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16일 0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기자간담회는 정해진 순서가 있다. 굵직한 인물이 나와 불러 모은 이유를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다. 질문이 쏟아져서 소화를 못하는 간담회가 있는가 하면 드문드문 손이 올라가는 곳도 있다. 행사를 연 쪽에서 어느 편이 낫냐고 한다면 전자가 아닐까. 질의응답 시간에 정적이 흐른다는 건 그 기업이 딱히 궁금하지는 않다는 의미라서다.질문이 많을 때는 반대다. 한마디도 기사가 되는 핵심 인물이 나왔거나 현안이 뜨겁거나. 이달 HD현대마린솔루션 간담회에서는 기자들이 줄줄이 손을 들었다. 질문을 꽤 받았는데도 더 하겠다는 기자가 줄지 않았다. 끝까지 손을 들었는데 선택을 못 받아 조금 속상했다.
질문이 몰린 이유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앤온리라 불릴 만큼 흔치 않은 사업모델을 갖춘 점도 한몫을 했다.
HD현대마린은 꽤 꼼꼼하게 답변을 준비해 왔다. 조달금은 물류센터 구축 등 설비와 외부 AS사업부 인수 등에 사용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사업지도가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었고 임원들은 지도를 말로 잘 풀어냈다.
준비를 많이 한 덕인지 자신감도 넘쳤다. 이기동 대표는 "5년 안에 실적 규모가 2배는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감은 실적 전망에만 그친 게 아니다. 태도는 조심스러웠으나 IPO 흥행에 의구심은 없어 보였다.
HD현대마린이 세운 성공 방정식은 유일무이다. 딱 매치되는 기업도 전무하고 피어그룹도 없다는 설명이다. HD현대마린은 선박 유지·보수(AM) 중심 기업이다. AM과 친환경 개조, 디지털 솔루션, 연료유 공급 벙커링까지 네 가지 핵심 사업을 운용하고 있다. 원스톱 서비스를 갖춘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게 HD현대마린의 설명이다.
몸값 측정을 위해 피어그룹이 선정되기는 했지만 네 곳 모두 HD현대마린의 모델과 같은 곳은 없다. 서비스가 일부 포함된 기업들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HD현대마린은 트렌드에 따라 만든 곳이 아니다. 정기선 부회장이 10년 전 AM을 '브레이크스루(돌파구)'로 지목하며 독자적인 관심을 기울여 키웠다.
HD현대마린은 IPO를 추진하며 이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명확한 비교군이 없으니 거래소에서도 고심했고 시장에서는 평가의 적정성을 두고 말이 많았다. 비교가 어렵다는 건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HD현대마린은 '우리가 유일하다'는 말로 피어그룹이 없다는 표현을 대체했다. 독자적인 존재로서 불확실성을 낮춘 셈이다.
못다한 질문이 못내 아쉬워 이 대표와 인사를 나누며 짧은 물음표를 던졌다. 분위기는 어떻냐고. 이 대표는 당사자가 답변하기 어렵다며 머쓱해했지만 따라붙은 답변에는 자신이 넘쳤다. "솔직히 굉장히 좋다". 바투 다가온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답은 나온다. 향방이야 미리 점치기 어렵지만 IPO 성공의 키는 흥행이고 쏟아졌던 질문은 꽤 좋은 징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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