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삼일제약]지배력 희석 대가 시설자금·재무개선 '일석이조'[소수지분 거버넌스]⑧오너가 지분 37.4%→25.6%, 베트남 사업과 맞바꾼 자사주
원충희 기자공개 2025-05-08 08:17:04
[편집자주]
국내 재계에서 창업자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오너 대다수가 창업자 가문의 사람들이다. 다만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전 의장, 아미코젠의 신용철 전 회장 등 지분율이 낮은 오너는 경영진과 주주들의 지지를 잃을 경우 밀려날 수 있다. 기업 성장과 상속 등의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된 오너들은 어떻게 지배력을 보강하고 있을까. theBoard가 기업 총수의 오너십 유지 비결을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2일 14시15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루펜시럽'으로 유명한 삼일제약은 2023년만 해도 37.46%였던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자 지분이 1년 만에 25.65%로 낮아졌다. 베트남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 건립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 등 메자닌이 주식으로 바뀌면서 지분이 희석된 탓이다.오너 가의 지배력을 보강하던 자사주 역시 EB의 교환권 행사로 대폭 줄었다. 희석된 지배력을 보강하기 위해 허승범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장내 매수에 나섰다. 다만 오너 및 특관인 지분이 줄었어도 주주구성 측면에서 허 회장 일가 외에 5% 이상 대주주가 없을 만큼 지분이 분산돼 있는 터라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낮다.
◇메자닌 대거 전환·교환, 주식 수 증가로 오너 측 지분 희석
삼일제약의 오너 허승범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 9인(서송재단 포함)의 지분은 작년 말 기준 25.65%다. 2023년 말(37.46%) 대비 11.81%포인트 하락했다. 일부 주주가 장내매도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562만3319주 가운데 5만9107주를 팔았을 뿐이다. 1년 만에 오너 및 특관인 지분이 이 정도로 낮아지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과거 발행한 메자닌들이 주식으로 바뀌면서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난 탓이다. 2023년 말 기준 164억원이던 CB 잔액이 작년 말 37억원으로 감소했으며 152억원이던 EB 잔액도 모두 사라졌다. 덕분에 2023년 말 1522만6786주였던 발행주식 총수는 지난해 말 2122만9653주로 늘었다.

사실상 유상증자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메자닌을 통해 자금을 끌어 모은 것은 베트남 공장 설립 때문이다. 삼일제약은 글로벌 점안제 CDMO 공장을 베트남 호치민시에 건립했다. 공장부지 2만5000㎡, 연면적 2만1000㎡에 생산동 3층, 사무동 4층 규모로 연간 약 1억3000만관(dose)을 생산할 수 있는 독일 롬멜락 (Rommelag)의 BFS 충전기 2기와 연간 약 4000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독일 그로닝거 (Groninger)의 멀티 충전기 1기가 설치됐다.
연간 약 3억개의 점안제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위해 삼일제약의 연간 자본적지출(CAPEX)도 매년 증가했다. 2020년 172억원에서 2021년 331억원, 2022년 486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작년에는 244억원이 소요됐다. 삼일제약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많아 봐야 6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시설투자 자금은 대부분 차입으로 조달했다.
안 그래도 부채비율이 높아 일반적인 차입으로는 부담이 컸다. 2021년 부채비율이 244.4%까지 뛰었다. 다만 2022년 183.5%로 하락세를 탔으며 메자닌 상당액이 주식으로 바뀐 작년 말에는 124.3%로 상당한 개선을 이뤄냈다. 메자닌의 주식교환 및 전환으로 차입금 부분이 자본으로 변경된 덕이다.
◇자사주도 대거 소진, 오너 일가 주식 장내매입 나서
삼일제약 오너가는 지배력을 일부 희생한 대가로 베트남 공장 등 CAPEX 재원과 재무구조 개선을 동시에 이뤄냈다. 다만 약해진 지배력을 보강한 수단이 필요했다. 통상 오너 일가 지분이 낮으면 자사주를 보완재로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삼일제약이 쓰기 어려운 수단이다. 이미 보유한 자사주도 EB 교환권 청구로 인해 상당히 소진된 탓이다.
2023년 말 삼일제약이 보유한 자기주식은 76만3908주, 전체 주식 대비 5%다. 그러나 작년 말에는 46만2158주(2.1%)로 줄었다. 5년 전인 2020년만 해도 자사주 비중이 6%를 넘었으나 지속된 메자닌의 주식 전환으로 발행주식 총수가 늘어난데다 EB 교환권으로 인해 자기주식 자체도 계속 감소했다.
삼일제약 오너 가는 희석된 지배력을 장내 주식매입을 통해 보강하는 중이다. 허승범 회장, 허준범 사장 등이 연이어 주식 매입에 나섰다. 허 회장은 지난달 10일 회사 주식 1만8089주를 장내 매수하며 지분을 8.2%(176만8801주)로 끌어올렸다. 앞서 2월과 3월에도 각각 4만184주, 1만2212주를 장내 매입했다. 허 회장이 올해 지분 매입에 쓴 돈은 약 8억2300만원이다.
허 회장은 2023년과 2024년에도 잇따라 회사 주식을 샀다. 2024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1만8054주를, 2023년에는 3085주를 장내 매수했다. 허 회장과 함께 동생인 허준범 사장도 매수 행렬에 동참하며 지분을 늘리고 있다.
다행인 점은 주주구성이 오너 가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단 허 회장 일가를 제외하고 5% 이상 주주가 없다. 발행주식 총수의 65.27%가 지분 1% 미만 소액주주들이다. 경영권을 위협할 잠재적 변수가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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