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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이 물적분할을 택한 세가지 이유 주주 반대에도 인적분할 대신 선택, 독립법인 체제가 팹리스·파운드리 모두에 유리

김혜란 기자공개 2023-03-09 12:49:22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8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하이텍이 지난해 검토했다 중단했던 물적분할을 재추진키로 했다. 팹리스 사업부(브랜드사업부)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법인의 100% 자회사로 떼어내기로 한 것이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주들의 반발을 의식해 신설법인은 상장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지난해에도 DB하이텍은 브랜드사업부(팹리스) 분할을 추진했다가 부정적 여론에 부딪혔고, 당시 소액주주들은 인적분할을 대안으로 요구했었다.

DB하이텍이 주주들의 반대에도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배경과 명분은 무엇일까. 주주들을 설득할 대책은 제대로 마련됐을까. DB하이텍 물적분할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본다.

◇팹리스·파운드리 분리 의미는

DB하이텍이 분할을 추진하는 명분은 분명하다. 파운드리와 팹리스를 서로 분리하는 게 경영상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DB하이텍은 주력인 8인치(200mm) 파운드리 사업과 함께 브랜드사업부를 통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외주설계 사업도 해왔다. 브랜드사업부를 떼어내 신설법인 DB팹리스(가칭)로 분리하고 DB하이텍을 순수파운드리로 만들겠다는 그림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순수파운드리 여부가 중요한 것은 파운드리의 고객사가 팹리스이기 때문이다. 한 회사 내에 파운드리와 팹리스가 붙어있으면 고객사 입장에선 설계도가 '경쟁사'에 유출될 것을 우려하며 위탁생산을 맡기기 부담스럽다. 대만 파운드리 TSMC가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세운 덕분이다.

DB도 팹리스를 독립법인으로 떼어내는 것이 팹리스와 파운드리 두 사업 영역 모두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는 고객사를 유치하고 신뢰 관계를 이어가기에 좀 더 유리해지고, 브랜드사업부 입장에서도 독립하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DDI 등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투자 등 사업 육성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게 DB의 주장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그동안 파운드리 고객의 기술유출을 비롯한 이해 충돌 문제 때문에 범용제품인 LCD 중심 DDI에만 국한할 수밖에 없었다"며 "(브랜드사업부) 사업영역을 부가가치가 높은 OLED 구동칩으로 확장하고,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구동칩 등 고성능 반도체시장 진출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황규철 DB팹리스 사장은 "모회사인 DB하이텍과의 시너지를 높여 '제 2의 미디어텍'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왜 인적분할 아닌 물적분할 강행하나?

DB하이텍은 분할되는 신설법인(DB팹리스)을 상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정관에 상장하려면 모회사 DB하이텍의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거치게 하도록 못 박겠다고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한 장치를 얼마나 확실하게 마련해 정관에 넣느냐가 쟁점이 될 수 있어 보인다.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인적분할을 요구해왔음에도 비상장을 조건으로 한 물적분할을 다시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DB하이텍은 DB(DB Inc로 상장)가 지분 12.42%를 쥐고 지배하고 있다. 만약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DB Inc가 DB하이텍과 신설법인 지분을 각각 12.42%씩 보유하게 되는데, 그룹은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단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인적분할로 DB하이텍 내부 사업부 하나를 떼어내게 되면 결국엔 DB하이텍의 몸값이 떨어져 헤지펀드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경영진의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또 매출과 이익 규모가 파운드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DB팹리스를 '제2의 미디어텍;으로 육성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DB팹리스가 DB하이텍의 100% 자회사이자 비상장사로 있으면 모회사의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지원하기가 유리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적분할 후 재상장으로는 자금 조달이 어렵고 유상증자를 한다고 해도 DB Inc가 참여해야 하는데 DB Inc의 현금성자산이 작년 3분기말 연결회계기준 415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투자여력이 있는 DB하이텍이 모회사로 뒷받침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인적분할 후 재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노리더라도 DB팹리스가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인 범용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만큼 기업 가치를 얼마나 인정받아 기업공개(IPO)라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브랜드사업부의 매출 규모는 지난해 약 3000억원, 영업이익은 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DB의 계획대로 물적분할하면 DB팹리스가 DB하이텍의 100% 자회사가 된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팹리스의 실적이 DB하이텍 연결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인적분할하면 DB팹리스의 실적은 DB하이텍이 아닌 DB 연결재무제표에 잡힌다. 물적분할로 DB팹리스가 DB하이텍의 100% 자회사가 되면 DB하이텍 연결재무제표로 들어가는데, 회사 측은 이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DB하이텍 측은 "신설법인을 100% 자회사로 두면 신설법인의 실적을 모두 반영 받게 되어 분사로 인한 매출 감소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중장기적으로 신설법인의 신규사업 진출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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