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 커지는 시멘트업]'혐오 시설' 낙인, 죄인 시선 문제없나님비 현상 넘어 실제 공장 문 닫기도…"공존 모색해야"
박기수 기자공개 2019-10-07 09:22:00
[편집자주]
최근 시멘트 업계를 관통하는 단어는 '내우외환'이다. 각 업체가 가지고 있는 내부 고민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도 점점 비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닥친 위기는 일본산 석탄재 수입 규제와 지역자원시설세의 도입이다. 시멘트 업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설 경기도 좋지 않다. 위기관리가 요구되는 시멘트 업계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1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민원 들어온다고 공장 문 닫으면 기업 못하죠. 그래도 업체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시멘트와 레미콘 사업은 근대 한국 경제의 성장과 궤를 함께한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건설 경기와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레미콘은 제조된 이후 최대 90분 이내에 공사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굳어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레미콘 공장이 위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다. 한국 경제와 함께 성장했던 레미콘 업체들은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어느새 '기피 대상'이 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미지와 산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레미콘 업체들이 외부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회가 발전하면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구성원들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수도권에 위치하는 레미콘 공장들은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면서 "정치인들의 당선 공약이나 정책 결정 방향에도 크게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일부 업체는 영업 활동에 큰 영향을 받을 정도다. 대표적인 기업 집단은 삼표그룹과 한일시멘트그룹이다.
삼표그룹은 서울 풍납동과 성수동에 레미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두 공장은 수도권 지역에 레미콘을 공급하며 건설 현장의 젖줄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다만 현재 두 공장은 대체 부지 없이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성수동 공장은 서울시가 서울숲 확장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전이 확정됐다. 성수공장의 소유 법인인 삼표산업은 성수동 부지를 현대제철에 빌려서 쓰고 있었다. 현대제철과 서울시가 합의에 이르면서 적어도 2022년까지는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풍납동 공장 역시 문화재가 발굴되면서 공장 이전이 추진됐고, 법정 공방까지 갔지만 삼표 측이 최종 패소하면서 부지를 비워주는 상황을 맞이했다.
2017년에는 한일시멘트 개봉동 공장이 운영을 중단했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당시 회사가 공장 부지를 팔아 자금을 마련한다는 '니즈'도 있었지만 주민 민원 등으로 인해 공장 매각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다는 후문도 있다. 개봉동 공장은 현재 부천 공장이 대체하고 있지만 서울권에서 거리가 멀어져 영업망 일부를 잃게 됐다.
최근 정치권에서 도입하려는 시멘트 업계의 지역자원시설세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멘트 업계는 석회석(원재료)을 생산할 때 세금을 낸다"라면서 "시멘트 생산 1t당 지역에 세금 1000원을 부과하는 방안은 이중과세일 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라는 명목하에 기업을 옥죄는 포퓰리즘 정책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설세 도입 등으로 시멘트 가격이 상승하면 시멘트를 원재료로 쓰는 레미콘 업체들의 사정도 그만큼 팍팍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 역시 보호 대상으로 기업 활동에 중요한 척도가 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시멘트와 레미콘 업체들을 무조건 죄인 취급하는 시선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산업 시설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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