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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버리고 조직력으로 승부 '대대적 조직개편' [동부증권]①고유의 조직체계 구성 필요성

박준식 기자공개 2010-08-12 08:30:18

이 기사는 2010년 08월 12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소형 증권사에서 IB 업무를 하는 기업금융(CF)팀의 구조는 다분히 소호(soho)에 가깝다. 충성도 높은 클라이언트 몇몇을 보유한 팀장급 인원이 서너 명의 팀원을 데리고 그만그만한 증권사를 옮겨 다니며 수십억원을 벌어준다.

소형사는 그걸 독려하지 않지만 반대로 개입하지도 않는다. 방관하면서 성과급을 달란 대로 주기 마련이다. 당장 공백이 생기면 알맞은 인재를 구하기 어렵고 그나마 관계를 맺게 된 기업 고객도 떨어지게 된다. 단기적인 손실이 크기 때문에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이라면 좋은 게 좋은 거란 식으로 미봉책을 사용하기 쉽다.

이런 경우 예컨대 30억원을 벌면 30% 가량인 10억원을 인센티브로 지급하게 된다. 팀장급은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제 몫으로 챙긴다. 나머지 상당액을 영업비 등을 핑계로 다시 떼어놓고 전체에 비해선 미미한 수준의 몇 천 만원 단위 금액을 쪼개 팀원에게 분배한다. 거래 실무를 담당했던 실무급이나 협조 부서에선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소형 증권사의 이런 구태는 얼마 전까지 동부증권에도 남아 있었다. 대기업 계열이지만 그룹이 반도체와 건설, 철강 등 주력업에 역량을 쏟느라 증권사에 큰 투자를 하지 못했고 사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만큼 실적이 나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동부는 이런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인식을 뜯어고치고 고유의 조직 문화를 만들지 못하면 대형사로의 도약은 요원하단 걸 깨달은 것이다. 이른바 '철새'들을 방조하는 분위기에선 협업으로 인한 시너지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나름의 개혁을 준비했다.

동부가 올 초 IB 하우스 정비를 위해 영입한 정해근 부사장은 업계의 거물급 인사로 평가된다. 1986년 산업은행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대우증권 임원을 거친 파생 및 트레이딩 전문가로 알려졌다. 정 부사장이 동부에 둥지를 튼 것은 업계의 화제였다.

예상대로 그는 강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동부증권의 IB가 조직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 부사장이 오전 7시에 출근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전일 야근자가 아닌 경우 8시에 들어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회사에는 전과 달리 기강이 잡혀 있다.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던 팀장급도 요즘은 어떤 고객사를 만날지 스케줄을 보고한다. 실적으로 증명하겠다고 반발하던 일부는 고객군 조사 후 변명의 여지를 잃었다. 실적을 낱낱이 검토한 결과 고객관리 체계가 정립돼 있지 않았고 딜 소싱 역시 능력보다는 인적 네트워크에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 체계는 기업금융 1~2팀 등으로 움직이던 지난해와 달리 커버리지 본부(RM)와 솔루션 본부(PM)로 재정비됐다. 정 부사장이 커버리지 본부를 직속으로 두고 관리하는 가운데 솔루션 본부장으로는 삼성증권과 피닉스자산운용, HMC증권 임원을 거친 오성용 상무가 영입됐다.

커버리지 본부는 1~4팀으로 세분화돼 기존 거래 고객과 신규 고객 200여 개를 중심으로 관리 대상을 정했다. 솔로몬증권 출신의 이경재 이사와 유진투자증권의 이영재 이사 등 업계의 인재가 커버리지 본부에 충원돼 조직적인 고객관리 체계가 만들어진 게 눈에 띈다.

예전에는 소싱과 프로젝트를 동일인이 수행했지만 지금은 소싱이 이뤄져도 내부에서 리스크매니지먼트와 프로젝트 실무가 분업되는 구조다. 커버리지의 속성은 어떻게든 고객 입장에서 딜을 추진해야 하지만 무리한 구조의 거래는 회사에 유무형의 손해를 끼친다. 솔루션 본부의 PM팀은 소싱된 딜의 이해상충 가능성 등을 체크하고 내부 의사결정과 실무를 담당한다.

솔루션본부 내에는 글로벌 IB팀도 구성됐다. 이들은 크로스보더 거래를 주도하는 전문 인력으로 구성됐다. 해외 전환사채 발행이나 현지법인 자금조달 등을 전담한다. 여기에 얼터너티브 파이낸스팀도 구비됐다. 세컨더리 마켓의 딜이나 일반적인 자금조달 방식으로 불가능한 거래의 구조화금융 및 자원 개발 등을 도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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