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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프리뷰]한국카본, 가족회사 합병의 다른 의미 '승계 본격화'일감 몰아주기로 한국신소재 키운 뒤 합병… 오너 3세 조연호 실장 지분율 3.72%→13.86%

강용규 기자공개 2023-07-18 08:15:23

[편집자주]

주주총회 안건은 기업의 미래를 담고 있다. 배당부터 합병과 분할, 정관변경과 이사 선임 등 기업의 주요한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매듭짓게 된다. 기업뿐 아니라 주주들의 의견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특별·보통결의 안건들은 주주의 구성에 따라 통과되기도, 반대의견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한다. 더벨이 주주총회 안건이 불러올 기업의 변화를 분석해보고 주주 구성에 따른 안건 통과 가능성 등을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4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복합소재 기반 선박기자재회사 한국카본이 오너 일가 가족회사 한국신소재의 인수합병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경영을 효율화하고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등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합병을 통해 한국카본의 오너 3세인 조연호 전략기획실장의 지분율이 아버지 조문수 한국카본 대표이사 회장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까지 대폭 높아진다. 이번 합병에는 사업적 의미만이 아니라 한국카본의 3세 승계가 본격화된다는 의미도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카본은 8월18일 한국신소재 합병 안건을 승인받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안건이 승인될 시 9월30일을 기일로 한국카본이 한국신소재를 흡수합병하며 사명은 한국카본으로 유지된다. 합병 대가로 한국카본이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 794만7965주를 새로 발행해 한국신소재 주주들에 지분율대로 배분한다.

한국신소재는 유리섬유 및 탄소섬유 직물과 프리프레그(복합소재 중간재) 제조회사다. 조문수 한국카본 대표이사 회장의 아들인 조연호 한국카본 전략기획실장이 지분 70%를 들고 있다. 나머지 30%는 조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로 한국카본을 경영 중인 조 회장의 아내 이명화 대표이사와 조 회장의 두 딸인 조경은, 조혜진 두 이사 등 3명이 10%씩 보유 중이다.

한국카본은 한국신소재를 인수해 복합소재 제조사업의 밸류체인을 통합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항공우주, 방산, 자동차부품 등 경량화소재의 수요 전망이 밝은 사업 분야에 더욱 공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합병 이전 한국카본이 한국신소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만큼 합병이 성사된다면 한국신소재의 실적은 그대로 한국카본 실적에 더해지게 된다. 한국신소재는 지난해 매출 697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6.4%의 순도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영업이익률이 20%를 웃돌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에 따른 최대 수혜자가 법인 한국카본이 아닌 오너 3세 조연호 실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병이 성사되면 조연호 실장의 한국카본 보유지분율이 기존 3.72%(163만3442주)에서 13.86%(719만6828주)까지 높아지면서 아버지 조문수 회장의 15.19%를 턱밑까지 따라잡게 된다는 점에서다. 조연호 실장의 한국카본 경영권 승계가 가까워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조문수 회장은 2000년대 들어 아버지 조용준 한국화이바 회장, 동생 조계찬 전 한국화이바 대표이사와 한국카본이 속해 있던 한국화이바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치렀다. 이 경영권 분쟁은 법원의 중재를 거쳐 2011년 조문수 회장이 한국카본을 들고 계열분리해 독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조문수 회장은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자신의 대에서는 분쟁의 여지가 없도록 확실한 승계 구도를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계열분리 직후인 2012년 한국카본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한국카본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고 이를 가족들과 함께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당시 조문수 회장이 20억원어치를, 1994년생으로 18세였던 조연호 이사가 70억원어치를, 장녀 조경은씨와 차녀 조혜진씨가 각각 5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조연호 실장은 2014년 BW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서 지분율 3.93%의 2대주주에 올랐다.

조문수 회장은 승계 구도 확립을 위해 한국카본의 BW와 함께 계열사 한국신소재까지 동원할 계획도 세워 뒀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신소재는 2005년까지 조문수 회장이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2012년에는 조문수 회장의 보유지분이 0이 됐다. 대신 조연호 실장의 한국신소재 지분율이 2006년 처음 55%로 나타났고 2012년에는 현재의 70%에 이르렀다.

이 2012년을 기점으로 한국신소재는 한국카본과의 거래가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총 매출에서 한국카본을 상대로 낸 매출의 비중이 49%로 집계됐다. 한국카본의 일감을 몰아주면서 한국신소재를 육성한 뒤 합병을 통해 조연호 실장의 한국카본 지분율을 크게 늘리는 '큰 그림'이 준비돼 있었던 셈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번 합병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안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통해 승인된다. 한국카본은 조문수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3.34%에 불과한 만큼 안건 승인을 위해 지분율 5.18%의 국민연금공단과 기타 소액주주들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한국카본이 합병 대가로 발행할 신주 794만7965주는 한국카본 총 발행주식수 4396만757주의 18.08%에 해당하며 이는 한국신소재 주주인 오너 일가 4인을 제외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18.08% 희석된다는 의미다. 지분가치 희석 이상의 메리트를 내세워 기존 주주들의 찬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번 임시주주총회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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