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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M&A 잔혹사]극한 치달은 인수전, 호반은 울었다③우협 선정 불구 우발채무 탓 포기, 새주인 중흥은 할인 인수 '성과 퇴색'

김경태 기자공개 2021-12-31 08:00:09

[편집자주]

대우건설 M&A 역사는 ‘파란만장’ 그 자체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수 차례 매각 절차를 진행했고, 그 때마다 비극과 희극이 연달아 벌어졌다. 대한민국 기업사를 관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벨은 지난 대우건설 M&A의 발자취를 살피고 최근 새 주인이 된 중흥그룹 체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8일 17:5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임시 주인'으로서 투입한 정책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매각 프로세스를 밟아야 했다. 다만 대우건설을 쉽사리 떠나보내지 못했다. 몸값이 낮아지면서 '헐값 매각'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호반건설로의 매각이 무산되는 과정에서는 산은의 거래 통제 능력이 온전치 못하다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올해 재매각 과정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절차 진행 과정에서 스텝이 꼬이면서 무수한 뒷말을 낳았다. 그렇게 대우건설은 논란 속에 새 주인 체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호반건설 인수 무산, 해외 부실과 내부 저항 사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휘청거리자 산은은 국책은행으로서 3조원이 넘는 정책자금을 투입해 대우건설을 떠안았다. 이후 대우건설을 관리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매각 과정은 더 첩첩산중이었다.

산은은 2016년 10월 이사회에서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산은의 계획은 금방 엇나갔다. 그 다음달 대우건설이 3분기 보고서에 대해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산은은 대우건설의 최대주주가 된 뒤 줄곧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산은 출신을 앉혔다. 하지만 회계적 문제와 매각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셈이었다.

결국 산은은 매각을 잠정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산은은 감사 의견 거절 사태가 안정된 뒤 다시 대우건설을 매물로 내놨다. 2017년 7월 BoA메릴린치와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뒤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같은 해 10월 매각공고를 냈고 11월에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입찰 과정에서 대우건설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대를 모았던 재계 상위권의 대기업집단은 참여하지 않았다. 해외 건설사,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등 인수의향서(LOI)를 낸 곳은 10곳을 넘었지만 대부분 완주하지 못했다.

본입찰에는 당시 급성장 중이었던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앞서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M&A 등에서 보수적인 행보를 보인 터라 일각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또 호반건설이 시평 13위로 대우건설(3위)보다 낮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도 퍼졌다.

호반건설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내부에서도 대우건설 추진에 관한 여러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김상열 회장이 그룹을 도약시키기 위해 대우건설 인수가 필요하다고 판단, 강력한 인수 의지를 내비치면서 대우건설 인수에 총력을 쏟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돌발 변수가 터지면서 대우건설 M&A 역시 혼돈에 빠졌다. 산은은 2018년 1월 31일 호반건설을 우협으로 낙점했다. 대우건설은 2월 7일에 2017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했다. 이 때 모로코 사피 발전소와 관련해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고, 2017년 회계연도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이 발표된 다음달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갑작스런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 발표는 여러 뒷말을 낳았다. 해당 손실이 2018년 1월 발생했다는 점에서 반영 시점의 적정성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의 인수에 반발하는 내부의 움직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1년 전 감사 의견 거절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산은의 대우건설 관리 역량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결국 산은과 대우건설, 호반건설 모두에게 흠집만 남긴 채 매각은 좌절됐다.

산은은 M&A가 좌초된 이후 대우건설 감사실에 해외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산은은 대우건설이 버거운 존재라는 점을 다시 한번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거래 성사의 이면, 유례없는 '가격 인하' 재입찰 해프닝

산은은 이후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산은은 700억원을 출자해 2019년 7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KDB인베스트먼트가 산은이 가진 구조조정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밸류업과 매각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KDB인베스트먼트의 첫 자산으로 편입됐다.

올해 상반기에 비로소 매각 작업이 다시 추진됐다. 다만 일반적인 M&A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으면서 다시 한번 논란을 낳았다. 일반적으로 기업 매각은 매각 공고, LOI 접수, 예비입찰,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 선정, 실사, 본입찰 순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대우건설 매각 측은 입찰 공고를 내지 않았다. 산은이 아닌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 주체였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비공개 방식으로 딜을 추진하면서 이미 인수자가 내정된 것 아니냐는 오해가 불거졌다.

무엇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재입찰이 이뤄진 점이 여러 뒷말을 낳았다.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을 적어냈는데 차순위였던 DS네트웍스-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보다 5000억원 정도가 많았다.

상식적으로 재입찰은 유력한 후보자들을 다시 경쟁시켜 가격을 올리기 위해 활용된다. 또 중흥건설이 제시한 가격이 너무 높아 거래 불발 가능성을 우려했다면 일단 우협으로 선정한 뒤 가격 조정 협상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매각 측은 재입찰을 택했고 중흥건설은 2조1000억원 수준을 제시, 기존보다 인수 가격을 크게 낮췄다. KDB인베스트먼트 측에서는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 후 중흥건설은 협상 과정에서 추가 할인을 받았고 결국 대우건설 지분 50.75%를 2조671억원에 살 수 있었다.

과거 산은이 대우건설을 관리하고 매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장기간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됐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매각 성사에 후한 점수를 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 채 진행됐고, 정책자금 회수 금액도 낮아져 그 성과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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