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생존전략]차입부담에 빈곳간 태평양물산, '방호복' 승부수올초 400억 차입만기에 유동성 고비, 임직원 급여삭감…신사업으로 정면돌파
최은진 기자공개 2020-04-27 10:07:47
[편집자주]
내수경기 위축, 해외 브랜드 난립, 구매 트렌드 변화 등으로 불황의 터널을 건너고 있던 패션업계가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란 암초까지 맞닥뜨렸다. 브랜드 기업은 물론 OEM 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어려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자금시장 경색까지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도 불거지고 있다. 주요 패션업체의 재무상황과 대응전략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08:1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영위하는 태평양물산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으로 꼽힌다. 취급품목 대부분이 겨울자켓이나 패딩과 같은 우븐의류 중심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올초 약 400억원의 차입금 만기에 보유현금 대부분을 쓴만큼 추후 도래하는 차입금 370억원의 만기물량에 대응할 묘수가 필요하다. 급여삭감 등 비용감축 전략과 함께 정부 정책자금 등을 활용해 일단 급한불은 끌 계획이다. 신사업인 방호복 수주에 사활을 걸며 위기를 정면돌파 하겠다는 포부도 세우고 있다.
태평양물산은 1972년 설립된 의류 OEM 기업으로, 주로 겨울용 자켓이나 패딩 등 우모가공사업을 영위한다. 생산설비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있고, 주요 바이어사는 미국에 분포 돼 있다. 종속기업으로 나디아퍼시픽, 와이즈퍼시픽, 피티아이뉴욕 등을 보유하고 있다.
태평양물산이 영위하는 제품들은 겨울용이거나 아웃도어와 연관된 상품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매출은 3분기에 발생한다. 1분기에 주문을 받고 2분기 생산이 이뤄지면 3분기 대금 지급 등의 매출이 일어나는 구조이다. 확실한 대형 바이어들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매년 약 9000억 가량의 매출과 4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다. 당기순이익은 100억원대로 큰 변동이 없는 편이다.

영위하는 제품 특성상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아직까진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았다. 1분기에 주문이 들어오긴 하지만 바이어들 대부분이 코로나19 사태가 겨울까진 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에 취소물량이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수주물량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타사가 받은 타격과 비교해서는 크지 않았다. 또한 통상 태평양물산에 있어 1분기와 2분기는 비수기에 속하는 만큼 생산측면에서도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자금조달 측면에서는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결기준 총 차입금 3217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1935억원이 만기 1년 이내의 단기차입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데 고초를 겪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약 400억원 가량의 차입금 만기에 대응하느라 보유현금 326억원 대부분을 이미 소진한 상태다.

3분기에 연간 매출의 상당부분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추가차입이 불가피 하다. 내부자원을 활용해 창출해 낸 총현금흐름인 내부순현금흐름(ICF)은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197억원으로 운전자본 등을 감당할 만큼의 체력이 안되는 상태다.
태평양물산 내부적으로도 유동성 확보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만기 물량을 차환할 지 상환할 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일단은 현금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목표다. 자금조달 환경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에 비용 등을 줄이고 다양한 현금마련 창구를 알아보고 있다.
오는 9월까지 차장급 이상 임직원들의 급여를 일부 삭감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간 종업원 급여로 2200억원 가량 지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여삭감만으로 수십억원 가량 절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책인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도 신청했다. 보통 선제적으로 대량확보해 놨던 원재료 매입 규모도 줄였다.
재무지표 악화는 각오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32.7%, 차입금의존도는 52.5%로, 차입부담이 상당한 상황에서 추가차입이 이뤄지면 재무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자보상배율은 1.9배, 영업이익 대비 연간 200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도 부담이다.

다만 한줄기 희망으로 기대하는 게 있다면 방호복 사업이다. 태평양물산의 종속기업인 나디아퍼시픽이 최근 '의료용 방호복'을 생산, 질병관리본부와 계약된 업체로의 납품이 성사됐다. 방호복은 바이러스 등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특수재질 제품이 활용돼야 하는만큼 우븐업체들이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태평양물산은 자회사의 수주물꼬를 기반으로 자체적으로도 수주계약을 따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극심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 태평양물산의 주요 바이어들이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회적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방호복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호복에 투입되는 생산비용이 크지 않고 1~2분기 비수기에 유휴 생산설비도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평양물산 관계자는 "올해 초 차입금 만기가 대거 도래하면서 다소 고비가 있었으나 차환 및 상환을 통해 잘 극복해냈다"며 "나머지 차입만기는 정책자금 등의 지원을 활용할 방침이고 방호복 사업에 적극 드라이브 걸어 새로운 성장물꼬를 틀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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