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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목적 망각, 수혜 노린 '발행을 위한 발행?' [원화 커버드본드 생태계 조성]③5년물 일변도, 만기 장기화 필요…가계부채 안정화 개선 의문

피혜림 기자공개 2019-06-11 13:02:00

[편집자주]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이 드디어 열렸다. KB국민은행의 첫 발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률 제정 후 5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원화 커버드본드에 대한 시장 내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가계부채 안정화의 핵심 방안으로 떠오른 커버드본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시장 확대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7일 13:4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책적 측면에서만 따져보면 첫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아쉬움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확대 없이 커버드본드 발행에만 치중해 정책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설명이다.

최소 만기로 인정되는 5년물이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자 정책적 수혜를 얻기 위한 꼼수 발행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계부채 안정화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장기물 발행을 통해 해당 만기에 대응하는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기 고정금리 상품 확대 소홀, 정책 목적 고려해야

최근 첫 삽을 뜬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에 대해 정책 취지와 상당부분 비껴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4년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을 통해 커버드본드 발행의 기초를 마련하게 된 건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서였다. 은행권이 가계에 주택담보대출을 장기 고정금리로 제공할 수 있도록 만기가 매칭되는 자금조달 수단을 갖춰주겠다는 게 목적이었다. 커버드본드가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가중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5년물 커버드본드는 장기 고정금리 대출자산 확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5년물 커버드본드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혼합형 금리(5년 고정 후 변동금리 전환) 상품과 매칭된다. 고정금리 기간을 늘리고자 마련한 조달 수단이 현 수준 유지를 위해 활용되는 것이다. 혼합형 역시 고정금리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실질 고정금리 기간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구조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커버드본드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건 조달 수단 확대 차원이 아니라 가계부채 안정화 목적이었다"며 "5년물 커버드본드 조달은 무늬만 고정금리인 혼합형 상품에 매칭된다는 점에서 고정금리 주담대 만기를 늘린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지난달 첫 원화 발행에 앞서 5년 단기물 조달을 고려했다. 시장 수요 파악 후 7년물 트랜치를 추가하기도 했으나 발행물량 대부분은 5년물이었다. 발행을 준비 중인 SC제일은행 역시 5년물 조달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장기 고정금리 상품 확대를 위한 조달보다 이미 시장에 자리잡은 혼합형 상품에 맞춰 커버드본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소 만기 선택, 정책 수혜만 노려…금리 인하 고려해야

관련 업계에서는 정책적 수혜만 겨냥할 게 아니라 제도 본질을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올초 금융위원회는 만기 5년 이상의 커버드본드에 대해서 한도 내 원화 예수금 인정 등의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잠잠했던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은 해당 유인책 제시 후 속도를 냈다. 이같은 혜택만을 고려한 발행이 지속될 경우 최소 요건인 5년물 조달 물량만 급증할 수 있다. 향후 커버드본드 발행분 대부분이 최소 만기 요건인 5년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시기라는 시장 환경에 맞춰 커버드본드 법률 자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금리 상승 국면에는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 가계부채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금리가 떨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출 이용자가 금리 절감을 위해 중도상환 후 재대출에 나설 수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커버드본드를 수의상환채(callable bond) 형식으로 발행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수의상환채는 발행사가 만기 이전에 원금을 조기상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실제로 덴마크 커버드본드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차입자에게 매입상환 옵션(buyback option)을 부여하고 있다. 30년 수준의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차입자가 수수료 없이 조기상환할 수 있도록 설정해 시장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물 발행 유도와 더불어 금리인하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커버드본드에 수의상환 등의 옵션 부여 방안을 고려볼 때"라며 "원금 조기상환이 가능하도록 설정한다면 발행사 입장에서도 네거티브 캐리(negative carry)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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