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30일 07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짐을 푼다는 뜻의 영단어 언팩(Unpack)은 삼성전자의 제품 소개행사를 지칭하는 단어로 더욱 유명하다. 삼성전자가 행사를 통해 혁신적 제품을 연달아 대중에 선보이는 사이 일반 어휘가 고유명사로 자리잡았다.최근 삼성화재해상보험(삼성화재)이 언팩 행사를 개최했다. 보험회사의 언팩에서 소개된 혁신은 건강보험 '보장 어카운트'로 보장의 간소화와 보험료 환급, 각종 헬스케어 서비스가 포함된 신상품이었다.
이후로 보험사 관계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화제는 삼성화재의 보장 어카운트다. 거의 모든 관계자들이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 "상품 자체의 혁신도 있지만 기존 시장 경쟁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2023년 IFRS17 회계기준이 도입된 지 단 2년이 지났을 뿐이다. 2년 사이 보험사들은 보험계약마진(CSM)을 축적하기 위한 건강보험의 판매 경쟁에만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경쟁 전략이 기존 상품의 틀 안에서 보장을 세분하고 사업비 투입을 늘리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암·뇌혈관 질환·심장 질환 등 건강보험의 3가지 주요 담보에 대한 보장이 보험업계를 통틀어 7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상품 가입에 앞서 복잡다단한 보장을 하나 하나 자세히 따져가며 상품에 가입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다. 그렇게 보험업계는 소비자 신뢰를 상실해가는 중이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타사와 비슷한 상품을 내놓아온 만큼 사업비 투입을 늘려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는 방식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제 살을 깎아먹는 경쟁이 지속되는 사이 보험사들의 수익성도 점차 악화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언팩에서 소개한 보장 어카운트는 기존 건강보험 경쟁의 방식과는 정반대의 구조를 지닌 상품이다. 업계가 공멸하는 경쟁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말이다.
전략 게임에는 '스노우볼(눈덩이) 운영'이라는 용어가 있다. 작은 눈덩이를 굴려 큰 눈사람을 만드는 데에서 유래한 것으로 게임 초반에 작은 차이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종국에는 상대가 넘어설 수 없는 격차를 벌리는 전략을 지칭한다.
삼성화재가 필요한 시기에 혁신의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했다는 데에는 업계 내 이견이 없다. 이제 눈덩이가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지를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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