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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정몽규 회장, 결단의 순간이 오고 있다유상증자 관련 시그널 전망…이동걸 회장 연임도 고려 대상

박상희 기자공개 2020-07-23 09:16:36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1일 15: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변수가 항공산업 진출을 향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사진)의 의지를 꺾을 것인가.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장고의 시간을 끝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거래 종결 시점은 올해 말로 연기됐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조만간 정 회장이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늦어도 9월까지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말 아끼는' 정몽규 회장 행보, 해석 엇갈려…"인수 강행 or 포기 수순"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아시아나항공 M&A는 지금쯤 마무리 됐을 것이다. 총 6개국에서 기업결합 승인도 받은 상황이고, 구주 대금 지급과 신주 발행을 위한 두 차례의 유상증자 절차도 순조롭게 마무리 됐을 것이다.

현실은 표류 상태다. 정 회장은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이 회장을 독대했다. 정 회장은 앞서 이 회장의 회담 제의를 여러 차례 거절했다. 이 회장이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만남을 제안하자 어쩔수 없이 이 회장과 만난 모양새였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
이 회장은 이날 만남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확실히 결정해준다면 매각 조건을 완화해 줄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인수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이 하루빨리 거래를 종결하고 싶은데 반해 HDC는 정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여러 추측이 나왔다. 정 회장이 사실상 아시아나 인수 포기(계약 해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대형 법무법인을 추가 선임하는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법적 대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 회장의 미적지근한 태도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했다면 이를 공표하지 않고 불분명한 태도를 보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해도 크게 손해를 볼 게 없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정 회장이 아직까지 항공업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가(家)의 프론티어 정신도 언급된다. 범 현대가의 역사는 조선, 자동차 등 한국에서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지던 산업을 글로벌 정상 수준으로 끌어낸 도전 정신으로 일궈졌다. 정 회장은 '포니 정'으로 불리는 아버지의 혁신과 도전 정신 DNA를 물려 받은 인물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은 국토부의 면허가 필요한 허가 산업이기 때문에 재계에서 돈만 있다고 뛰어들 수 있는 산업군이 아니다"면서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정 회장이 쉽게 국내 2위의 국적 항공사 인수에 대한 의지를 꺾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M&A는 원래 업황이 어려울 때 싸게 사는게 최상의 거래"라면서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접은게 아니라면 관건은 산은과 협상에서 현산 측에 얼마나 유리한 결과물을 이끌어내는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M&A 거래보다 인수 이후에 경영 정상화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게 반론의 근거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래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HDC그룹 전체 근간이 흔들릴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리한 M&A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유상증자 스케줄 감안, 9월 말 10월 초가 데드라인"

어찌됐든 최종 의사결정은 정 회장의 몫이다. 아시아나항공도, 금호산업도, 산업은행도 정 회장의 입만 쳐다보는 이유다.

반면 정 회장은 입을 아끼고 있다. 산은·금호그룹과 오프라인 소통을 줄이고 공문 위주로 대화하면서 거리를 두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인수 의지에 변함은 없지만,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인수가치를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재점검 및 재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러시아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신고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거래 종결의무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업계는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장 연장 시한인 12월27일까지 차일피일 결정을 미룰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거래는 크게 투 트랙이다.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의 구주 매각 거래, 그리고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거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27일 최초 공시한 유상증자 납입일(4월7일)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납입일을 연기했다.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거래에 자금을 납입해야 하는 현대산업개발이 유상증자 일정을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을 맺으면서 지난달 27일까지 거래를 끝내기로 약속했다. 다만 해외 기업결합 승인 심사 등 선결 조건에 따라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최장 연장 시한을 12월 27일로 설정했다. 엄밀히 말하면 연말까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거래 성사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다만 거래 조건의 핵심인 유상증자 일정을 감안하면 조만간 현대산업개발에서 관련 입장을 정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납입일을 12월27일로 확정한다고 해도 신주 발행가 공시 일정 등을 감안하면 물밑 작업은 수개월 전부터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산업개발은 1차 유상증자 계획만 공시하고 2차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인수 의지가 있다면 관련해서 시그널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 의지가 있다면 늦어도 8~9월에는 협상에 들어가 유상증자 가격과 거래 형태, 규모 등을 확정해야 한다"면서 "자금 조달에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하면 스케줄 상 9월 말 늦어도 10월 초에는 인수 여부가 확실히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HDC 측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상증자 일정을 감안하면 9월 말이나 10월 초가 데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동걸 회장의 연임도 고려 대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운터파트너인 이동걸 회장의 연임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HDC가 섣불리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입장을 공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회장의 거취가 결정되는 9월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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