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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비스트]'변화보다 고도화' 대관의 역사관 출신 선호·주요 업무는 그대로…외부 컨설팅·해외 대관 약진은 변화

허인혜 기자공개 2024-03-12 07:50:40

[편집자주]

로비스트의 사전적 정의를 요약하면 '단체의 이익을 위해 관을 상대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뜻풀이는 담백하나 통상 나쁜 뉘앙스로 읽힌다. 눈에 띈 이들의 족적이 원인이고 국가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법도 이유다. 하지만 격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대정부 소통을 매끄럽게 하는 긍정적 역할도 로비스트의 임무이자 기업에게 없어서는 안될 업무다. 국내에서는 암묵적으로 로비 대신 대관(對官)이라는 말을 두루 사용해 왔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관 조직과 인물들은 어떻게 변화해 왔고 현재의 기업들은 어떤 대관 전문가를 찾고 있을까. 더벨이 '로비스트'들의 히스토리와 현재, 앞으로와 기업마다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14: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역만리 땅인 미국과 우리나라의 다른 풍경은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기업활동에서 다른 점을 꼽으라면 로비에 대한 허용이다. 미국은 로비 활동을 합법화해 왔다. 분기마다 로비 진행 상황을 신고하고 미국 상원 데이터베이스(DB)에 공개한다.

반면 국내 대관 담당자들은 다소 모호한 지점에 서 있다. 국내에서는 '로비가 합법'이라고 규정할 만한 법이 없어서다. 여기에 로비스트라는 이름이 붙은 일부 인물들의 족적도 다소 불명예스러웠다. 지금은 핵심 인물이나 조직, 역할 등이 꽤 알려졌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채 전략만큼 정보싸움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토양이 다른 만큼 국내 대관 담당자들의 활동은 해외와는 다르게 성장해 왔다. 국내외를 아우르는 대관 능력이 중요해진 지금 여태까지의 히스토리와 특징을 살펴봐야 할 때다. 국내 기업들의 대관 업무는 어떻게 발전해 지금의 틀을 갖춰 왔을까.

◇대관 업무, 트렌드 따르기보다 강화·고도화

기업에 오래 몸담은 이들에게 대관 트렌드의 변화에 대해 묻자 공통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관업무는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바뀌기보다 고도화되는 방향을 택해왔다는 게 요지였다.

과거나 지금이나 기업 내에서도 베일에 싸인 조직인 데다 보수적인 곳으로 변화를 추구하지도 않고 꼬집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다. 또 대관이라는 큰 업무 틀이 유지되는 만큼 찾는 인물의 면면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했다.
로비스트의 삶과 직업, 윤리와 신념 등을 다룬 영화 '미스 슬로운'의 한 장면. 주인공인 슬로운은 "로비의 핵심은 통찰력입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라며 로비스트로서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유관 정부기관 출신을 당연히 선호하고 오래 기업에 몸담으며 유관 업무를 해왔던 홍보인 출신도 대관 담당자로 보직을 옮기곤 한다. 일부 기업의 경우 사내에서 대관 담당자를 뽑기 위해 주기적으로 사원들의 인맥조사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도화돼 왔을까. 우선 정권 교체를 대응하는 방식이 진화해 왔다. 신 정부가 출범하면 그때마다 대관업무가 강화되지만 인물을 카드 뒤집듯 바꾸지는 않는다고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물갈이'를 하는 곳도 있지만 대관 담당자를 둘 만큼 큰 기업일 수록 양쪽의 인사들을 두루 갖추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영향이 적다는 답이다. 역할은 다르다. 현 정부와 가까운 인물은 사업을 확장하는 일을 도모하고 반대쪽은 국정감사 등에서 방어논리를 구축한다.

외부에서 대관 업무를 하는 사업체가 성장한 점도 달라진 풍경이다.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대관 담당 전문 부서를 갖추는 게 한 예다. 국회 주변에는 암암리에 보좌관 출신들이 만든 컨설팅펌이 성행하며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적게는 국회에서 도는 소문을 전하는 것부터 관련 입법까지 도움을 준다는 전언이다.

◇대관 난이도 높이는 세 포인트, '정부=발주처'·글로벌 기업·오너의 면면

정부 정책이 중장기적 사업의 근간을 가르는 중후장대나 국가별 관세나 수입 규제에 영향을 받는 글로벌 기업들은 대관 업무의 중요성이 두말할 필요 없다. 혹은 방산이나 에너지처럼 국가기관 자체가 발주처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면 식품 등의 일부 산업은 문제가 있으면 규제를 받는 수순이고 이미 기준도 꽤 구체화돼 있다. B2C 사업일 수록 정부보다는 고객 관리가 우선이다. 상대적으로 힘을 뺀다.

업종 외에 경영진도 대관 업무를 가르는 중요 포인트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경영진이 오너이냐, 전문 경영인이냐에 따라 대관업무의 난이도도 달라진다.

오너 경영인이 실무에 대한 의지가 클 수록 대관업무도 어려워진다. 오너 리스크가 강해도 대관 담당자들이 진땀을 뺀다. 이 경우 국회보다는 사정기관 대응에 능한 이들이 전면배치된다.

기업이 달라도 공통된 주요 미션도 있다. 국정감사 등으로 국회에 불려갈 명단에서 경영인들을 빼내는 것도 대관 담당자들의 주요 업무라는 귀띔이다.


◇해외 로비스트 찾은 한국 기업, 韓 보좌관 찾은 미국 기업

삼성전자는 2013년 조엘 위깅턴이라는 인물을 영입했다. 10년간 미국 워싱턴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원 로비스트로 활동하다 2000년대 들어 소니에서 대정부 로비를 맡아왔다.

우리나라 기업 중 가장 빠르게 공식적인 해외 대관 담당 조직을 구성한 건 삼성전자다. 2013년 글로벌협력실을 만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글로벌 기업인 만큼 애플과의 특허 소송과 해외 과세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신설 조직은 해외 정계, 학계, 업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주 업무로 정했다.

이전에도 현대자동차와 한화, 대우 등 해외 진출을 타진하거나 이미 했던 기업들이 현지에 파견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해외 대관을 해왔다. 하지만 해외 기업과 비교해 대관업무가 딱히 활발하지는 못했던 때다. 그때만해도 삼성전자의 한해 로비 자금이 9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한해 사이 6배 늘어난 돈이었다. 구글이 18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로비자금으로 쓸 때다.

이렇게 로비 자금이 공개된 건 앞서 설명했듯 미국의 특성 때문이다. 미국은 로비를 집단의 이익을 위한 합법적 활동으로 보고 로비스트로 등록시킨다. 로비 자금도 공개한다. 기업이 정치권에 제공하는 소프트머니(soft money)도 합법적이다.

한국으로 진출한 기업들은 반대로 우리나라 국회 출신의 보좌관 등을 수소문해 앉혔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다. 국내와 해외의 대관 문화가 섞이기 시작한 순간이자 해외 대관이 본격적인 시동을 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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