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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IB 10년의 발자취]'소리없이 강한' 대체투자, 삼박자 갖춘 비결은⑤리먼 사태 이후 리스크관리체계 재정립, 편중 없는 포트폴리오로 '균형'

김슬기 기자공개 2023-05-11 07:28:38

[편집자주]

KB증권이 2022년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동안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DCM과 ECM 동시 석권을 비롯해 M&A 금융자문, 인수금융까지 사실상 모든 IB부문에서 왕좌에 올랐다. 그 비결의 중심에는 따라올 수 없는 '커버리지'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수 없이 개척해온 결과다. 지난 10년간 KB증권 IB의 발자취를 더벨이 따라 가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4일 10: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부동산금융을 비롯한 대체투자 강자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에 비해 대체투자 쪽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KB증권은 매물을 보는 선구안, 다양한 포트폴리오, 철저한 리스크 관리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추면서 '소리없는 강자'로 통한다.

KB증권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공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여러 하우스의 문화와 노하우가 섞여 현재의 모습이 됐다. 특히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대규모 부동산 관련 투자 충당금을 쌓으면서 리스크 관리체제를 확립했다. 당시 충당금 때문에 인력유출이 이뤄지면서 영업조직이 붕괴되는 등 쓰디 쓴 고배를 마셨지만 그때의 경험을 통해 현재의 리스크 관리체계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부동산금융에 강했던 현대증권의 인력이 유입되면서 사업규모를 키웠다. KB증권은 합병 후 본격적으로 기업금융과 대체투자 비중을 균형있게 가져갈 수 있었다. 또 대체투자 내에서도 부동산, 구조화금융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꾸렸다. 현재 부동산과 그외 자산군의 비중은 5대 5로, 리스크를 분산시켰다는 평이다.

◇ 대체투자 부문 톱3,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분산투자 '방점'

KB증권은 지난해 더벨 리그테이블에서 DCM, ECM, M&A 금융자문, 인수금융 등 총 4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는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대외적으로 공개되진 않지만 KB증권의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문 역시 업계 톱티어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프로젝트금융 파트의 순수익은 메리츠증권에 이어 2위였다. 매년 꾸준히 '톱 3'에 올랐다.

현재 해당 사업은 IB3총괄본부가 담당한다. 조병헌 부사장이 IB3총괄본부를 이끌고 있고 산하에 구조화금융본부, 프로젝트금융본부, 부동산금융본부, 대체금융본부 등을 두고 있다. 현재 직원은 총 130명 정도로 2016년 현대증권 합병 이전에 비해 인력이 60% 이상 늘었다.

KB증권은 부동산금융에 강점을 가진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커졌다. 인수 당시만 해도 부동산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지만 KB금융 산하에 편입되면서 체질이 바뀌었다. 현재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S), 인프라·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금융주선, 해외부동산, 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군을 아우르고 있다.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는 KB증권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 IB사업 내에서도 기업금융 부문과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 부문의 수익이 5대 5의 비중이다. 대체투자 내에서도 균형을 가져가고 있다. 순수 부동산과 그외 자산이 5대 5의 비중이다. 지난해말 부동산 PF 주관실적은 10조6000억원이었고 그외 자산은 10조1000억원이었다.


2021년만해도 부동산 PF 주관실적이 16조9000억원이었고 그외 자산군은 8조4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시장상황을 고려, 부동산 쪽에서는 37% 가량 물량이 줄었고 그외 자산군은 20% 정도 늘었다. 합병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포트폴리오를 6대 4정도로 가져왔다.

조병헌 부사장은 "부동산 개발금융이 수익이 많이 나지만 여기에 편중돼 있으면 시장의 충격이 왔을 때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한 쪽에 편중되지 않고 포트폴리오 비즈니스를 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PF 뿐 아니라 국내외 SOC 사업, 에쿼티 파이낸싱까지 골고루 진행하면서 수익률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2017년에 LB자산운용과 함께 매입한 영국 세인즈베리 물류센터는 2021년 매각을 진행하면서 성공적인 엑시트를 했다. 내부수익률(IRR)만 해도 20%가 넘었다. 국내 최초 해외자산을 담은 JR글로벌리츠나 그룹 브랜드 상품인 KB스타리츠 역시 KB증권이 대표주관을 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진행했던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 복합시설 개발사업 역시 처음하는 해외 PF였다.

