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06일 07:5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을 배워볼까. 인생 2라운드는 몸을 좀 쓰면서 살아볼까해” 평소 알고 지내던 KB국민은행 직원이 지난 연말 대뜸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에 새 삶을 꿈꾸고 있었다.희망퇴직. 어떤 이들에겐 ‘희망’이란 단어가 절망으로, 또는 좌절과 실패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 다른 이들에겐 잘 맞지 않는 옷을 벗고 조금 더 자신에게 맞는 옷을 갈아 입을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 그는 후자였다.
“아마 인문계 고교를 진학하지 않았거나 과거 학창시절 사회가 지금처럼 조금 더 오픈돼 있었다면 목수나 타일공으로 진작 나섰을 거야.” 그가 말을 이어갔다. 그가 느끼는 은행원의 삶은 ‘머리와 감정은 타들어가고 몸은 무기력해지는 것’이라 했다. 반대의 삶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그가 준비하는 인생 2막이었다.
하지만 그는 올해 국민은행을 떠나지 못했다. 희망퇴직은 희망고문으로 바뀌었다. 국민은행은 올해 희망퇴직 대상을 1971년생까지로 제한했다. 이유는 ‘효율성’이다. 은행 인력구조의 중심인 1973년생 이전 직원들을 대거 내보내면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숙달된 직원들을 내보낼 순 없다는 것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디지털금융 전환을 위한 시간 벌기란 이해관계와 만난다. 고연차 직원을 몇 년 더 묶어두면 그만큼 신입행원 채용은 줄일 수 있다. 그 사이 디지털금융이 활성화되면 오프라인 점포는 줄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지 않게된다. 지금의 인력구조를 몇 년 더 끌고가면 정년퇴직을 맞는 직원들이 늘어 자연스럽게 디지털금융에 따른 유휴인력도 줄일 수 있다.
사상 최대 실적과 1등 금융 달성은 지난해 국민은행을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그 과정엔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금융업은 영업과 판매에 특화된 업종이다. 그만큼 ‘사람장사’란 말이 어울리는 업이다. 하루종일 창구에서 혹은 어느 테이블에서 고객들과 만나 협상을 벌이고, 상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일이 수 없이 되풀이 됐다. 국민은행 수익엔 직원들의 영업이 녹아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은행은 희망퇴직을 늘려 인력을 대거 구조조정했다. 그때도 효율성이 희망퇴직을 정당화하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효율성이란 명분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 될 수 없다. 최대 성과 뒤에 숨겨진 조직원들의 삶도 보듬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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