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포니정의 아들 정몽규, 무산된 모빌리티 꿈자동차 이어 항공으로, 건설업 편중 해소 차원 아시아나 눈독
이명관 기자공개 2020-09-14 09:34:02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1일 1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최종 무산됐다. 이와 함께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모빌리티그룹' 도약은 수포로 돌아갔다. 모빌리티그룹으로의 도약은 정 회장의 오랜 염원이나 다름 없던 일이다.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12일 갑작스럽게 기자 간담회를 열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유를 밝혔다. 바로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가 그것이었다. 정 회장이 모빌리티(Mobility)라는 단어를 이때 처음으로 언급했다.
특히 당시 기자 간담회는 이례적으로 진행됐던 만큼 정 회장의 의지를 엿볼수 있었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금호산업이 이사회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하자마자 간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아직 우선협상대상자만 선정됐을 뿐 본계약 체결까지 갈길이 멀지만, 정 회장은 승전보를 알리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도 얼마든지 깨질 가능성이 높은 대형딜(Deal)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오너가 직접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는 것이 이례적이었다는게 업계 평가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정 회장은 그동안 공식자리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정 회장 차제가 공식석상에 나설만한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다. 실제 정 회장은 스스로를 내세우기 싫어하는 성격을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매스컴을 탔던 것도 대부분이 대한축구협회 회장 직함을 달고서였다.
정 회장이 '모빌리티'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는 그룹내 해묵은 고민거리인 '건설 편중' 문제를 단번에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HDC그룹을 자산 10조원대 대그룹으로 키워냈음에도 '종합부동산·인프라그룹'에서 그 이상의 도약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작년 상황만 놓고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탐낼만한 매물이었다.
특히 정 회장에게 모빌리티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 시절 자동차에 온 힘을 쏟아낸 '모빌(Mobile) 맨'이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1991년 현대자동차 상무에 올랐고 1993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만34세였던 1996년엔 현대자동차 회장직을 맡았다.
자동차산업을 향한 정몽규 회장의 열정은 10여년 만에 꺾였다. 1999년 현대가의 경영권 분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의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갔다. 정 회장은 부친인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적을 옮겼다. 이후 건설업에 매진해왔다. 현대산업개발을 10대 건설사로 키워내며 결과물을 만들어냈지만, 모빌리티에 대한 미련이 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모습을 두고 현대자동차 시절 못다이룬 '모빌리티 꿈'을 항공을 통해 이루려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던 이유다.

실제 정 회장은 자동차산업에 활용되던 제도들을 건설업에 도입하며 연결고리를 만들어나갔다. 건설업계 최초로 품질관리를 위한 '라인스톱제'를 도입한 게 그 시작이다. 라인스톱제는 자동차 제조라인에서 불량이 생기면 모든 생산 공정을 멈추는 형태다. 건설공사에서 이같은 제도가 도입된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이밖에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에 A/S 등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도입, 건설현장의 오랜 관행이었던 '한묶음' 방식의 자재투입을 자동차 부품처럼 낱개로 바꿨다.
미련이 남아서일까.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선뜻하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의 의중이 하루가 다르게 변했던 것으로 안다"며 "내부에선 이미 어느정도 인수 포기로 가닥이 잡혀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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