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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은 지금]업계에 부는 '클라우드' 바람, 흔들리는 점유율④외국계의 국내 진출로 지형도 변화, 독보적 시장 지위 위협

이상원 기자공개 2024-04-01 07:37:33

[편집자주]

안랩이 국내 최초 백신 프로그램 V3를 선보인 지도 어느덧 3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보안업계 부동의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보안 업계의 클라우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외국계 기업이 호시탐탐 안랩의 자리를 위협하는 등 공고했던 점유율도 불안해지는 모양새다. 정치적 이슈에 따른 부침도 커 보이는 상황이다.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는 안랩의 과거 성장 과정과 생존을 위해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 지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보안 업계에 가장 큰 화두는 '클라우드'다. 대기업 중심의 클라우드 도입이 늘어나며 보안이 더욱 중요해졌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안랩은 클라우드 형태의 보안 시스템 운영을 강화하며 '클라우드 네이티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리적인 설치가 없어 비용이 저렴하다.

문제는 클라우드가 안랩의 견고한 점유율에 위협 요소도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진입 장벽이 낮아지자 글로벌 보안 기업의 국내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국내 1위 자리를 지켜온 안랩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자가 늘어났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맞추기 위해 외국계 보안 시스템 채택을 늘리고 있다. 공고했던 안랩의 점유율이 흔들리는 중이다.

◇대기업 '디지털 전환' 수요 확대, 보안업계 클라우드 전환 속도

안랩이 클라우드 보안 시장에 진출한 시기는 2020년이다. 당시 관련 시장이 태동하기 시작하자 클라우드 보안 플랫폼 '안랩 CPP'를 출시해 대응했다. 국내 보안 기업 가운데 최초였다. 이듬해 클라우드 설계와 구축, 운영까지 제공하는 '안랩 클라우드'를 선보이며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 나갔다.

특히 클라우드 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 안랩은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올 초 '클라우드메이트' 지분 95.7%를 150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서버나 스토리지, 아키텍처, 애플리케이션 등의 클라우드를 최적화하는 전문 기업이다. 파트너사였는데 협업 과정에서 양사의 뜻이 맞아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

안랩은 이로써 단순 클라우드 보안을 넘어 '클라우드 네이티브'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안 시스템 자체를 기존의 전통적인 구축형(on-premise)에서 클라우드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보안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요구가 많아진 결과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IDC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전환과 관련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23년 2조7027억원에서 2027년 3조8473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8.8% 수준이다. IDC는 대기업의 클라우드 전환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안랩을 시작으로 국내 보안업계 전반이 클라우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기존 구축형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초기에 높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클라우드 형태의 보안 시스템은 관리가 쉽고 도입 기간이 짧다.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연이은 외국계의 국내 진출, 인지도에서 밀리는 안랩 '한계'

문제는 클라우드 전환으로 그동안 안랩이 장악하고 있던 국내 보안시장의 지형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계 보안 기업의 국내 시장 진입이 그만큼 쉬워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이미 검증받았고 공신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안랩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다. 이로써 안랩의 과점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의 사이버 보안 기업 '엑소니어스'는 2022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2017년 미국에서 창업해 비교적 신생 기업이지만 사이버보안 자산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체크포인트, 프로푸포인트 등의 미국 기업도 국내에 둥지를 틀었다. 각각 계정보안 솔루션, 이메일 사기방지 등 솔루션에 강점을 지녔다.

이스라엘 보안 기업 'SSD랩스'도 한국 시장에 입성했다. 해커 관점에서 취약점을 찾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오펜시브 시큐리티(Offensive Security)' 전문 기업이다. 이외에 '사이버아크'는 '신원 보안(Identity Security)'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기관과 공공기관 등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이은 외국계 보안 기업의 국내 진출로 안랩의 점유율이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식적인 집계가 없어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되지 않는다. 보안 산업 내 범위와 종류가 다양해 시장 규모와 점유율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안랩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을 유지해온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들어 40%대로 떨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글로벌화로 외국계 보안 기업은 국내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기업들과 거래를 하는 경우 기밀 유출 등을 감안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준하는 보안 시스템 구축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를 갖춘 외국계 기업들이 유리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안랩은 여전히 국내 시장에 머물러 있다. 2011년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미국 등 시장에 진출해왔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016년 진출 3년 만에 철수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작년 회사 전체의 2.2%에 불과하다. 작년 중국법인은 순이익 3억원을, 일본법인은 적자를 이어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밀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안랩도 기술력 측면에서는 높은 수준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존재감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외국계 보안 기업의 경우 해외에 있는 거래 상대방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외국계 보안 시스템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수요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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