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플로 모니터]수주목표 낮춘 삼성중공업, 재무안정성 유지 모드조선3사 중 홀로 수주목표 하향… 재무안정성 유지 위해 현금확보 집중
강용규 기자공개 2022-03-21 14:35:27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6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중공업이 조선3사 중 유일하게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다.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 재무적 안정성을 유지하겠다는 재무적 기조가 수주목표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16일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수주목표를 분석해보면 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149억달러에서 2022년 174만4000만달러로 17%를,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은 77억달러에서 89억달러로 15%를 각각 높여 잡았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91억달러에서 88억달러로 오히려 소폭 하향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선박 발주시장의 흐름과 도크 용량, 수주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주목표를 설정했다”며 “특히 올해는 수익성이 좋은 일감 위주의 선별 수주전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돈 되는 수주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현금 확보에 힘쓰겠다는 말과 같다. 애초 조선사가 건조할 수 있는 선종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은 일감은 곧 같은 선박 중에서도 가격이 비싼 선박이다. 선박 가격이 비쌀수록 이익이 많이 남기도 하거니와 수주에 따른 선수금도 더욱 많이 받을 수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현금 보유량이 넉넉하다고 볼 수 없는 만큼 비싼 선박의 수주가 필요하다.
조선사들은 자체 자금으로 선박을 건조하는 데다 선박 건조대금의 대부분이 인도 시점에 들어오는 ‘헤비테일(Heavy-Tail)’ 계약의 관행 탓에 일정 수준의 현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금 보유량은 원자재 가격의 변동이나 부채 상환압력 등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의 지표다.
그런데 삼성중공업의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2020년 말 9872억원에서 2021년 말 5712억원으로 급감했다. 삼성중공업과 비슷하거나 약간 큰 규모의 조선사로 여겨지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1조7789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의 상대적으로 적은 현금 보유량이 부각된다.
삼성중공업의 현금 감소는 주로 재무활동에 따른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8450억원, 투자활동현금흐름이 998억원, 재무활동현금흐름이 -1조3691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삼성중공업의 재무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17년 이후 4년만이다.
재무활동 가운데서도 2조4434억원에 이르는 유동성 장기부채(상환 만기가 1년 안에 도래하는 장기부채) 상환이 눈에 띈다. 최근 10년 동안 가장 큰 규모의 상환이다.
이런 재무전략은 조선사에게 안정적 부채비율의 선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채가 과도하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받기가 어려워진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가 선박 건조에 실패할 때를 대비해 은행이 선수금에 보증을 서는 것을 말한다. 조선사가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받지 못하면 발주처가 선박 발주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직 삼성중공업이 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올해도 유동성 장기부채 9271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가능한 한 현금 보유량을 늘려 대응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전략은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한 셈이다.
다행히 현재 삼성중공업은 물량보다 수익성을 우선할 정도의 여유가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 말 수주잔고가 253억달러로 집계됐다. IR자료에 따르면 2.5년치 일감이다. 단일 조선사 기준으로 보면 현대중공업(육상플랜트 및 엔진기계사업 잔고 제외)의 214억달러, 대우조선해양의 237억달러를 웃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모기업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그룹 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나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외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자력으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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