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 ‘2세 시대’ 힘 싣는 대우건설 인수구조 정원주 부회장 지배회사 토건에서 41% 지분 확보, 나머지 10% 건설 품에
고진영 기자공개 2021-12-20 07:33:49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6일 10: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이라는 ‘고래’를 삼키기로 하면서 관심을 모았던 포인트 중 하나는 인수 비율이다. 어느 계열사가 메인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지배구조의 무게 중심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그간 정확한 인수 형태는 베일에 싸여 있었으나 시장의 예상대로 중흥토건이 전면에 등장했다. 정창선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이 유일한 주주로 있는 계열사다. 이번 인수가 2세 승계의 막을 여는 이정표라고 봐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대우건설은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KDB인베스트먼트와 중흥토건 간 주식매매계약(SPA)의 상세 내용을 밝혔다. 매매대상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 중이던 대우건설 지분 50.75%이며 이 가운데 중흥토건이 40.60%, 중흥건설이 10.15%를 가져간다.
해당 내용은 앞선 SPA 체결에 따라 ‘소유에 준하는 보유’로서 공시됐다. 다만 아직 딜이 마무리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등 여러 절차가 남았다. 예정된 거래종결일은 내년 2월 15일, 인수금액은 총 2조671억원이다.
인수 주식의 대부분을 확보하게 된 중흥토건은 중흥그룹에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계열사다. 십여년 전만 해도 중흥건설의 시공 보조 역할을 전담하던 회사였지만 2011년을 기점으로 사업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직접 택지매입 자금을 조달해 주택사업에 주도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중흥건설의 든든한 지원도 뒤를 받쳤다. 택지 매입 과정에서 지급보증 등의 신용보강이 잇따랐다. 덕분에 자금조달 부담을 덜고 계열 자회사로부터 안정적으로 택지가 공급되면서 중흥토건의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실제 중흥토건은 2009년 별도 기준으로 매출이 103억원에 불과했으나 3년 뒤인 2012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5년에는 6168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중흥건설을 뛰어넘었다. 그해 중흥건설 매출은 5172억원으로 중흥토건보다 약 1000억원이 적었다.
간극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매출을 보면 중흥토건이 1조97억원, 중흥건설은 5310억원을 기록했다. 자산 규모도 비슷한 차이를 보였다. 2020년 별도기준 중흥토건의 자산총계는 2조400억원, 중흥건설은 8539억원이다. 양사가 2배 수준의 덩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주력 계열사간 실적이 이처럼 빠르게 역전된 데는 전략적으로 중흥토건을 키우려는 그룹차원의 노력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중흥토건은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중흥토건 지원을 통해 장남 중심의 가업승계를 본격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룹 지분구조를 봐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현재 정창선 회장이 최대주주인 계열사는 중흥건설(76.74%)과 중흥주택(94.65%), 중흥건설산업(78.12%), 세흥건설(67.32%) 등 4곳이다. 이밖에 나주관광개발의 지분을 14.16% 보유 중이다.
정원주 부회장의 경우 중흥토건(100%)과 에스엠개발산업(55.00%) 등 2곳에 대해서만 최대주주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포함해 10개 계열사의 지분을 직접 소유했다. 또 10개 계열사가 중흥토건의 종속 계열사로 있기 때문에 정원주 부회장은 이 회사들에 대해서도 지배력이 확고하다. 반면 정창선 회상이 최대주주인 중흥건설은 현재 종속사를 거느리지 않는다.
세부적으로 정창선 회장이 최대주주인 계열사의 자산총계를 합치면 2020년 말 기준 중흥주택(3750억원), 중흥건설산업(2502억원), 중흥건설(8539억원), 세흥건설(390억원) 등 모두 1조5182억원이다.
정원주 부회장의 경우 이보다 5000억원 정도 앞선다. 중흥토건(2조400억원)과 에스엠개발산업(183억원)의 자산총계를 더해 2조583억원이다. 이밖에 중흥토건 종속사들의 자산총계가 총 2조6517억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저울이 정원주 부회장 쪽에 크게 쏠려 있다. 대우건설 인수를 계획대로 마치면 무게 중심의 이동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9일 있었던 대우건설 인수 본계약 체결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주도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M&A의 세부적 검토를 이끈 주역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눈에 띄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언론을 상대로 적극 의견을 피력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분만 따지면 사실상 정 부회장 쪽으로 무게추가 넘어간 상황인데 대우건설 인수가 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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