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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비스트]'지금' 기업은 어떤 로비스트를 찾을까'실무 맡길 외교통상 전문가' 찾는 기업들, 여야 넘어 美 대통령 친분까지 고려

허인혜 기자공개 2024-03-15 09:56:03

[편집자주]

로비스트의 사전적 정의를 요약하면 '단체의 이익을 위해 관을 상대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뜻풀이는 담백하나 통상 나쁜 뉘앙스로 읽힌다. 눈에 띈 이들의 족적이 원인이고 국가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법도 이유다. 하지만 격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대정부 소통을 매끄럽게 하는 긍정적 역할도 로비스트의 임무이자 기업에게 없어서는 안될 업무다. 국내에서는 암묵적으로 로비 대신 대관(對官)이라는 말을 두루 사용해 왔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관 조직과 인물들은 어떻게 변화해 왔고 현재의 기업들은 어떤 대관 전문가를 찾고 있을까. 더벨이 '로비스트'들의 히스토리와 현재, 앞으로와 기업마다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3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관 담당자로 관 출신을 선호하는 건 상식적이다. 덕분에 기업들이 원하는 대관 인력의 자질과 그 변화를 볼 수 있는 자료가 있다.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다. 이들이 모두 대관 담당자로 이동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기업과 관의 소통창구 역할을 맡고 기업도 윤활유 역할을 기대한다. 대관 담당자로 영입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기업도 많다.

그 리스트를 따라가보면 과거에는 대관 담당 고문이나 같은 역할의 사외이사로 옮겼다. 이전 직급도 '급'이 높았다는 이야기다. 현재는 상무·전무와 부사장 등 대관 실무에 몸담을 인물부터 고문과 자문역까지 폭이 넓어졌다. 출신도 유관 부처에서 외교통상으로 쏠리고 있다.

관 출신뿐만이 아니다. 대관 담당자의 직급과 출신, 국적은 전에 없이 다양해졌다. 변화가 크지 않은 게 대관업무 조직이라지만 구체적인 사례와 인사 트렌드를 살펴보면 최근에는 어떤 인물을 더 선호하는지에 대한 흐름이 보인다.

◇'높으신 분'에서 중간급·현장형으로

올해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결과를 보면 2월 한달만 125명이 심사를 요청했다. 이중 흔한 부처가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다. 2월만 해도 국방부 출신의 인물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롯데물산 등으로 이동했다. 이동 후 직급은 부장부터 본부 자문, 고문과 사외이사까지 다양했다. 외교부 출신들은 현대차와 법무법인 등으로 적을 옮겼다. 역시 전무 등 여러 직급에 앉았다.

기업마다 찾는 인물은 조금씩 다르지만 흐름으로보면 최근의 경향성이 보인다. 이들을 대관 부서에 전면배치하지 않더라도 대관·통상 전략 수립에 가까운 업무를 맡긴다. 때문에 관련이 깊은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기가 꾸준하다.

이동하는 인물들의 직급이 다양해진 것도 변화로 꼽힌다. 허리급부터 간부에 이르기까지 엘리트 공무원들이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 롯데지주, 두산그룹 등이 영입했다. 높은 자리에 올랐던 인물 선호도가 낮아진 건 아니지만 허리급 인물에 대한 문도 넓어졌다.

과거에는 고위급 인물들이 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인물들은 주로 대기업의 고문 자리로 향했다. 대관 실무 부서 외에 '고문단'이 또 다른 대관의 역할을 맡았다. 지금은 사외이사진이 이 역할을 수행한다. HD현대그룹과 삼성그룹, 포스코그룹 등이 고위급 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정부 대응의 대관 인력에서 글로벌 대관 전문가로 선호도가 옮겨간 것도 특징이다. 최근 대관 조직을 확대한 굴지의 대기업들이 모두 해외 전문가에게 수장을 맡겼다. 현대차그룹과 SK, 삼성전자, 포스코그룹 등이다.

