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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비스트]기업은 대관 '올인' 중…늘어난 돈과 사람들4월 총선·11월 미국 대선 앞두고 숨가쁜 기업들…로비 자금·대관 규모 역대 최대

허인혜 기자공개 2024-03-13 14:28:57

[편집자주]

로비스트의 사전적 정의를 요약하면 '단체의 이익을 위해 관을 상대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뜻풀이는 담백하나 통상 나쁜 뉘앙스로 읽힌다. 눈에 띈 이들의 족적이 원인이고 국가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법도 이유다. 하지만 격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대정부 소통을 매끄럽게 하는 긍정적 역할도 로비스트의 임무이자 기업에게 없어서는 안될 업무다. 국내에서는 암묵적으로 로비 대신 대관(對官)이라는 말을 두루 사용해 왔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관 조직과 인물들은 어떻게 변화해 왔고 현재의 기업들은 어떤 대관 전문가를 찾고 있을까. 더벨이 '로비스트'들의 히스토리와 현재, 앞으로와 기업마다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비스트'라는 단어보다 대관(對官)업무 담당자라는 말을 흔히 쓴다. 로비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 탓이다. 하지만 로비이든, 대관업무이든 본질적인 지향점과 활동은 같다. 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을 만나 소통하고 보다 유리한 관점의 결론을 맺도록 하는 것. 입법과 규제 대응부터 사정기관 상대까지 아우르는 기업의 안테나이자 소통창구다.

소통이 해법이라면 예나 지금이나 대관 업무의 처음과 끝은 사람이다. 그만큼 정치 이벤트와 바뀔 사람들에 대처하는 데 능통해야 한다. 그렇다면 올해만큼 대관 담당자들에게 중요한 해가 있을까. 우리나라는 4월 총선이, 미국은 11월 대선이 예고돼 있다. 각국의 자국중심주의 등에 따라 무역정책도 시시각각 변하는 중이다.

우리 기업도 선제적인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경제를 떠받친 굴지의 대기업 모두 대관 강화 소식이 들린다. 늘 인기가 많았던 관 출신부터 푸른 눈의 대관 임원들까지 속속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기업들의 대관 리빌딩이 한창인 지금 조직과 담당자들, 변화하는 전략을 살펴본다.

◇기업 총수에게도 중요한 대관 임무

지금 국내 글로벌 기업을 좌우하는 건 여의도보다 워싱턴DC다. 미국 워싱턴DC의 결정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흔들린다. 미국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변수들은 차고 넘친다.
2022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미국의 중요성을 단박에 알 수 있는 사건은 2022년 8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긴급 출장이다. 인플레감축법(IRA)이 발효된 지 일주일 만에 정 회장은 미국 출장길을 떠났다. 약 2주간 머무르며 조지아 등의 주정부 관계자 등을 만났다.

머물렀던 곳은 뉴욕과 조지아, LA, 보스턴 등이다. 한국 합동 대표단이 워싱턴DC를 찾았던 만큼 일정에서는 제외했지만 정 회장을 움직인 건 워싱턴DC의 결정이었다. 정 회장도 말 그대로 대관 대응책을 찾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국내외 대관 업무를 총괄해온 공영운 현대차 사장도 정 회장과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해외 정재계 인사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고 수확을 얻는다. 2021년 11월 출장이 대표적이다. 당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 상원의원을 만났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도 회동했다. 미국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제2공장을 확정하는 한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략을 공유했다.

◇삼성·SK·현대차·포스코…관 출신 영입하고 조직 키운다

로비 금액 추이만 봐도 기업들의 달라진 적극성이 눈에 띈다. 미국의 정치자금 추적 단체인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대미 로비 자금은 630만달러를 기록했다. 집계 후 최대치다. 67명의 로비스트도 고용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전년 대비 80%가 늘어난 158만달러를 집행했다. 기아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적지 않은 돈을 대미 로비 자금으로 썼다. 현대차는 로비스트를 늘렸다.


이조차 충분하지 않다. 문제는 현재 외신들이 '혼돈의 워싱턴'으로 부를 만큼 미국이 소란스럽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 로비 강화와 병행해 국내외 협력 조직 리빌딩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대관 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확대하고 사업부 급으로 격상시켰다. 부서의 급을 높이는 한편 인물 영입에도 팔을 걷었다. 굵직굵직한 관 출신 인물들이 지난해와 올해 대거 영입됐다. GPO 내의 인물만 두자릿수 수준이라는 전언이다.

GPO는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지낸 김일범 부사장이 이끈다. 지난해 5월 영입한 인물이다. 같은 해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도 자문역으로 위촉했다. 청와대 외신대변인 출신 김동조 상무도 비슷한 시기 합류했다. 지난달에는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 영입도 확정했다.

SK는 최근 계열사가 각각 맡았던 대외협력 조직을 SK아메리카스로 합쳤다. 글로벌 네트워크에 강한 유정준 미주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이 조직을 이끈다. 미국 내 정계와 재계 인맥이 두텁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통해 글로벌 대외협력 조직을 사장급으로 격상 시켰다. 김원경 글로벌공공업무(Global Public Affairs)실장 사장이 승진하면서다. 외무고시 합격 후 외교부에 오래 몸담은 외교통이다. GPA실 윤영조 부사장도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대표부 참사관 출신이다.

포스코그룹도 지난해 미주법인 포스코아메리카의 컨트롤타워를 애틀랜타에서 워싱턴DC로 옮겼다. 북미 투자 확대와 IRA 대응 등을 위해 미국 대관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워싱턴 출신' 선호…푸른 눈의 대관 담당자들

최근의 또 다른 변화라면 푸른 눈의 대관 담당자들이다. 이전에도 외인 대관 담당자들이 있었지만 최근 3년동안 대폭 늘었다. 미국 전직 관료들이 러브콜 대상이다.

지난해 3월 한화그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대니 오브라이언 전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사진)을 영입했다. 한화솔루션 북미 법인 대관 담당 총괄 자리다.

미국 태양광 사업 등에 대한 정책 대응, 정부 대상 커뮤니케이션 등의 중책을 맡겼다. 친트럼프계 인사이자 친한파, 김승연 회장과 오랜 친분을 쌓은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센터 회장에게는 한화그룹의 고문 역할을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3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북미지역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북미대외협력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아래서 3년간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인물이다. LG그룹도 2022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을 워싱턴DC사무소 공동소장으로 임명했다.

포스코그룹도 2021년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미국 법인의 고문으로 영입한 바 있다.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협상대표를 맡을 만큼 국내외 사정에 눈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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