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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산은, 한진칼 증자외 다른 대안 없었나지배력 강화+대한항공 우회지원 선택에 관심

한희연 기자/ 김병윤 기자공개 2020-11-18 08:31:22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7일 15:2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주도로 이뤄진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주주행동주의를 외치며 한진칼 경영 참여를 시도하고 있는 KCGI 등 3자연합의 반발이 상당히 거세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지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진그룹으로 하여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끔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구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분쟁중인 한진칼의 증자를 택한 이유에 여러 분석이 나온다.

◇여러 시나리오 검토…한진칼 증자가 '최선' 판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이 두달 간 논의한 끝에 이뤄진 결과다. 이 과정에서는 산업은행의 지원 방법과 통합 주체 등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가 논의됐다고 알려졌다. 산업은행의 지원은 유상증자와 채권발행 등 다양한 방편이 동원될 수 있었다. 또 인수 주체에 대해서도 한진칼과 대한항공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진칼의 경우 지배구조와 관련해 시끄러운 상황이다. 현 경영진인 조원태 회장 측과 KCGI가 중심이 된 3자연합이 서로 우호지분을 확보하며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진칼은 사실 중대한 경영상 위기에 있는 회사도 아니다. 내년초 경영권을 둘러싼 표싸움이 예상되고 있는 시점에서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요주주가 되는 구조를 택한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해질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을 인수 주체로 삼을 경우 가장 단순한 방법은 대한항공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분이 희석되며 현 지배구조를 크게 흔들 수 있다. 때문에 산업은행으로서는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고, 이 자금이 흘러들어간 대한항공이 전반적인 인수와 통합 작업을 주도하게 하면서 산업은행과 한진그룹 모두 부담을 더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증자 외에 대출이나 채권 발행 등의 방법으로 한진칼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한진칼이 지배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1000%를 웃돌고, 아시아나항공 또한 20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배기업의 차입금 부담을 키우는 것은 꺼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유증방식을 택한 데 대해 "지주회사인 한진칼 내 대한항공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고 대한항공의 배당이 주요 수익원인 점을 감안했다"며 "한진칼이 대규모 자금을 대출로 차입하면 통합 주체의 부실화가 우려돼 산은이 직접 주주로 통합 작업에 참여해 경영진의 책임경영 의지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건전 경영의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3자연합측은 이 역시 명분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KCGI는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기업인 한진칼에 증자를 한다는 것은 결국 기존 경영진의 우호지분이 되기 위한 계획"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때처럼 돈을 가장 적게 들이면서 꽃놀이패를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딜 구조상 국책은행이 민간회사에 과도하게 개입한 면이 없지 않아 앞으로 이에 대한 명분을 잘 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B발행도 설왕설래…조원태 힘 실어주기 관측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와 별도로 산업은행이 교환사채(EB) 인수 카드를 꺼내든 점도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산업은행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큰 그림이라는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이 그 동안 부실한 기업에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영구채 등으로 유동성을 공급한 적이 있지만 EB를 인수하는 구조로 지원한 전례가 거의 없었다. 실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올 4월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긴급 지원할 당시 7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과 함께 영구채를 3000억원어치 인수했다.

국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부을 때도 유사한 방식을 택했다. 2016년부터 2년에 걸쳐 대우조선해양에 2조3000억원을 지원할 때는 CB 카드가 쓰였다. 다만 CB의 만기가 40년으로 설정돼 영구채로 인식됐다. KDB산업은행이 EB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한 사례가 흔하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일각에서는 거래 구조에 초점을 맞추면서 EB 발행으로 귀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EB의 경우 교환대상주식은 담보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산업은행 입장에서 대한항공 지분을 안전하게 추가 확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교환대상이 되는 대한항공 주식의 업사이드를 덤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하는 결과 기초자산을 계열사 주식으로 하는 EB가 쓰인 것으로 해석된다"며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에 직접 자금을 지원했다면 CB나 영구채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이어 "이번 거래 구조는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의 지배력을 보장하기 위한 산업은행의 의도가 강하다"며 "신주는 조 회장의 우호 지분 역할을 즉시 할 수 있고, EB는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어느 정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구조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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