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호황에 웃는 기자재회사]세진중공업, 윤지원 체제 ‘반석’ 오를까① 조선업 호황에 자회사 수혜 기대… 윤지원 경영능력 입증 기회
강용규 기자공개 2022-03-28 08:09:16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3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진중공업은 본업인 LPG탱크와 데크하우스(선원 거주구) 제작사업에서 자회사 인수를 통해 환경설비, 선박용 배관 등 다양한 분야의 선박 기자재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국내 조선사들의 대규모 선박 수주가 잇따르면서 세진중공업뿐만 아니라 자회사들도 당분간 수혜가 기대된다.세진중공업의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전략은 오너 2세 윤지원 부사장의 기획이다. 조선업 호황은 세진중공업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윤 부사장에게 경영능력 입증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진중공업의 2021년 재무제표를 분석해보면 연결기준 자산총계가 570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223억원 증가해 중견기업의 기준인 자산 5000억원 이상을 넘어섰다. 이 기간 별도기준 자산총계가 3695억원에서 4444억원으로 749억원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회사들의 성장이 세진중공업의 중견기업 진입에 적지 않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의 조선 기자재회사들은 대부분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세진중공업도 현대중공업그룹의 울산 조선사들(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 주 고객사다. 그런데 세진중공업이 거느린 자회사들 중 코스닥 상장사인 일승과 동방선기는 지역이나 고객사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환경장비회사 일승은 지난해 8월 울산 현대중공업으로부터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의 초대형 분뇨처리장치를 수주했는데 올해 1월에는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도 같은 설비를 수주했다. 선박용 배관회사 동방선기는 매출 10% 이상을 의존하는 고객사가 4곳이다.
이는 두 회사가 각자의 사업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일승은 국내 분뇨처리장치시장에서 2019~2021년 3년 평균 점유율이 91%에 이른다. 동방선기의 경우는 국내 선박용 배관회사 중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해양플랜트용 배관의 납품실적을 보유한 몇 안되는 회사들 중 하나다.
세진중공업 관계자는 “일승은 독과점적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국내 대형 조선사뿐만 아니라 중형조선사들, 중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 조선사에까지 직접 영업활동을 한다”며 “동방선기도 업계에서 손꼽히는 기술력을 보유해 여러 조선사로부터 일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사업 경쟁력을 앞세워 조선업 호황기에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지난해 합산 수주목표 317억달러의 145%에 해당하는 458억달러어치 선박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도 1분기가 채 가기 전에 합산 목표 353억 달러의 39%인 137억달러어치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3사의 대규모 수주는 시차를 두고 올해부터 기자재 발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승과 동방선기의 실적 성과는 세진중공업의 경영권 승계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종국 회장의 맏아들인 윤지원 종합기획실 부사장이 두 회사의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전략을 기획하고 인수작업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일승은 원래 STX중공업의 자회사로 2017년 세진중공업에 인수됐다. 세진중공업의 일승 지분율은 54.51%다. 동방선기는 2021년 10월 세진중공업이 지분 8.05%를, 일승이 지분 20.68%를 인수하면서 세진중공업 계열에 편입됐다.
세진중공업의 경영권 승계에서 지분 승계는 7부능선을 넘어섰다. 이미 윤 부사장의 세진중공업 지분율이 30.91%로 윤 회장의 28.59%를 웃돈다. 윤 부사장에게는 경영능력 입증을 통한 승계의 명분 확보만 남았다. 그가 인수를 지휘한 일승과 동방선기가 좋은 성과를 거둘수록 세진중공업 ‘윤지원 체제’의 기반이 탄탄해진다고 볼 수 있다.
윤 부사장도 직접 경영에 참여하면서 두 회사를 챙기고 있다. 그는 동방선기 인수 직후부터 사내이사에 올라 인수 후 통합(PMI)작업을 이끌었다. 일승에서도 29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안건 표결을 거쳐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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