◇ 대규모 충당금에서 얻은 교훈, 리스크 관리 DNA 장착

KB증권은 처음부터 잘해왔던 것은 아니다. 과거 대체투자 부문에서 쓴 맛을 보기도 했다. 2007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DCM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여러 사업에 투자했다. 당시 자기자본 규모는 1000억원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라임산업이 추진했던 신도림테크노마트 개발사업 PF의 실행 및 PF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였다. 당시 신용평가회사는 ABS에 'BBB-'의 신용등급을 부여했고 이를 팔아 수익을 냈다. 이 밖에도 4개 부동산 사업장의 에쿼티(equity) 투자를 단행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했다. 박성원 KB증권 IB영업총괄부사장은 "당시 충당금을 900억원 가까이 쌓으면서 직원들이 인센티브를 못 받게 됐고 인력 유출이 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3년간 이를 남은 사람들이 벌어서 다 갚았지만 이 때의 경험이 약이 됐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매입약정이라는 개념도 당시 처음으로 도입했다. 매입약정은 증권사가 자금조달과 관련해 사전에 약정된 범위 내에서 조건부 책임을 지는 신용보강 형태로 증권사가 부담하는 리스크가 매입확약에 비해 낮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부동산 본 PF를 진행할 때도 주로 선순위 트랜치에 자금을 집행,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아무리 좋은 딜도 KB증권 뿐 아니라 타 회사와 함께 들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여러 투자자가 들어올 수록 이중, 삼중으로 리스크 점검을 하기 때문에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할 때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에쿼티 투자나 사업성이 낮은 브릿지 투자를 자제하고 있다. 핵심사업장만 투자한다는 원칙도 이때 생긴 것이다. 15년전 쌓았던 대규모 충당금이 현재 조 단위의 자산을 굴리는 KB증권에 큰 교훈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소홀하지 않았다. 특히 2015년 7월 발행한 1조200억원 규모의 인천공항철도 ABS 역시 자본시장의 한 획을 그었다. 정부의 재정부담을 완화하면서도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었던 SOC 관련 투자를 공모 ABS를 통해 개인투자자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해당 ABS의 신용등급은 AAA였다.

◇ 김성현 체제, 리스크파트·IB 실무자 소통 '강화'…IB 본연의 역할에 집중

KB증권은 보수적으로만 사업을 하고 있지는 않다. 리스크파트와 실무자가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통상적으로 리스크관리 쪽은 가부(可否) 여부만 통보하지만 보완점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물론 소통이 처음부터 원활했던 건 아니다. IB 업무에 능통했던 김성현 대표가 취임한 뒤에 심사와 실무자의 조율이 가능한 구조가 됐다.

조 부사장은 "과거 현대증권 시절과 비교하면 사업부서와 심사 쪽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며 "과거 프론트가 딜을 하고 심사는 사업진행 여부만 판단했다면 이제는 소통을 통해 딜을 더 발전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KB증권은 리스크관리본부와 리스크심사본부 등 두개의 본부 체제로 가져가고 있다. 리스크관리본부는 2개 부서 22명, 리스크심사본부는 3개부서 28명이 있다. 관리와 심사 파트로 나눠 전문화에 방점을 뒀다. 또한 미국 등 해외에도 리스크심사역을 파견해 해외 부동산이나 인프라 등 해외 물건에 대한 리스크 심사를 신속하게 하고 전문성을 갖추게 했다.


또한 시장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적시에 제공한다는 IB 본연의 역할도 잊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KB증권이 둔촌주공 재건축정비사업 PF 차환발행 주관사로 나서면서 시장의 자금경색을 풀어내는 역할을 했다. 현대·롯데·대우건설이 대출채권에 대한 연대보증방식으로 5423억원의 PF-ABCP를 발행했고 KB증권이 투자자를 모았다.

당시 KB증권은 기존 투자액도 재투자하면서 힘을 보탰다. 올해 1월 만기가 다시 돌아오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으로 국내 5개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만기도 2025년 4월까지 연장됐다. KB증권이 브릿지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이후의 부동산 시장 상황은 더욱 쉽지 않았을 수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도 올해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둘러싼 사업환경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부사장은 "올해 신규 사업을 전개할 때 개개별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선구안이 특히나 필요하다"며 "직원 개개인이 기초자산에 이해하고 있는지,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 중요한데 KB증권 내에는 경험이 많은 직원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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