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첫 첫만 영화로 등극한 <파묘>가 국내 기세를 몰아 해외에서도 기록적인 박스오피스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영화는 국내 성적이 좋을수록 해외 티켓을 팔기 유리해진다. 흥행 자체가 마케팅 요소인 데다 수입배급사 측에서 그만큼 홍보에 힘을 쏟기 때문이다.

<파묘>는 특히 동남아를 중심으로 이례적인 흥행가도에 올랐다. 기대를 뛰어넘는 관객이 몰리면서 해외배급사에 이미 판매한 판권에서도 추가 수익을 정산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기록 '줄줄이' 경신

<파묘>는 태국 개봉 첫 주에 바로 박스오피스 1위, 호주에선 한국 영화 최초로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개봉 3주차인 대만의 경우 <듄: 파트 2>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고 인도네시아 역시 개봉 27일차에 220만 관객을 돌파, 역대 한국 영화 가운데 최고 성적을 갈아치웠다.

뚫기 힘든 북미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22일 기준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가 13위까지 올랐다. 15일 LA 3개 상영관에서 공개한 뒤 관수를 67개로 늘려 정식 개봉하면서 순위가 25위에서 12단계 점프했다.

매출을 보면 첫 주에 약 6만달러치 티켓을 팔았고 22일 누적 수익은 58만8427달러(약 8억원) 쌓였다. 지난해 <범죄도시3>가 북미에서 6주간 91만달러, <서울의 봄>이 4주간 100만달러를 벌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좋다.


다만 미국 다음으로 시장이 큰 중국에선 <파묘>가 개봉할 수 없다. 중국이 유물론 사상에 입각한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귀신, 좀비 등 사후세계에 대한 콘텐츠를 대중문화에서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역시 같은 이유로 영적존재에 대한 콘텐츠 규제가 엄격한데, 쇼박스는 현지 수입배급사 모킹버드(MockingBird)를 선정할 때 이런 규제에 노련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덕분에 베트남에서 문제없는 개봉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달 15일 <파묘>를 공개한 베트남은 개봉 첫주 302만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뒀다. 26일 기준 200만명을 넘어서면서 벌써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보다 많은 관객을 모았다. 누적수익은 1760억동(약 96억원)이다. 현재 <파묘>는 총 133개국에 판매된 상태로 내달 홍콩과 마카오, 캄보디아 등에서도 릴리즈된다.

◇'오버리지 셰어' 받을 듯…판권구입 문의도 지속

그렇다면 해외 박스오피스 수익은 어떻게 분배될까. 애초 <파묘>의 손익분기점(BEP)은 국내 관객 330만명으로 추산됐다. 해외 판매 성적과 마케팅 비용, IPTV 유통 수익 등을 모두 고려해서 계산한 수치다. 하지만 해외에서 예상밖의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BEP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영화는 국내 개봉보다 해외 판매를 먼저 하는 경우가 흔한데, 대작 영화일수록 더욱 그렇다. 불법 유통을 막으려면 지역별 개봉 시차를 줄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바이어의 경우 주로 세일즈를 위한 마켓 시사회, 또는 영화제 전시장 부스를 통해 확보한다.

<파묘> 역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초청되면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고 마켓 상영도 따로 진행했다. 판매는 국가별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 지역을 묶어서 한다. 가령 쇼박스와 계약한 배급사 'K-MOVIE 엔터테인먼트'는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에서 모두 <파묘>배급을 담당하고 있다.

이때 맺는 해외 배급계약은 크게 최소금액(MG:Minimum Guarantee) 계약과 단매(Flat Deal) 계약으로 나뉘며, 통상적으론 MG 계약을 한다. 수익배분(RS, Revenue Share) 비율을 정하되 판권사에게 최소금액(MG)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MG 계약을 체결하면 판권사가 미니멈 개런티를 먼저 정산받고, 이후 극장 개봉을 포함한 그 지역의 세일즈는 해외 배급사가 전담하게 된다. 그러다 매출에서 수익배분율에 따른 정산금액이 MG 금액을 넘기 시작하면 이 오버리지 셰어(Overage Share)를 판권사가 추가로 가져갈 수 있다.

수익분배율은 계약마다 다른데 판권사가 오버리지를 얻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파묘>의 경우 동남아를 중심으로 신드롬급 흥행을 하면서 사실상 오버리지 발생이 확실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파묘>의 MG 금액과 수익분배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추가적인 판권 구매 문의도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오버리지 셰어가 생기게 되면 이 돈은 국내에서 발생한 박스오피스 매출과 같은 방식으로 나눈다. 배급사가 10% 정도의 배급수수료를 떼어가고, 잔여 금액 중 제작비를 제외한 순이익이 투자사와 제작사에 떨어지는 구조다. 비율은 투자사가 60% 제작사가 40%다.

<파묘>의 경우 쇼박스와 장재현 감독이 대표로 있는 <파인타운프로덕션>, MCMC 등 3개 회사가 공동제작했기 때문에 제작사 분의 몫 역시 셋이 나눠 갖는다. 국내 박스오피스와 판권 판매 등으로 벌어들이 돈 외에 추가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현재 <파묘>의 국내 성적을 보면 24일 천만관객을 돌파했고 27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1047만1484명, 박스오피스 수익은 1010억원이다. 쇼박스가 제작비의 50%를 투자했고 배급사 부율(영화상영 수익분배비율)이 55%라고 가정할 경우 쇼박스에 남는 금액(제작비 제외)은 배급수수료와 투자지분, 제작지분을 포함해 국내에서만 176억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파묘>의 1000만 관객 달성 속도가 <서울의 봄>보다 하루 빨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의 봄> 최종관객수인 1300만명 정도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해외 오버리지 셰어까지 더해질 경우 쇼박스는 적어도 25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