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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3.0 언택트]국민은행, 코로나에 부코핀 조기 인수 '인니 기틀' 완성⑤현지 당국과 꾸준한 스킨십 '규제 혜택', 은행·카드·손보·캐피탈 시너지 기대

이장준 기자공개 2020-11-11 07:45:20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 등에 주력하는 3.0 시기에 들어서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신남방 정책 등에 맞춰 드라이브를 보다 걸던 단계다. 이런 가운데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국면을 맞이했다. 생존과 확장을 위해서는 '언택트(비대면)' 전략이 필수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이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 그 변화를 언택트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4일 10: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Bank Bukopin)의 2대 주주였던 KB국민은행은 올 7월 최대 주주로 올라서며 입지를 굳혔다. 한국계 은행 중에서 해외에 상장된 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덕분에 해외에 종합금융업을 영위하는 '제2의 KB금융'을 꾸리겠다는 구상이 본격화됐다.

흥미로운 건 글로벌 사업을 흔든 코로나19가 국민은행에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줬다는 점이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현지 당국이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며 진입 장벽을 낮춰줬다. 물론 3년 전부터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쌓은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3년간 쌓아온 네트워크 결실, 코로나19發 진입규제 완화 덕도

1970년에 설립된 부코핀은행은 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412개의 지점, 835개의 ATM 등 인도네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갖췄다. 전통적으로 연금 대출, 조합원 대출, 중소상공인(SME) 대출을 취급하면서 소매금융(리테일) 위주의 고객 기반을 단단히 구축했다.

인도네시아 은행은 크게 부쿠(BUKU)1~4 등 4개 등급으로 나뉜다. 숫자가 클수록 은행의 규모도 크다. BUKU4에 속한 은행은 6~7개 되는데 부코핀은행은 그 다음 레벨인 BUKU3에 해당하는 대형사다. 국내 다른 시중은행들이 지분을 확보한 현지 은행 대부분은 BUKU1~2나 BUKU3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한다.

부코핀 딜은 국민은행이 2017년 말부터 공들여온 건이다. 이듬해 7월 22% 지분 인수를 통해 2대 주주에 오르며 은행의 내·외부 사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인도네시아 금융당국 OJK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이후 3년에 걸쳐 경영권이 포함된 지분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 전면에는 최창수 글로벌사업그룹 대표(전무)가 서 있었다. 부임 이후 OJK와 지속적인 관계 유지에 집중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OJK 측에서도 비대면 회의가 활성화됐는데, 주말 밤낮없이 최 전무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빠른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 대표는)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며 "현지 은행업 발전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국민은행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지분 인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부코핀은행 본점 전경

특히 부코핀 딜은 코로나19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매일 35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달 초 급증세가 꺾이며 코로나 사태 관련 방역지침이 일부 완화됐다. 필수 업종은 정상적으로 운영하지만 식당, 카페, 내·외부 체육시설은 50%만 영업이 가능하다. 주요 관광지, 세미나, 결혼식장, 극장은 25% 선에서 영업이 재개됐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영향으로 자영업자와 종업원들의 소득 수준이 급격히 취약해지자 정부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도입했다. 우선 10억루피화(7700만원) 이하 건에 대해 자영업자나 근로자들은 대출 납부를 연기해줬다. 중소기업 대상으로도 금융사와 협의해 내년 3월까지 이를 적용키로 했다.

정책 자금 투입도 활발하다. 현지 당국은 저소득 계층을 위한 푸드 스탬프, 소액 지원 등에 134조루피화(10조3000억원)를 투입했다. 기업세, 개인소득세 등 감면에 22조루피화(1조7000억원)를, 개인사업자(MSME)를 대상으로 한 이자·대출·보증에는 58조루피화(4조4000억원)를 지원했다.

위기가 한창인 시점에 국민은행은 상당수 규제를 받지 않는 특혜를 받았다. 우선 추가 부실은행을 인수하지 않고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은행을 인수하려면 부실은행을 추가로 떠안아야 하지만 이를 생략했다. 덕분에 진입 코스트를 줄일 수 있었다.

법적으로 지분 40% 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할 수 없게 개정됐으나 국민은행은 면제를 받았다. 주주총회에서 4분의 3 이상 동의를 거쳐야 하는 조건도 정부와 당국이 호의를 제공해 생략됐다.

주주총회 직후 당국은 인수 허가 승인을 내줬다. 현지에서는 외국계 은행에 특혜를 지나치게 많이 준다며 시위까지 벌어졌다. 가령 신한은행의 경우 부실은행 2개를 인수하고도 OJK가 승인을 내주기까지 2년 가량 시간이 소요됐다.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코로나19가 오히려 진입 규제 완화의 계기로 작용한 셈이다.

최 대표는 "2018년부터 줄기차게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추가로 하겠다며 인도네시아 정부와 컨택해왔다"며 "코로나19로 시장이 안 좋은 상황이 되자 호의를 베풀면서 금융 시스템이 안정되길 바란 게 맞물렸다"고 밝혔다.

◇디지털뱅킹 통한 현지화 모델 정착, 인니 '제2의 KB금융' 기반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현지 지점들을 활용해 한국계 진출기업 마케팅을 추진하고 맞춤형 디지털뱅킹을 통해 현지에 특화된 금융 모델을 정착시킬 계획이다.

현재는 국민은행에서 16명의 직원을 파견한 상태다. 디렉터 급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본래 부코핀은행 출신이었던 CEO는 주총 직전인 6월 새로 선임됐고 주주 변경에 기여한 만큼 당분간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분 인수 후 8월 말부터 경영진과 실무자를 인수관리팀(PAM, Post Acquisition Management)으로 파견했다"며 "현재도 부코핀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한창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부코핀은행 행사에 참여한 국민은행, 현지 임직원

최 대표는 "부코핀은행은 다소 저평가된 그레이 영역에 있는 곳으로 조금만 손보면 향후 우량해질 것으로 봤다"며 "국민은행이 터치한 이후 부코핀은행 주가도 3배 가량 오를 만큼 시장의 기대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코핀은행 인수는 특히 앞서 진출한 그룹 내 계열사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국민은행에 앞서 KB국민카드(KB피낸시아멀티파이낸스법인), KB손해보험(인니합작법인, 끄분주룩지점, 방자야카르타지점), KB캐피탈(순인도 국민 베스트 파이낸스)가 인도네시아에 네트워크를 확보한 상황이다. 이들 계열사와 제2의 KB금융을 해외에 설립하겠다는 포부가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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