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IT기술로 K-영화·드라마 '생애주기' 획기적 연장한다"뉴아이디 박준경 대표·김조한 이사, "포스트 프로덕션·빅데이터 기반 상생 모델 구축"
최필우 기자공개 2021-10-18 08:10:31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5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징어 게임' 글로벌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영화, 드라마 제작업계 관계자들은 국가, 언어, 인종의 장벽을 관통하는 이야기의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오징어게임과 같은 메가 히트를 기록하는 드라마가 자주 나오긴 힘들다. 수많은 드라마들이 만들어지지만 글로벌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여전히 제작사들은 막연한 추측 혹은 감을 믿고 드라마를 찍는다. 글로벌 시장을 노린다곤 하지만 시장진출 노하우도 별로 없다.
글로벌 플랫폼 니즈(needs)와 시청자 데이터를 분석하면 흥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콘텐츠 유통에 필요한 각종 규제를 미연에 방지한다면 콘텐츠 생애주기도 늘릴 수 있다.
출범 2주년을 맞은 뉴아이디는 이같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지만 콘텐츠 생산을 도와 주는 IT 솔루션을 제공한다.
박준경 뉴아이디 대표(사진)는 더벨과 인터뷰에서 "글로벌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며 쌓은 노하우로 포스트 프로덕션, 빅데이터 역량을 갖췄다"며 "국내 콘텐츠가 뉴아이디 손을 거치면 글로벌 흥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물론 생애주기도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뉴아이디는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사내 벤처다. NEW 영화투자배급사업부 대표, 브랜드사업부 대표를 지낸 박 대표와 LG전자, SK브로드밴드를 거치면서 콘텐츠 플랫폼 전문가로 경력을 쌓은 김조한 이사(사진)가 공동 창업했다. 광고 기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패스트(Free Ad-supported Streaming TV·FAST)' 채널 운영이 핵심 사업이다.

언뜻 미디어 기업으로 보이지만 엄연히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있는 IT 기업이다. 그간 국내 영화, 드라마, 예능의 글로벌 플랫폼 수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던 자막, 배경음악 문제를 기술로 해결했다. 저품질 문제를 야기하는 불필요 자막을 제거하고 저작권에 저촉되는 해외 팝송을 국내 음악으로 대체하는 게 가능해졌다.
북미, 유럽, 남미에서 70여개 패스트 채널을 운영하면서 쌓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콘텐츠 기획, 마케팅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8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가 영위하는 사업 영역에 국내 벤처 기업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패스트 채널을 운영해 쌓은 빅데이터를 다시 패스트 채널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도 갖췄다.
김 이사는 "2년 전 창업 당시 수차례 고쳐 그렸던 비즈니스 모델이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포스트 프로덕션과 빅데이터 사업이 성숙하면 또 다른 부가 사업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도전 배경에는 모회사 NEW의 기업 문화가 있다. 김우택 NEW 회장은 쇼박스에서의 성공을 뒤로 하고 NEW를 창업한 벤처 사업가다. 영화계에서 소외된 감독, 작가, 배우를 기용하는 '언더독의 반란'을 주도해 지금의 입지를 갖게 됐다. 영화 투자배급업 성숙기에 접어든 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박 대표와 김 이사의 사내 벤처 도전을 전폭 지원했다.
2008년 NEW 설립 후 수많은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과 협업하면서 상생의 길을 걸어 온 것도 비즈니스 모델 정립에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인 영화 사업은 제작사, 투자배급사, 영화관 사업자 모두의 이해관계가 부합해야 콘텐츠를 성공시킬 수 있다. 패스트 채널을 운영할 때도 국내 제작사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솔루션을 고민한 게 신사업 창출로 이어졌다.
박 대표는 "뉴아이디는 콘텐츠 계약을 주선해 주는 에이전시가 될 수도 있고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며 "파트너사가 포기해야 하는 영역 없이 플러스 알파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아이디의 성장은 한국 영화, 드라마 생태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영화, 드라마 제작은 고위험 사업이다.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성공 가능성을 좌우하는 변수가 많아 체계적인 기획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도전적인 작품은 애초에 제작에 착수하지도 못할 때가 많다. 글로벌 시청자 데이터를 확보하면 보다 실험적인 작품에 투자할 근거가 마련된다.
콘텐츠 생애주기를 늘려 제작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 영화, 드라마는 그간 영화관, TV 채널 편성을 목표로 제작됐다. 최초 유통 단계에서 거둘 수 있는 수익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한 투자와 제작이 주를 이뤘다. 최근엔 IPTV, OTT에서도 콘텐츠가 소비되면서 기대 수익이 높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뉴아이디 주도로 글로벌 OTT, 패스트 플랫폼 진출이 용이해지면 생애주기 연장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김 이사는 "콘텐츠 비즈니스 수익은 흥행 정도에 연동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며 "흥행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진출로 콘텐츠 생애주기를 늘려 꾸준히 올릴 수 있는 수익을 마련하는 게 제작사 입장에선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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