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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기단 2.0]'새 전략은 새 기단으로' 차세대·합병 준비하는 대한항공①장거리는 보잉, 차세대 기단은 에어버스로…기재는 단순화 추구

허인혜 기자공개 2024-04-04 07:43:53

[편집자주]

기단(機團·fleet)은 항공사의 위상을 담고 전망을 보여준다. 기단의 규모에 따라 항공사의 크기가 갈리고 기종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최근 성장과 재편의 시기를 맞은 국내 항공업계도 기단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 항공사(FSC)냐, 저비용 항공사(LCC)냐에 순응해 기단과 기체의 규모를 맞췄다면 이제는 LCC도 대형 기단을 꿈꾸고 FSC도 가벼운 비행기를 사들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만남에 발맞춘 항공업계의 기재 개편도 한창이다. 더벨이 2.0 시대를 연 항공업계의 기단 포트폴리오와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2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은 '대한국민항공사'로부터 세면 80년 이상, 한진그룹의 품에 안긴 세월만 꼽아도 50년이 넘게 운영된 국내 최장수·최대 항공사다. 국내에서만의 기록은 아니어서 미국의 보잉과 프랑스 에어버스 등 굴지의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와도 역사를 함께 했다.

그만큼 수많은 항공기가 대한항공을 거쳐왔고 꾸려온 기단의 변화도 셀 수 없다. 항공사의 전략은 기단에 녹아있고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변화의 기로마다 새로운 기단을 꾸렸고 기단의 변화로 새 시대를 알리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또 한번 대규모 항공기 계약을 맺었다. 이번에는 에어버스 A350 시리즈다. 대한항공이 어떤 차세대 항공기를 원하고 있는 지에 대한 비전을 전한 셈이다. 다양성에서 단순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대한항공 기단의 변화로 꼽힌다.

◇'5년전 데자뷰' 중대형 비행기 30대 사는 대한항공

대한항공과 보잉이 2019년 파리에어쇼에서 맺은 약속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맺은 대규모 계약이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보잉의 B787-10 기종 20대 등 모두 서른 대의 항공기를 차근차근 도입하기로 했다. 이 계약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내년까지 이어진다.


샀다하면 대규모다. 앞선 두 계약 외에도 대한항공은 그 규모에 걸맞게 대형 계약을 여럿 체결해 왔다. 대규모 계약을 맺을 때는 도모하는 변화와 구매 이유도 확실했다. 대표적인 일례가 2015년 조원태 당시 한진칼 대표가 맺은 항공기 100대 신규도입 계약이다. 오래된 여객기는 조기퇴출하고 연료 효율화를 추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처럼 대한항공은 변화의 기로와 새로운 시작점마다 차세대 기단을 구축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항공기 단순화와 대형화를 위해 보잉과 맞손을 잡았고 2006년에는 중국의 항공 자유화와 대한항공의 기재 선점 목표를 이유로 보잉, 에어버스와의 계약을 체결했다.

1974년 에어버스와의 일화도 의미가 깊다. 대한항공은 에어버스가 내놓은 첫 비행기인 A300B4 항공기를 주문한 첫 비유럽권 국가 항공사다. 대규모 기단 도입은 아니었지만 에어버스와의 교류, 기재 다양화 등을 선언한 사건인 셈이다.

올해도 규모 면에서 놀랄 만한 계약을 체결했다. 137억 달러, 우리 돈으로 18조원을 투입해 에어버스의 중대형 항공기 A350 계열 기종 33대를 들여온다. 배경으로는 친환경 경영과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따른 선제적 대응을 들었다.

◇왜 에어버스인가…하늘위의 호텔에서 효율화로

대한항공에게 보잉의 중요성이 확연히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보잉과는 앞서 체결한 인도 계약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장거리용 비행기는 B787-9과 B787-10 등이 도입을 앞두고 있어 여전히 보잉의 점유율이 적잖다. '보잉<에어버스'라는 해석보다 양사의 중요성이 비등해지고 있다는 편에 가깝다.

이번 계약은 차세대 기단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에어버스에 맡겼다는 의미가 크다. 차세대 엔진을 탑재하며 기단 현대화를 목표한 대한항공의 경영 취지와도 부합한다. 대한항공이 도입하는 A350 시리즈 중 A350-1000은 동체의 50% 이상이 탄소복합소재로 구성돼 유사 동급 기존 항공기 보다 연료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25% 줄였다. 규모는 350~410석 수준이다.

A350을 대하는 태도 전환도 눈여겨볼만 하다. 2017년만 해도 대한항공은 초대형 항공기·하늘 위의 호텔 등에 방점을 뒀지만 시대가 변하며 효율성이 높은 항공기로 시선을 돌렸다. 당시 대한항공은 보잉사의 대형기와 A350을 두고 체급이 다르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에게 에어버스의 항공기가 주력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이번에 들여오는 A350 시리즈 중 900 기종을 15대 운용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이 2017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중장거리 노선에 활용 중이다. 합병 후 항공사를 대비해 기재를 선점한다는 의미가 있다.

◇'없는 비행기가 없는 항공사'에서 단순화로

대한항공은 민간 항공사이면서도 외교관의 역할을 병행해온 게 사실이다. 에어버스와의 첫 계약도, 보잉과의 대형 계약도 일정 부문에서는 국가간 대화 창구를 열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만큼 보잉과 에어버스의 기재를 되도록 폭 넓고 다양하게 들여왔다.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현재는 후발주자 항공사들이 여럿 설립됐지만 오랜 기간 국내 유일 항공사로 일해왔다. 국내 전체 항공업계의 히스토리를 돌아보면 LCC업계의 등장과 성장은 최근의 사건이고 아시아나항공의 출범도 대한항공과 비교하면 40년 뒤다. 사실상 국내 항공업계에서 대한항공이 유일무이했던 기간은 전체 역사의 절반을 차지한다. 국내부터 국외까지 긴 기간 홀로 여러 노선과 서비스를 제공해야했고 이 점도 대한항공의 항공기가 다양해진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델타항공이 공개한 등록 기재 명단을 대한항공과 비교해보면 대한항공 기단의 다양성이 더 눈에 띈다. 두 항공사 모두 보잉과 에어버스의 기종을 다양하게 사용하지만 델타항공의 기종이 더 단순화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숫자로만 비교해도 대한항공은 약 160대의 기재를 운용하며 도입 예정 기종을 포함해 20종이 넘는 비행기를 띄우고 있고 델타항공은 약 1000대에 살짝 못 미치는 기단을 꾸리며 18종의 비행기를 경영 중이다.

최근 기재 도입 계획 등에서 감지된 변화는 단순화다. 대한항공의 기재 단순화와 효율화는 2000년대 들어 생긴 목표다. 단·중·장거리 중 필요 노선에 따라 단일 기종을 운영하는 편이 정비와 운용 노하우 등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낫고 글로벌 항공사들은 이미 그렇게 운영 중이다.

특히 조원태 회장이 지휘봉을 잡으며 더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외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항공기 기종을 단순화하고 싶다'는 목표를 내놨다. 에어버스 도입 외에 보잉사 항공기의 퇴역과 신기종 도입도 단순화를 지향점으로 진행되고 있다. 에어버스와 보잉 항공기 중 4개 엔진을 사용하는 A380, B747기를 점차 퇴역시키는 한편 B787-9과 B787-10 등으로 중장기 항공기를 교체·단순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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