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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 & Lab]CNT 소재부터 장비까지 국산화…제이오, '20년 외길' 세계서 통했다①부생가스 원재료로 전 세계 유일 '연속생산공정'에서 제조

안산(경기)=김혜란 기자공개 2023-03-30 12:55:24

[편집자주]

제조업이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든, 출발점은 Fab(공장)과 Lab(연구소)다. 여기에서 얼마나 고도화된 공정 개발이, 기술 연구가 이뤄지느냐가 최종 제품의 질을 좌우한다. 더벨이 기업의 산실인 제조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현장을 찾았다. 또 Fab과 Lab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와 연구소장, 엔지니어 등을 직접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10: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느 것 하나 외부에서 손 빌린 것이 없다. 2차전지 배터리 핵심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의 연구·개발(R&D)부터, CNT를 생산하기 위한 장비와 공정 설계까지 모두 제이오가 손수 해냈다.

CNT는 한국과 중국 일부 기업만이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첨단제조기술의 집약체지만 지난 13일 직접 찾은 제이오 안산사업장의 제조장비와 공정은 간단해보였다.

"이렇게 만들기까지 20년이 걸렸어요." 공장을 안내한 김주희 전자소재사업부 상무가 말했다. 김 상무는 제이오의 강득주 대표이사 사장과 20년동안 CNT 제조설비 설계에 매달린 끝에 '연속반응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원재료인 에틸렌 가스 등을 주입하기만 하면 한 번에 CNT를 만들어주는 제조라인을 말한다. 김 상무의 말에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끈기와 집념으로 매달린 CNT 사업

제이오는 전기와 전자의 흐름을 원활하게 돕는 소재인 도전재를 만든다. 2차전지에서 도전재는 왜 필요할까. 2차전지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자체에는 전도성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엔 도전재로 카본블랙이 쓰였으나 이제는 신소재 CNT로 대체되고 있다. CNT는 1% 미만만 들어가도 충분히 도전재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CNT로 대체하면 그만큼 양극재 양을 늘릴 수 있다.

CNT가 카본블랙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본 기업은 많지 않았다. 일본과 미국 기업들이 수익성이 적어 사업을 접는 상황에서도 제이오는 계속 CNT 연구에 매진했다.

제이오의 원래 주력 사업은 공장설계 등 플랜트였다. 그 덕에 CNT 장비와 공정 설계도 모두 자체 개발할 수 있었다. 제이오 안산사업장의 모든 장비는 제이오가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 특허를 냈다. 전 세계에서 하나뿐이다. 모든 공정은 자동화가 이뤄져 장비가 잘 작동하는지 감시하는 엔지니어가 있는 '컨트롤룸' 외에는 사람의 손이 거의 필요 없다.

김 상무가 안산사업장 3층 메인공장으로 안내했다. 이곳은 '합성공정'으로 불린다. 김 상무는 "주요 물질의 모든 특성은 여기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연간 CNT 10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합성설비가 가동되고 있다. 합성설비에 가스와 촉매가 주입되면 고온에서 가스가 촉매에 반응해 탄소만 촉매와 성장하고 수소는 분리되는 화학 반응으로 CNT가 만들어진다.
압축공정이 이뤄지는 모습(사진=제이오 제공)
◇20년 기술 개발의 집약체 '연속반응공정'

이렇게 공정을 단순하게 만들기란 매우 어렵다. 가스가 주입된 뒤 CNT가 만들어지기까지 4시간. 합성공정은 24시간 돌아간다. 중국 기업들은 이렇게 한 번에 CNT를 제조해내지 못하고 중간에 사람의 손이 꼭 필요하다. 김 상무는 "이런 연속 공정으로 CNT를 제조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제이오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설비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데만 20년이 걸렸다. 몇 번이나 설계하고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드는 지난한 과정을 반복했다. 그 기간 한동안 사업장 내에는 수없이 시도하다 실패한 버려진 장비들만 쌓여갔다.

합성장비에서 가루 형태의 CNT가 완성되자 자동으로 이송배관을 타고 다음 공정인 2 '압축라인'으로 날라진다. 2층으로 내려가니 대형 깔때기 모양의 압축공정기에서 10배 진공 압축이 진행되고 있다. 압축이 완료되면 1톤 단위로 CNT를 저장하는 사일로(저장) 장비로 역시 자동으로 옮겨진다.

이후 섞어주면서 2차 압축이 이뤄지고 그다음 1층으로 이송돼 포장 작업이 진행된다. 겉보기엔 쌀 포대처럼 생겼지만 제이오가 자체 개발해 특수제작된 포장지에 기계가 CNT를 5kg씩 담고 있다. 이 포장지는 온도와 습도 등 외부 변화에 강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CNT는 분산제를 넣고 액상화가 이뤄진 뒤 제이오의 고객사인 전지회사에 납품돼야 한다. 포장된 CNT는 협력사인 나노신소재 등 분산회사로 간다. 주요 고객사는 SK온, 스웨덴 노스볼트, 중국 닝더스다이(CATL), 비야디(BYD) 등이다.

압축된 CNT가 저장돼 있는 사일로(사진=제이오 제공)
◇버려지는 가스가 도전재로 재탄생

CNT의 주요 원재료는 에틸렌 가스다. 안산사업장 입구에 들어서면 대형 에틸렌과 산소, 질소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CNT는 간단하게 말하면 기체상태의 탄소를 고체 상태의 결정성 탄소로 제조는 공정이다. 여기서 보관된 가스가 합성공정 공장으로 계속 주입되는 것이다.

가스는 주로 석유화학단지에서 버려지는 부생가스다. 부생가스를 사용하는 데는 여러 장점이 있다. 김 상무는 "에틸렌가스를 만들기 위해 다른 생산설비가 들어가는 게 아니고 버려지는 가스라 원유가격이 높아져도 가격 변동폭이 작다"며 "원재료의 안정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제이오는 상장하면서 모은 공모자금으로 안산1공장 근처에 신공장(2공장) 부지를 확보했다. 2025년까지 생산능력(CAPA)을 5000톤 규모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 공정을 내재화해 설비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제이오의 연속공정방식은 생산수율을 높이고 자동화 대량 생산 시설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이것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2차전지 소재기업으로 우뚝 서는 원천이 됐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제이오 안산사업장(제1공장) 전경(사진=제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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