 회사가 1차대전 중인 1916년에 창립되었다고 되어있다. 사실은 좀 복잡하다. 1916년은 BMW의 한 전신인 BFW(Bayerische Flugzeug-Werke)가 창업된 해다. 여기서 보듯이 BMW는 원래 항공기엔진 제조사였다.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28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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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1950년대 말에 경영위기를 맞아 도산 일보 직전까지 갔다. 크라이슬러의 전신인 미국의 AMC와 역시 후일 크라이슬러에 인수된 영국의 루츠가 BMW 인수를 시도했다. 1959년의 주주총회에는 다이믈러-벤츠와의 합병안이 올라왔는데 노조의 반대에 영향을 받은 주주들에 의해 부결되었고 BMW는 독립적인 자동차회사로 남았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했고 BMW는 구조조정을 거쳐 정상화 되었다. 창업자의 둘째 아들 헤르베르트 크반트가 이 과정에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분을 50%로 올리는 과감한 투자를 했고 그 결과 거부가 되었다. 헤르베르트 크반트의 셋째 부인 소생 자녀들이 오늘날 BMW 지분의 46.7%를 가진 최대 주주들이다.

BMW는 1994년에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로버그룹을 인수하면서 미니(Mini)를 손에 넣었다. 로버그룹의 랜드로버는 2000년에 포드에 매각되었다가 2008년에 다시 인도의 타타그룹에 넘어갔다. 이때 1990년부터 포드가 가지고 있던 재규어도 같이 매각되었다. 타타는 2013년에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합쳐서 재규어랜드로버를 출범시켰다.

BMW는 1998년에 롤스로이스(Rolls Royce)를 인수한다. 롤스로이스도 BMW와 마찬가지로 원래 항공기엔진이 주력 사업이었다. (관련 기사: 롤스로이스의 가상물리시스템 http://news.mt.co.kr/mtview.php?no=2019021114003217713) 1971년 법정관리 신청 이후 국유화되었고 1973년에 자동차와 항공이 분리되었다. 분리될 때 브랜드와 로고는 항공사가 보유하는 것으로 했다.

롤스로이스 자동차는 1980년에 영국의 비커스(Vickers)에 인수되었다. 1998년에 비커스가 롤스로이스를 매각하려고 하자 폭스바겐과 BMW가 경합했다. 4억3천만 유로를 써낸 폭스바겐이 3억4천만 유로를 써낸 BMW를 물리치고 인수했다. 벤틀리도 같이 폭스바겐으로 넘어갔다. 벤틀리는 대공황의 여파로 도산했던 것을 롤스로이스가 1931년에 인수했었다. BMW는 이미 롤스로이스와 벤틀리에 엔진과 기타 부품들을 공급하는 관계여서 이 결과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비커스는 1999년에 거꾸로 롤스로이스에 인수되었다).

그런데 회사는 폭스바겐이 인수했으면서도 브랜드와 로고는 BMW가 보유하는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롤스로이스가 이미 BMW와 합작사업을 하고 있어서다. BMW는 12개월의 유예를 두고 롤스로이스에 대한 엔진과 부품 공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고 폭스바겐은 12개월 이내에 새로운 엔진을 개발할 수 없어서 별수 없이 BMW와의 협상에 돌입했다. 폭스바겐은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여신상 엠블럼(Spirit of Ecstasy)과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형상화 했다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BMW에 매각하는 대신 2003년까지 엔진과 부품을 공급받기로 한다.

그래서 롤스로이스는 2002년까지 폭스바겐의 계열회사였고 폭스바겐은 BMW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이름과 로고를 사용했다. 2003년에 BMW가 영국의 웨스트 서섹스 지역에 새로운 본부와 롤스로이스 생산기지를 완공하고 팬텀의 개발을 마무리 지으면서 롤스로이스는 최종적으로 BMW의 계열회사가 되었다. 그 사이에 폭스바겐은 롤스로이스의 모든 생산시설을 벤틀리 생산시설로 변환했다.

독일의 BMW가 영국의 자존심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롤스로이스를 인수했을 때 영국인들의 심리적 불편함이 없지 않았었지만 지금은 BMW의 롤스로이스 인수가 매우 다행한 일이었다는 것이 영국에서의 중론인 듯하다. 안전성과 환경 규제가 급격히 강화되고 있는 최근의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롤스로이스가 지속 가능한 것은 BMW의 기술과 재정 지원 덕분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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