◇'부사장급 이상' 이끌며 조직 위상도 격상

조직의 중요성도 전보다 높아졌다. 부서를 격상시키고 수장 직급도 높였다. 2010년대만 해도 전무~부사장이 헤드였다면 최근에는 부사장 이상이 대관 업무를 이끈다는 이야기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해외 대관 조직인 GPO를 최근 사업부 급으로 격상시켰다. 김일범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부사장으로 영입해 미국 대관 업무를 맡겼다.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자문역으로,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을 전무로 영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해외정부 소통 부문인 GPA팀을 GPA실로 높였다. GPA실을 이끄는 김원경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세트(DX)와 반도체(DS)부문으로 나누고 담당자도 30명이 넘는다. 한화그룹 등도 부사장 이상의 임원들에게 대관 업무 총괄을 맡기고 있다.

조직의 이름에도 글로벌을 붙여 목적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GPO는 Global Policy Office의 약어다. 삼성전자의 GPA는 Global Public Affairs로 글로벌대외협력실로 불린다.

◇'정반대 정치성향' 골고루 전략, 해외 인력까지 확대

한화그룹은 지난해 두 명의 외국인 대관 전문가를 영입했다. 대니 오브라이언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과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센터 회장이다. 두 사람 모두 워싱턴에서 굵직한 업무를 수행한 인물이다.

여기까지는 최근 외국인, 특히 워싱턴 라인을 선호하는 최근의 추세를 볼 때 특별하지 않다. 이 인사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은 두 사람의 정반대 정치 성향이다.

오브라이언 북미법인 대관 총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고 대선 캠프에서도 활동한 대표적인 친 바이든 인사다. 반면 퓰너 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가까운 친한파이자 도널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

국내 대관 담당자를 뽑을 때 고려하던 원칙이 해외 인력까지 확대된 셈이다. 대관 업무의 큰 줄기는 두 개다. 정부가 장려하는 진흥책에 탑승하거나 규제에서 빠지는 것. 문제는 정책과 규제가 각각 다른 시간에 진행되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여야 성향의 인물을 골고루 영입하는 이유가 이때문이라는 게 대관 업무를 경험해본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관 담당자를 여럿 둘 수 있는 대기업의 특권이자 관례다. 과거에는 여당2, 야당1의 비율이 기본이었지만 최근에는 1대1 비율도 적지 않다. 여권 담당자들은 정책에 맞춰 사업을 확장하는 역할을 맡고 반대는 국정감사 등에서 방어논리를 구축한다.


◇과거엔...

국내 대관이 더 중요했던 과거에는 어땠을까. 관이 중요한 풍경이 다르지는 않다. 다만 기업이 낙점한 중요 사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미묘한 차이는 있다.

지금은 외교·통상 전문가들이 어느 기업이든 환영받지만 이전에는 산업 전문성과 정부 동향 파악이 더 강조된 모양새다. 철강·방산 기업은 국내외 국무장관을, 통신업계는 방송통신위원회 출신을, 항공사는 국토교통부 인물을 영입하는 등 유관 부처의 인물들을 주로 찾았다. 신사업에 따라 새 인물도 찾았다. 에너지를 낙점하면 동력자원부 출신 인물을 부르는 식이었다.

정치 동향에 따라 대관 부서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정부가 대관 업무에 냉랭한 기조라면 직접 고위 공무원을 만나는 등의 '행동파'보다는 정보를 취합해 방향성을 정하는 '정보파'가 득세하는 등이다. 한때 관료 출신 사이 시민단체를 거친 인물도 영입됐다는 전언이다.

오너의 성향에 따라 옛날부터 지금까지 내부 인물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조직과 총수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다. 관료 출신으로 조직에 섞인 이보다 20~30년 이상 기업에 몸담은 인물의 로열티가 강할 수밖에 없고 보고 대상자와 안정적인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사업의 전문성이 높을수록 이해도가 높은 내부 출신을 기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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