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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보폭 확대하는 SK·한화, 비슷한 듯 다른 행보 투자방식 차이 눈길, 한화는 콘트롤타워 없이 계열사별 각개격파

조은아 기자공개 2021-01-13 10:02:06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1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열흘 간격으로 한화그룹과 SK그룹이 잇달아 미국 수소 관련 기업에 투자하면서 수소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나서는 모양새다.

둘의 투자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SK그룹이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기업에 통 크게 투자한다면 한화그룹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SK그룹이 ‘수소사업추진단’을 만들어 그룹 차원의 지원에 나서고 있는 반면 한화그룹에서는 투자를 주도하는 구심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SK그룹이 최근 최대주주에 오른 플러그파워는 미국에서 수소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차량용 연료전지, 수전해(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핵심설비, 액화수소플랜트, 수소충전소 건설기술 등 수소사업 전반에 걸쳐 핵심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은 한번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하며 수소시장 강자로 올라섰다. 플러그파워가 아직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긴 하지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이에 따른 수혜도 크게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화그룹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알려지지 않은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00억원을 투자해 일본 후지킨의 자회사 태광후지킨의 수소탱크사업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말 미국 ‘시마론’ 지분 100%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시마론 인수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백억원으로 추정된다.

시마론은 NASA(미국항공우주국) 사내 벤처로 출발한 회사다. 매출 규모나 수익구조 등이 베일에 싸여 있다. 한화솔루션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나사 출신이 2008년 사내 벤처로 설립했다는 점, 2015년 나사에서 독립했다는 점, 현재 대형 수소탱크 등을 생산한다는 점 등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한화그룹은 이에 앞서 2018년에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을 통해 니콜라에 1200억원가량을 투자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니콜라가 나스닥 상장사인 만큼 수익구조를 비롯해 많은 정보가 공개돼 있지만 당시만 해도 관련 정보가 거의 없는 스타트업이었다.

한화그룹 역시 니콜라 투자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투자라기보다는 수소를 비롯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여러 지분 투자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투자를 주도하는 콘트롤타워의 유무도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SK그룹의 수소사업은 수소사업추진단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SK㈜에서 신설한 조직으로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사장이 단장을 맡았다.

반면 한화그룹은 뚜렷한 구심점이 없다. 한화그룹의 수소 관련 사업은 여러 계열사를 통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은 한국가스공사에 수소충전시스템을 공급하며 한화에너지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계열사들이 수소사업을 나눠 맡아 시너지를 내고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 내부에서도 부문별로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 큐셀부문은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역할을, 첨단소재부문은 수소 저장용기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케미칼부문은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자체개발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합병되기 전 각 사업부가 맡았던 사업의 연속성 차원에서 각자 주력하고 있는 부문을 이어서 하고 있다”며 “각 사업부문에서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흐름을 볼 때 조만간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SK그룹에 이어 포스코도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산업가스·수소사업부를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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