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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창투는 지금]기댈건 '메타버스펀드'뿐인데…명운 걸렸다⑤설립 후 최대규모 1250억 베팅…'내리막 vs 재도약' 엇갈린 미래 전망

유정화 기자공개 2024-04-05 07:10:07

[편집자주]

1987년 설립돼 1세대 벤처캐피탈(VC)로 꼽히는 대성창투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GP로 선정됐지만 출자자(LP) 확보에 실패하면서 잇따라 자격을 반납했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어서 뒷말이 무성하다. 회사를 오랫동안 이끌어 온 수장이 사의를 표하고, 핵심 인력마저 이탈하면서 후폭풍도 거세다. 그간 대성창투의 '특기'로 꼽혔던 문화 컨텐츠 투자 명가 이미지도 퇴색되고 있다. 대성그룹 오너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VC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퇴색될까 후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더벨은 대성창투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2일 09: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대성창업투자는 영화 투자에서 눈을 돌려 메타버스 분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팬데믹 당시 신사업으로 주목 받았던 메타버스의 인기가 식으면서 대성창투는 투자 부문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대성창투는 지난 2021년과 2022년 잇따라 메타버스 펀드를 결성했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공간·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재현되는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당시 국내에선 '제페토', 해외에서는 '메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열풍이 크게 일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메타버스 기업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추세가 강화하면서 미래 신사업으로 엄청나게 주목 받았지만, 막상 엔데믹으로 전환되자 투자 대비 성과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산업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찻잔 속 태풍'이었다고 보는 시각과 생성형 AI와 만나 다시 한번 도약에 나설 거란 분석이다. 지난해 정책금융 출자사업에서 2번이나 위탁운용사(GP) 지위를 반납해 사실상 펀드레이징이 막힌 대성창투가 현재로서 내밀 수 있는 최후의 카드는 메타버스다. 향후 2개 펀드 투자 성패에 따라 회사 운명이 달라질수도 있다.

◇메타버스 펀드 2개 조성코로나 이후 업황 악화

현재 대성창투가 운용하고 있는 메타버스 펀드는 2개다. 과거 두나무, 블로코 등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투자했던 경험이 펀드 조성에 기반이 됐다. 먼저 2021년 8월 '스마트 CJ-대성 메타버스 투자조합'을 15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자금은 인공지능(AI), 확장현실(XR), 5G, 빅데이터 등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콘텐츠, 솔루션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CJ ENM과 모태펀드가 각각 60억원을 출자하고, 운용사인 대성창투가 30억원을 댔다.



대성창투는 해당 펀드를 재원으로 활용해 지난 2022년 2월 '알파서클'에 투자하기도 했다. 알파서클은 가상현실(VR) 영상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2018년 3월에 설립됐다.

이어 대성창투는 '대성 메타버스 스케일업 투자조합'을 지난 2022년 12월 110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대성창투 설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펀드다. 펀드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현하는 주요 기반기술 관련 중소·벤처기업에 약정총액의 6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즉 메타버스 기술로 사업을 영위하거나 메타버스 주요 기반 기술 관련 설비투자 계획이나 실적이 있는 기업이 대상이다. 기반 기술로는 XR(가상융합기술), AI, 데이터, 네트워크,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이 있다. 나머지 40%는 메타버스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M&A(기업 인수·합병)를 위한 매수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

2022년 모태펀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계정에 신설된 분야로, 같은해 6월 대성창투가 6월 수시 출자사업에서 1호 GP로 선정됐다. 이후 모태펀드가 600억원을 출자하고 중소기업은행과 신한캐피탈, 대성홀딩스, 대성에너지, 대성청정에너지 등이 출자했다.

대성창투의 메타버스 분야 투자 실탄은 얼마나 될까. 대성창투는 개별 펀드의 드라이파우더에 대해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성창투 한 관계자는 "회사별로 투자 기간 내에 소진하는 속도가 다르다"며 "펀드별 드라이파우더는 공개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대성창투가 보유한 메타버스 기업 가치가 투자 시점 보다 하락했을 거라고 보고 있다. 대성창투는 '스마트 씨제이-대성 메타버스 투자조합'과 '대성 메타버스 스케일업 투자조합'에 각각 GP 커밋(운용사 출자금)을 30억원과, 92억원을 넣었다.

한 VC 심사역은 "메타버스 산업 대표주로 꼽히는 로블록스만 보더라도 현재 주가는 2021년 주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2021년 고점을 찍고 내려왔지만 메타버스 내에도 투자 분야가 나눠져 있다 보니 포트폴리오 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햅틱스, 컴투스로카 등 투자…'대박' 아니면 '쪽박'

앞서 대성창투는 메타버스 관련 기업으로 2022년 2월 비햅틱스(XR 촉각 솔루션 전문 기업) 시리즈B 라운드에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다. 이어 VR 액션 게임 기업 컴투스로카에 지난해 5월 투자했고, 이어 9월에는 인공지능 감성형 챗봇 스캐터랩에 투자했다.

메타버스 시장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구현 기술의 한계로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상태다. 결정적으로 메타버스 테마가 한창 유행을 타던 때 챗GPT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열풍이 넘어갔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메타버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게임사들도 관련 신사업을 축소하고 나섰다. 올해 초 넷마블에프앤씨는 최근 메타버스월드 전 직원 70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법인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서비스 되고 있는 넥슨의 넥슨타운, 컴투스의 컴투버스 등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킬러 콘텐츠의 부재와 기술 완성도 부족으로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라는 명확한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생성 AI 기술의 폭발적인 진화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성 AI로 인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간과 비용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생성형 AI가 메타버스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정부도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을 오는 8월 28일에 시행해 메타버스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기로 했다. 이 법은 메타버스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기기 임대(렌탈)와 같은 전후방 사업도 지원한다.

대성창투가 운용하고 있는 2개 메타버스 펀드의 남은 투자 기간은 1년에서 3년 남짓이다. 높은 회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메타버스 기업 가치의 저점을 찾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대성창투 관계자는 "요즘 투자 환경에서는 적정 밸류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유리해 보인다"며 "펀드 결성을 한 박자 쉬고 가는 게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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