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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베트남·일본 지점 폐쇄, 업계 확산 신호탄? 임차 계약 만료, 비용 절감 차원…LCC 중심 '철수 도미노' 현실화 가능성

유수진 기자공개 2021-08-27 07:40:39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5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베트남과 일본 현지에 설치했던 지점 일부를 폐쇄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며 국제선 운항 중단이 장기화되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의 해외 지점 철수는 작년 말 일본 오키나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를 두고 국내 항공사들의 해외 지점 철수를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처럼 국제선 하늘길이 언제 열릴 지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제주항공 뿐 아니라 다른 LCC, 더 나아가 항공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추후 노선 운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25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경영위원회는 지난 6월 말 회의를 개최하고 '지점 폐쇄의 건'에 대해 논의했다. 김이배 대표이사(부사장)와 유명섭 커머셜본부장(상무), 이정석 경영기획본부장(상무)이 모두 참석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경영위는 신속하고 원활한 경영 의사결정을 위해 설치한 기구로 이사회가 위임한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제주항공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경영위의 결의 당일(23일) 베트남 푸꾸옥지점과 일본 시즈오카 지점을 정리했다. 사실상의 운항 중단 선언이다. 푸꾸옥의 경우 2019년 12월 신규 취항과 동시에 지점을 만든 지 1년 반 만이다. 작년 상반기 하늘길이 끊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행기를 띄운 기간보다 운항하지 않은 기간이 더 길다.

시즈오카지점은 설치 1년 만에 철수가 결정됐다. 당시 코로나19의 이른 종식을 예상하고 지점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해당 노선에 정기적으로 비행기를 투입하기 시작한 건 그보다 1년여 빠른 2019년 5월이다.

통상 항공사들은 정기 취항하는 공항이나 그 근처에 지점을 마련하고 현지 조업사와 계약을 체결해 여객과 화물 운송 전반을 관리한다. 지점장을 파견하고 현지 직원을 고용해 운영하는 형태가 보편적이다. 다만 모든 취항지에 지점을 설치하는 건 아니다. 인근 지점에서 함께 관리하기도 한다.

앞서 제주항공은 작년 10월 말 일본 오키나와지점도 셔터를 내렸다. 설치한 지 5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작년 초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지점 폐쇄를 단행한 사례다. 보이콧 재팬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코로나19가 덮치며 당분간 운항 재개가 어려울 거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해당 지점의 임대차 계약이 만료돼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비용 절감 차원의 조치로 노선을 완전히 접는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코로나로 비운항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차 계약이 마무리 됐고, 계속 임대료를 내고 있을 수는 없어 폐쇄한 것"이라며 "재운항시 다시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주항공이 해당 노선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추후 노선 정리를 검토할 때 가장 먼저 대상에 올릴 수 있고 실제 재운항에 나설지 여부도 미지수다. 포기할 수 없는 노선이라면 임대차 계약이 끝났을 때 폐지보단 연장이나 이전 등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항공사들이 지점의 위치를 옮기는 경우는 흔하다. 제주항공 역시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도 수차례 해외 지점을 이전하고 등기까지 마쳤다. 홍콩과 괌, 베트남 하노이, 일본 삿포로·나고야, 중국 웨이하이 등이다. 한번 폐쇄하면 다시 설치 절차를 밟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사례가 '신호탄' 일 수 있다고 본다. 여객 운항 재개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항공사들이 너도나도 지점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재무상태가 취약한 LCC를 중심으로 폐쇄 도미노가 현실화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곤 있지만 여행심리 회복으로 인한 항공여객 수요 회복까진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주요 LCC 중에선 진에어가 작년 5월 일본 나가사키지점을 폐쇄했다. 2014년 설치 이후 6년 만이다. 티웨이항공은 아직까지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지난 2019년 말 일본과 중국, 러시아의 5개 지점을 정리한 바 있다. 당시 LCC간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여객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자 일부 노선 조성에 나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점 폐쇄가 사업 철수를 의미하는 다른 업종과 달리 항공업에선 상대적으로 탄력성이 있다"며 "비용이 계속 나가고 운항 재개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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