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탈탄소 드라이브]암모니아 추진선, 삼성중공업 최초 타이틀 거머쥘까③밸류체인 동맹 앞세워 2025년 상용화 목표…국내 경쟁사 역시 2025년 목표
강용규 기자공개 2023-04-06 07:25:23
[편집자주]
해상 환경규제가 강력해지며 친환경 선박연료시장에서 LNG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차세대 선박연료에 대한 조선사들의 고민 역시 눈앞의 일이다. 선주사들의 선박 탈탄소화 요구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조선사가 미래 선박시장의 패권을 잡을 수 있다. 더벨은 국내 조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개발 현황 및 각 사별 전략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4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암모니아는 LNG를 대체할 것으로 거론되는 차세대 선박연료들 중 '무탄소 선박'을 실현할 수 있는 연료다. 아직 실선(실제 선박)에 적용된 사례는 없으나 국내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가 모두 2025년경 암모니아 추진선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업계에서는 어떤 조선사가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쥘 것인지를 주목한다. 가장 먼저 실선 상용화를 통해 신뢰성을 입증하는 것은 보수적인 선주사들의 발주심리를 자극하는 최대의 매력 포인트다. 특히 삼성중공업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선 건조로 이어지는 의미 있는 움직임들을 조선3사 중 가장 앞서서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 삼성중공업, '동맹의 힘' 앞세운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
2020년 1월 글로벌 조선·해운업계에서 2030년 내 암모니아 추진선의 개발을 목표로 '카스토르 이니셔티브(Castor Initiative)'라는 이름의 동맹이 결성됐다.
국내 삼성중공업을 포함해 △말레이시아 해운사 MISC △영국 선급협회 로이드레지스터(Lloyd's Register, 로이드) △독일 엔진회사 MAN에너지솔루션즈 등 4개 기관의 합작으로 출범한 이 단체는 세계 선박시장에서 암모니아 추진선의 개발을 위해 탄생한 최초의 다자간 동맹이다.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카스토르 이니셔티브의 회원사는 8곳으로 늘었다. 2021년 2월 싱가포르 해양항만청(MPA)과 노르웨이의 암모니아 생산회사 야라인터내셔널(야라)이 새롭게 가입했고 그 해 12월 싱가포르의 주요 무역항인 주롱항이 합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프랑스 에너지회사 토탈에너지스(토탈)가 이니셔티브의 회원이 됐다.
카스토르 이니셔티브에는 연료 생산회사, 선박을 발주할 선주사, 선박을 개발하고 건조할 조선사, 선박의 정합성(설계의 무오류성)을 검증할 선급협회 등 신선종의 상용화를 위한 밸류체인의 기업들이 대거 소속돼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암모니아 추진선의 실선 건조에 성공하는 조선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동맹 기업이 늘어나는 사이 삼성중공업은 암모니아 추진선의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5년까지 앞당겼다. 이에 카스토르 이니셔티브의 실선 건조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삼성중공업은 MISC의 자회사 AET, 로이드 선급 등과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의 건조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미 삼성중공업은 2020년 노르웨이-독일 선급협회 DNV-GL로부터 암모니아 추진 VLCC의 기본 설계승인(AiP)를 받아 뒀다. 남은 것은 암모니아 추진엔진의 확보다. MAN에너지솔루션즈는 2024년 초를 목표로 암모니아 추진엔진을 개발 중이다. 엔진 개발이 마무리되면 삼성중공업의 MOU도 본계약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 무탄소 연료 암모니아, 조선3사 선점경쟁 치열
암모니아 추진선의 최초 타이틀을 노리는 것은 삼성중공업 뿐만이 아니다. HD한국조선해양도 2021년 3월 사우디 국영에너지회사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선박시장에서의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암모니아 추진선의 상용화 목표시점은 삼성중공업과 마찬가지로 2025년이다.
2022년 6월에는 자회사 HD현대중공업을 통해 싱가포르 해운사 이스턴퍼시픽쉬핑(EPS), 미국 선급협회 ABS와 암모니아 추진 가스운반선을 건조하기 위한 MOU를 맺었다. 카스토르 이니셔티브의 회원사인 MAN에너지솔루션즈가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에 라이선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엔진을 직접 생산한다는 점은 HD한국조선해양의 최대 강점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암모니아 추진선의 2025년 상용화가 목표다. 조선업계 최초의 통합 선박연료 검증센터인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에 구축한 실증설비가 강점이다. 다른 두 조선사와 마찬가지로 MAN에너지솔루션즈와도 협력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3사가 모두 암모니아에 집중하는 것은 선박연료로서 높은 친환경성과 활용성에 기인한다. 암모니아는 분자 구조(NH₃)에 탄소(C)가 없어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 때문에 수소와 함께 저탄소를 넘어 무탄소 선박을 실현할 양대 연료로 꼽힌다.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H)만 추출하는 것도 가능한 만큼 연료전지 추진선의 연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수소는 기체 상태일 때(수소가스) 상온 기준 250bar의 극고압 용기가, 액체 상태일 때(액화수소) 1bar 기준 영하 253도 이하의 극저온 용기가 각각 필요하다. 반면 암모니아는 기체 상태에서 상온 기준 10bar의 압력용기를, 액체 상태에서 1bar 기준 영하 33도 이하의 저온용기를 필요로 한다. 보관의 용이함은 암모니아가 수소보다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탈탄소 선박시장에서 최초 타이틀은 곧 시장 선점의 유리함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2016년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메탄올 추진선 실선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도한 이후 최초의 트랙레코드를 앞세워 지금까지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 101척 가운데 54척을 쓸어담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저탄소 연료인 메탄올을 지나 결국에는 암모니아와 수소가 선박 탈탄소화 시대의 궁극적 대체연료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며 "현재 암모니아 추진선 분야에서는 삼성중공업이 가장 효과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나 국내 경쟁사들과의 실선 건조 경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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