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모니터]비싸도 사는 차로 진화한 '현대차'차량 가격 오르고 마케팅비 비중 줄어도...매출액 142조 돌파 '어닝 서프라이즈'
양도웅 기자공개 2023-02-02 07:38:39
[편집자주]
이익을 확대하려면 수익(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 중 경기침체 국면에선 많은 기업이 비용을 줄이는 쪽을 택한다. 시장 수요가 줄어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돈을 관리함으로써 돈을 버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THE CFO가 기업의 비용 규모와 변화, 특이점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0일 11:2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현대자동차가 '싸고 좋은 차'에서 '비싸도 사는 차'로 탈바꿈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리 말해 과거처럼 큰 폭의 할인을 포함한 마케팅비를 쓰지 않아도 차를 제값에 판매할 수 있는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다는 의미다. 이에 따른 수익성 향상 효과도 거두고 있다.올해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그간 완성차 업계 전체를 괴롭혔던 반도체 수급 문제 등이 해소되면서 생산량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과 맞물리는 탓에, 마케팅비를 증가시키는 판매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케팅비 비중 3.1%로 큰폭 감소...가격 올라도 팔린다
현대차는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142조5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1.2%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9조8197억원으로 전년 대비 47.0% 증가했다.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바로 매출액에서 마케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점이다. 차량 한 대를 파는 데 사용된 판매활동촉진비와 광고선전비 등의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할인이나 캐시백 등의 마케팅 활동을 덜 펼쳐도 자동차가 판매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현대차의 마케팅비는 4조45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마케팅비 비율은 2021년 3.4%에서 2022년 3.1%로 3%포인트(p) 떨어졌다.
3.1%는 최근 5년래 가장 낮은 숫자이기도 하다. 2017년 현대차는 96조376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기 위해 매출액의 3.6%에 이르는 마케팅비를 써야 했다. 하지만 2022년엔 그때보다 47.9% 많은 매출액을 올렸음에도 마케팅비가 매출액에서는 차지하는 비중은 3.1%로 오히려 떨어졌다.
그 사이 현대차 제품 포트폴리오는 세단 중심에서 SUV와 고급차(제네시스 포함) 중심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차량 한 대당 판매가격이 세단의 경우 2017년 3648만원에서 2022년 3분기 누계 기준으로 4784만원, 같은 기간 SUV의 경우 2940만원에서 4609만원으로 늘어났다.
종합하면 현대차는 할인을 비롯한 마케팅비 비중을 늘리지 않고도 과거보다 비싼 차를 기꺼이 사주는 고객들이 늘어난 셈이다. 고급차 이미지로 변신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한 현대차로서는 눈에 띄는 성과다.
◇수익성 개선 효과, 올해도 이어질까
매출액 대비 마케팅비 비율이 감소하고, 차량 한 대당 판매가격이 증가하면서 현대차는 수익성 향상 효과도 봤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9%로 전년 대비 1.2%p 향상됐고, 5년 전과 비교하면 2.2%p 올랐다.
관건은 역시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인가다. 무엇보다 현대차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한 제네시스에 대한 글로벌한 인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에선 당장 수익성이 2018년과 2019년, 2020년 수준인 2~3%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진 않다.
다만 올해 높은 금리에 따른 경기침체로 구매력이 떨어지고, 완성차 업계 전체를 괴롭힌 반도체 수급 문제 등이 해소되면서 현대차뿐 아니라 경쟁사들의 생산력도 정상화되고 있어 판매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판매활동촉진비를 포함한 마케팅비와 그 비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더욱이 이러한 환경에서도 공격적인 목표치를 설정한 현대차이기 때문에 시장에선 마케팅 비중의 소폭 증가를 점치고 있다. 회사는 올해 매출액 성장률을 전년 대비 10.5~11.5% 수준으로 설정했다. 도매 기준 판매량 목표치도 전년 대비 9.6% 증가한 432만대로 설정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구매력 저하로 인한 신차 수요 둔화는 오는 2023년 2분기부터 산업 재고 과잉으로 몰아세울 것"이라며 "이는 인센티브의 가파른 상승 근거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가격을 인하한 테슬라처럼 순수전기차(BEV)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 심화도 수익성 개선 지속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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