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08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자가 금융기관부터 개인들까지 셀 수 없다. 채권자들과 싸워온 탓에 영업에 차질이 생기고 자금이 떨어져 설비 가동을 멈춘다. 재정난이 길어지자 핵심 인력이 다 빠져나가면서 경영이 힘들어지고 조직은 분열된다. 구조조정 투자 전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자주 만나는 기업들의 현실이다.투자 대상은 자본잠식, 과다부채로 사전적 구조조정이 필요하거나 워크아웃, 회생절차 상태에 빠져 사후적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기업이다. 매일 채권·채무자와 부딪히는 와중에도 신뢰와 협상력을 끌어내 딜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구조조정 전문 하우스 대표들을 만나면 부드러운 외면에도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표정에 피로가 묻어나오기도 한다. 구조조정 투자 하우스에 수년간 몸담은 한 지인은 우울하다며 최근 업계를 떠났다. 다만 분명한 건 ‘노답’이던 현실에서 답을 만드는 이들의 처방이 사람과 기업을 살린다는 점이다.
하일랜드에쿼티파트너스(이하 하일랜드EP)가 최근 바이오디젤 제조업체 에코솔루션을 인수한 것이 일례다. 에코솔루션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상장사였으나 경영진이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법정관리 상태에 빠졌고 상장폐지됐다. 2011년 새 주인을 맞았으나 정상화에 실패했다.
하일랜드EP는 기술력과 특허에 주목했다. 포트폴리오 회사인 비앤비코리아의 볼트온 차원으로 사들였다. 비앤비코리아는 식용유 유통 업체로 폐식용유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로 만들어내는 에코솔루션과의 시너지를 노렸다.
덕분에 에코솔루션은 문을 닫는 대신 채무 상환을 완료했고 새 파트너와 수익원을 찾았다. 실직 위기였던 50여명의 임직원도 지켰다. 하일랜드EP가 구조조정 투자 전문 하우스는 아니지만 콘셉트와 효과는 딱 맞아떨어지는 사례다.
구조조정 투자가 필요한 건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큐리어스파트너스는 최근 삼성중공업에서 사들인 재고 드릴십 4척을 모두 매각했다. 장기간 팔리지 않는 탓에 부풀었던 삼성중공업의 재무 부담을 줄였다. 큐리어스의 협업이 없었다면 삼성중공업 누군가는 희망퇴직 등으로 일터를 잃었을지 모른다.
구조조정 투자는 수익성도 충분하다. 성장성 높은 기업은 투자자들의 쇄도하는 ‘러브콜’에 밸류가 치솟는 반면 구조조정 기업 투자는 저비용으로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다양한 안정장치로 구조화된 딜도 펼칠 수 있다. 영광보다 앞서 찾아올 상처 따위는 거뜬할 단단함, 옥석을 가릴 안목만 있다면 리스크는 줄이고 수익성은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국가 산업 경쟁력과 고용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거나 기술력이 있는 업체도 있다. 혜안이 빛나는 구조조정 투자자들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기다. 더 많은 하우스와 출자자(LP)들의 관심 속에서 여러 ‘재무주치의’들이 탄생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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