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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PBR 1배 미만 경영권 위험…지분 40%도 안심 못해”법무법인 율촌 기업지배구조센터 오용석 센터장·문성 부센터장 인터뷰

김지효 기자공개 2025-05-07 08:17:35

이 기사는 2025년 04월 30일 10시49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한미약품 등 국내 대표 상장사들이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상장기업 전반의 경영권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뿐 아니라 대주주 지분 40% 이상 기업조차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고가 나온다. 더벨은 최근 신설된 법무법인 율촌 기업지배구조센터의 오용석 센터장과 문성 부센터장(사진)을 만나 기업 지배구조 리스크와 대응 전략을 들어봤다.

◇"외부 이해관계자 신뢰도 중요, 지배구조 선제적 개선 필요"

문성 부센터장은 “PBR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PBR 1배 미만 기업은 행동주의펀드 등의 공격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PBR 1배 미만 기업은 시장에서 ‘저평가’ 신호로 간주돼 행동주의 펀드·외부 주주 등으로부터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권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SG 평가 점수가 낮은 기업 역시 비슷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지분율이 높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오너 지분율이 높아도 집중투표제 등 제도적 변화로 외부 영향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2023년 집중투표제로 인해 소액주주가 추천한 감사가 선임되며 최대주주였던 홍원식 전 회장의 보수 한도와 퇴직금 지급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홍 전 회장의 지분은 50%가 넘었다. 이처럼 대주주 지분율이 높더라도 내부 지배구조가 허술하면 외부 제도 변화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율촌 기업지배구조센터(CGC) 센터장 오용석 고문·부센터장 문성 변호사. 사진 출처=법무법인 율촌.
문 부센터장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은 오히려 내부적으로 지배구조에 대한 대비를 해놓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은 내부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사례가 많다”며 ”이런 경우 집중투표제로 외부 감사위원이 선임될 경우 취약한 내부 지배구조를 그대로 드러내며 외부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권 분쟁의 또 다른 변수는 외부 이해관계자다. 오용석 센터장은 한진칼 사례를 언급하며 “복잡한 주주구도 속에서 국민연금 등 외부 기관의 판단이 경영권 향방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 당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오 센터장은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경영권 방어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상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유지하고 시장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외부 공격을 최소화하는 핵심”이라며 “방환미연(防患未然, 화를 당하기 전에 미리 막는다)의 자세로 대응해야 비용 절감 효과뿐 아니라 시장 신뢰 제고라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 지배구조 전담센터 출범, '국민연금 출신' 주축

기업들의 경영권 분쟁 위험이 커지자 율촌은 ‘기업지배구조센터’를 최근 신설했다. 상장사의 지배구조 취약점을 미리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센터는 오용석 센터장과 문성, 위춘재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이끌고 있다. 특히 오 센터장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 문 부센터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책임운용역 등을 역임하며 지배구조에 관한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플레이어다.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소극적인 활동 이외에도 기업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을 때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을 2016년부터 비공개 대화 대상기업, 2017년 비공개 중점관리기업, 2018년에는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해 관리했다. 이익 대부분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며 배당성향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2019년에는 배당정책 수립과 관련해 주주제안에 나서기도 했으며 이후 일부 개선이 되면서 2020년 공개 중점관리기업에서 해제했다.

문 부센터장은 “국민연금은 경영 안정성을 위해 기본적으로는 이사회 및 경영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는 건설적이고 협력적인 대화를 통해서 점진적으로 개선시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좋은 건 선제적인 지배구조 정비를 통해 국민연금의 관리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센터장은 “경영 실적이 우수하고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은 국민연금 등 외부 주주로부터 오히려 경영권 방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최대주주의 지분율 고하를 막론하고 평소 지배구조를 진단하고 외부 기준에 부합하는 정비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센터는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확립·확산하고, 사외이사·감사·준법감시인 네트워크를 지원해 한국 기업지배구조 선진화를 이끄는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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