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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삽 뜬 대체거래소]핵심쟁점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 만든다③국가별 금융환경에 따라 기준 달라...한국, 자본시장법에 구체적 내용 없어

안준호 기자공개 2022-12-02 15:16:15

[편집자주]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대체거래소)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간 ATS 관련 논의는 독점 체제 해소라는 명분과 사업성 확보라는 현실 사이 어딘가에서 좌초를 거듭해왔다. 9년간 도입 논의가 이어지며 누적된 쟁점들도 적지 않다. 더벨은 내년 예정된 예비 인가를 앞두고 ATS의 독자 생존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짚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1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도입은 자본시장에 효율과 비효율성을 동시에 낳는다. 복수 거래소 간 경쟁으로 서비스 향상이 이뤄질 수 있지만, 동시에 시장 분할 현상을 만들어 같은 상품이 다른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ATS를 도입한 국가들은 최선집행의무(Best Execution) 원칙을 수립했다. 주문을 받은 증권사들이 여러 거래소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택해 거래를 체결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현재 우리 자본시장법은 최선집행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선언전 내용만 규정되어 있다. 어떻게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것인지는 증권사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ATS 설립 이전에 최선집행의무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당국 역시 이를 위해 검토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가별 상황에 따라 달라진 '최선집행의무'

ATS의 고향인 미국은 '가격'을 최우선 기준으로 보고 있다. 고객이 가장 유리한 호가로 거래할 수 있어야 최선집행의무가 충족된 것으로 본다. 이르바 '전국적 최우선호가(National Best Bid and Offer·NBBO)'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를 위해 중앙집중형으로 거래와 호가 정보를 공개하고, 실시간으로 최선호가가 존재하는 시장에 주문을 회송하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IT 기술 발전과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한 규정을 추가하며 가격 기준의 최선집행 의무가 지켜질 수 있도록 했다.

유럽은 최선집행의무를 지키기 위해 가격, 비용, 속도, 체결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무적으로 최우선 호가를 찾도록 전산 시스템을 구축한 미국과 달리 복합적 기준을 도입해 가능한 합리적 결과를 도출하게 했다. 시스템 구축의 난이도를 고려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규정을 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일본은 유럽과 유사한 기준을 택했다. 다만 도입 초기 증권사들의 부담을 고려해 정규거래소 주문을 우선순위로 처리해도 최선집행의무를 준수한 것으로 인정했다. 대다수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거래소를 통한 거래에 집중하며 대체거래소 발전이 더뎌졌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이러한 관행은 PTS(일본의 ATS)의 시장점유율이 5% 이상으로 증가한 후에도 고착화되어 2010년대에 지속적으로 주문체결이 거래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금융청(FSA)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5월 최선집행의무 원칙을 보강하는 개정 내각령을 확정했다.

◇금융당국,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 제시할 예정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최선집행의무는 ATS의 시장 안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도 대체거래소 인가와 함께 별도로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에서 최선집행의무에 대한 원칙도 시행령에 함께 포함되어 있는 상태다. 가격·제반 비용·주문규모·매매체결 가능성을 고려해 주문을 최선의 거래조건으로 집행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금융당국은 개정안 입법예고 당시 최선집행의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은 전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2015년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 정책을 발표할 당시에도 최선집행의무 세부내용 정비를 업무 내용에 포함시켰다.

다만 ATS 설립 논의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며 10년 가까이 이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최선집행의무를 지키기 위한 기준이나 우선순위는 주문을 받는 증권사들에게 달려 있다. 전체 시장에 적용되는 일괄적 기준을 정하기 보다는 각 사별 상황에 맞춰 일종의 재량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미국은 최선집행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것보다 가격을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유럽은 여기에 거래비용이나 체결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 법령은 유럽에 가까운데, 현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검토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문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의 우선 순위나 선호도가 다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 역시 고려할 예정이다. 앞선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는 아무래도 가격을 우선하게 될 것 같고, 기관은 또 (선호가) 다를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는 증권사와 고객 간에 성립하는 의무이므로 각 사 별로 최선집행의무 이행에 대한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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