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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신약 꿈, 에피스의 고민]신약연구 수행 선행개발본부, 강소조직의 은밀한 움직임②BMS 임원 출신 조호성 '선행개발본부장', 저분자화합물·항체·ADC 항암제 연구이력

임정요 기자공개 2023-05-18 13:12:48

[편집자주]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에 뛰어든지도 10년이 더 흘렀다. 그 사이 위탁개발 및 생산업체(CD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별도기준 연매출 2조원의 체급으로 성장했다. 바이오 복제약을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또한 2019년을 기점으로 흑자 전환을 이뤘다. 생산 캐파와 단백질의약품 개발력을 갖췄으니 다음 단계는 바이오신약이라는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신약개발은 평균 10년의 연구개발 기간과 1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성공가능성이 10% 보다 낮다. 그만큼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크다. 시밀러를 넘어 신약으로 나아가려는 삼성그룹의 전략적 고민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6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에 대한 삼성그룹의 공식입장은 속시원히 뚜렷했던 적이 없다. 비공식 석상에서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지나가듯 꺼낸 말들만 시장에 돌 뿐이다.

지배구조상 신약에 대한 최종결정권은 단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있으나 김 전 사장과 고 사장 또한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개국공신이랄 수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의 말에 어느 정도 무게는 실린다. CMO로 시작해 시밀러를 거쳐 신약으로 가자는 리스크 최소화 '빅픽쳐'를 설정한 이들이다.

삼성전자 및 삼성 계열사 대표들은 2년 또는 4년마다 교체된다. 이를 고려할 때 바이오 계열사 두 곳에서 김 전 사장과 고 사장이 회사 설립부터 10년 보직을 유지한 점도 특이점이다. 그만큼 삼성의 바이오 사업에 필수적인 전략가들로 인정받았다.

김 전 사장은 2011년부터 2020년초까지 9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직을 소화하고 물러났다. 대표직을 내려놓은 후에는 이사회 의장으로 2년 더 회사경영에 임했다. 2023년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완전히 공식직함을 내려놨다. 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11년째 대표직을 유지 중이다.

김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수년전 "신약을 해야 독점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삼성이 2011년에 곧장 신약을 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했다"며 "시밀러 또한 직접 하기보다 (바이오젠과) 합작을 통해 개발노하우를 배워 언젠가 신약에 도전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모든 것은 신약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시밀러는 근본적으로 한계…신약으로만 독점지위 가질 수 있다"

삼성그룹이 10년 전 세운 바이오 전략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MO,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시밀러로 기반을 다지고 그 다음 신약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김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시밀러는 개발할 수 있는 제품이 제한적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관계로 수익성이 없다"며 "신약프로그램은 개발 가능한 적응증과 물질이 수천개니 대상을 잘 고르면 독점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신약의 중요성을 얘기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의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과정에서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에 대한 기밀 정보를 다루게 된다. 때문에 직접 시밀러나 신약에 뛰어들 경우 고객과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에는 100% 자회사이나 겸직금지 조항 등 방화벽(Firewall)을 두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 R&D를 추진해야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작년 하반기 '선행개발본부'를 세웠다. 기존 바이오시밀러를 연구개발하던 '개발본부'와는 차별화된 조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내부사정을 아는 한 시장관계자는 "'선행개발본부'는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결과"라며 "20억원을 들여 인력을 뽑는 것이 '앞으로 연간 2000억원을 들여 신약을 하겠다'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 신약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실패할 경우 후폭풍을 감당하는 게 적지 않은 부담일 것"이라고도 했다. 그룹차원에서 선뜻 신약에 대한 공식입장이 나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핵심 3인방고한승 사장·김경아 부사장·조호성 부사장

삼성바이오에피스 핵심인력을 얘기하려면 삼성종합기술원 출신들을 빼놓을 수 없다. 고한승 사장과 김경아 부사장이다. 고 사장이 시밀러 사업에 대한 초기 아이디어와 전체 근간을 세웠고 김 부사장이 시밀러 셀라인(Cell line) 연구개발 및 임상 등 허가절차를 맡았다. 이제껏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허가받은 6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모두 김 부사장의 '개발본부'를 거쳤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 '선행개발본부'가 새롭게 추가됐다. 현재 약 1000명 규모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선행개발본부 인원수는 아직 수십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작년초 해외에서 영입한 조호성 부사장이 본부장을 맡아 신약 물질도출 초기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조 부사장으로 말하자면 삼성바이오에피스 CSO(최고전략책임자)로 2022년 1월 영입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조 부사장 영입건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를 생략했다. 현재 1년 5개월차인데 아직 회사차원에서 소개하는 성과는 없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조 부사장은 단백질 의약화학자(Protein medicinal chemist)로, 미국 혁신바이오텍 및 빅파마인 BMS에서 신약물질 도출 연구를 총괄한 이력이다. 저분자화합물, 항체, ADC 항암제를 주로 연구했다.


좀더 상세한 이력으로는 미국 노쓰캐롤라이나대학교 과학고등학교,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화학과 학사, 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교 화학 박사를 졸업했다.

저분자화합물 신약을 개발하는 엑셀리시스(Exelixis)에서 2001년~2002년 연구했고 항체 회사 젠코(Xencor)에서 2002년~2003년 사이 연구 부책임자를 맡았다. 가장 오래 근무한 곳은 ADC 회사 엠브렉스(Ambrx)다. 2003년~2014년 CTO를 역임해 총 11년을 다녔다.

이후 2014년 1월 항암제 개발사 셀진(Celgene)의 바이오의약품 연구책임자로 부임해 부사장을 역임했다. 셀진에서 총 5년 11개월을 보냈다. 셀진이 BMS에 인수되자 2019년 1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2년 3개월간 BMS 바이오의약품 물질도출(Discovery) 쪽 총괄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을 지냈다. BMS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로 영입됐다.

그의 영입 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극히 제한적이다. 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1982년~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교에서 생물화학 학사를 졸업한 것과 조 부사장이 1989년~1996년 사이 동대학에서 화학 박사를 졸업한 점이 그나마 겹치는 지점이다.

삼성종합기술원 바이오신약 연구소 출신 김민우 팀장이 조 부사장을 보좌하고 있다. 김 팀장은 2010년 삼성종기원에 입사해 삼성의 바이오사업 초창기 멤버중 한명이다. 김 팀장은 2022년 1월 조 부사장 합류와 함께 신사업추진그룹 그룹장에 부임했고 같은해 12월 '탐색팀' 팀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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