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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Forum]업종보다 GVC 내 위치선정 중요…"차별화 핵심"조철 산업통상연구본부장 “중국 중심 재편…산업별 경쟁력 파악해야”

김성진 기자공개 2019-11-28 09:32: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7일 18: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가치사슬(GVC) 측면에서 본다면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우리나라가 어떤 산업에 주력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획과 마케팅에 강점이 있다면 이를 중점으로 운영하고, 기술개발(R&D) 역량이 뛰어나다면 R&D에 집중하면 된다. 결국은 우리나라가 어떤 브랜드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17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사진)은 27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 더벨 경영전략포럼'에서 '산업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GVC 재편과 우리의 대응' 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는 "최근 GVC 관점에서 산업 종류를 구분하는 개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기업의 역할들을 어떻게 배치시키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중 및 한일 무역 갈등이 심화하며 세계 산업통상 환경이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 이에 따른 GVC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선 조 본부장은 GVC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가치사슬은 기업이 경영활동을 추진함에 있어 기획, R&D, 제조, 마케팅, 유지보수 등 다양한 가치창출 영역을 일컫는 경영학적 개념이다. GVC는 이러한 가치사슬 활동들이 세계적으로 얽히고설켜 있는 현상을 말하며, 국가별로 GVC에 대한 참여도는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는 "GVC는 과거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이 단순하게 상품을 더 많이 팔고 우리 시장을 지키는 개념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단순 제조업이라 할지라도 투자가 더 중요할 수도 있고 R&D가 더 중요할 수 있으니 이러한 자국의 산업 분야별 경쟁력을 파악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가치사슬 역할을 배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본부장은 제조업에 대한 비관적인 시선을 예로 들며 "최근 제조업이 몰락하고 있다는 관측들이 많이 나오는데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정책을 보면 모두 제조업이 강조되고 있다"며 "미국은 과거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제조업 부흥정책을 쓰고 있으며 독일의 인더스트리 4.0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는 정책이다"고 했다. 이어 "이처럼 어떤 특정 산업의 전망이 좋고 나쁨을 따질게 아니라 그 산업 내 어떤 분야에서 얼마큼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산업은 GVC와 밀접하게 연계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GVC는 크게 전방 GVC와 후방 GVC 둘로 나눌 수 있다. 전방 GVC는 해외 생산에 중간 투입된 국내부가가치 비중을 뜻하고, 후방 GVC는 국내 생산에 중간 투입된 해외 부가가치 비중을 말한다. 한국은 전·후방 GVC 둘 다 참여도가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들어 전방 GVC 비중이 더욱 높아지는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조 본부장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이미 8,90년대 대부분의 산업들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고 그 이후로는 산업 내 GVC 위치가 달라지는 형태로 발전해왔다"며 "예전에는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주요 부품들을 만들어 수출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주요 부품들을 국산화하며 거세게 추격하는 상황이라 여기서 한 번 더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 바뀌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주요 수출품들의 수출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9.8%나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량은 올해 25% 이상 감소했으며, 평판 디스플레이는 15.5%,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제품 등도 10% 이상 수출이 감소했다. 선박 수출이 회복되고 승용차 수출이 늘어나긴 했지만 전반적인 수출 증가세로 보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이 주요 부품들을 빠르게 자체 생산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조 본부장은 "중국이 그동안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오다가 빠르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중국에 있던 공장을 왜 베트남으로 옮겼는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중국은 더 이상 단순 생산기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단순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주력하는 만큼 한국도 이에 따른 빠른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 본부장은 중국의 GVC 위상이 높아지는 데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도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각국이 가치사슬로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혀 있고 중국이 사실상 그 중심에 놓여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을 모든 다른 국가들과 단절시키기도 어렵고, 이는 오히려 미국이 고립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이번 미중 무역분쟁은 사실상 기술분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한국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어떤 산업인지 따지기 보다는 제품을 차별화하거나 더욱 깊이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과 같은 상품을 만들어서 가격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고, 중국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경쟁 대상이 아닌 차별화 대상으로 봐야한다"며 "자율주행차, 전기차, 드론 등과 같은 신사업들도 모두 기존 제품에서 조금 더 차별화한 제품들이며, 결국은 R&D, 제조, 기획 등 핵심 역량을 고려해서 전략과 정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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