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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와 파이낸스는 대척점에 있을까 [thebell desk]

서은내 차장공개 2025-05-21 08:19:23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9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트와 파이낸스는 정말 대척점에 있을까. 아트를 비즈니스화하려는 시도들은 대부분 미술의 영역을 수치화하려는 속성을 띠고 있다. 미술품 거래 플랫폼 사업들이나 미술품을 유동화하고 자금을 융통하는 담보대출이 그렇다. 한때 국내에서도 움직임을 보였던 아트펀드도 마찬가지다.

한국 미술시장이 글로벌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할만큼 좁다는 점은 모두 인정하는 바다. 시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과제는 다양하겠으나 많은 전문가들이 시장을 키우는데에 파이낸스와의 결합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아트와 파이낸스가 너무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아트는 여러모로 수치화 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는다. 미술품 가격이 대표적이다. 명확한 근거로 해석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예술적 가치를 값으로 매기기 힘들다. 작품 수요자의 지불 의사가 가격이 되는 독특한 매커니즘도 작동한다.

반면 파이낸스는 수치 근거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 영역이다. 자산의 기본 가치를 근거로 투자가 이뤄지고 미래 가치의 변화를 예측한다. 리스크를 평가하고 안전한 거래를 통해 관리하려는 기본적인 파이낸스의 속성들은 아트라는 이름 앞에서 무색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지금 미술진흥법의 구체적인 시행을 놓고 토론회를 열며 업권과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법의 궁극적인 취지는 시장을 보다 투명화함으로써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데에 있다.

'진흥'을 위한 법이긴 하나 규제와 비슷한 장치도 고안된다. 시장을 보다 수치화 함으로써 관리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올해 시행된 감정서 보증서 제도가 그렇다. 순차 시행 예정인 신고제나 추급권도 미술품 자산에 대한 정보가 중앙에서 통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본다면 미술진흥법 역시 시장 확대를 위해 수치화하려는 파이낸스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미술진흥법과 관련해 최근 열린 한 토론회에서도 파이낸스와 아트가 서로 충돌했던 모양이다.

그날 미술계의 인사들과 경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고 한다. 참석한 미술시장 관계자는 "미술 전문가와 파이낸스 전문가가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더라"는 얘기를 전했다. 아트의 용어와 파이낸스의 용어가 그만큼 다름을 드러낸 에피소드다.

혹자들은 시장이 좀더 성숙해지면 그때 아트와 파이낸스의 결합이 가능하리란 예상도 한다. 시장의 파이가 좀더 커지고 시장 인프라라 할 수 있는 감정 서비스 등의 품질이 개선되는 시점을 뜻한다.

하지만 시간만 흐른다고 될 일은 아닌 듯 하다. 아트와 파이낸스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각각의 성격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다.

미술계가 재무적 투자와 지원을 바란다면 소유 작품에 대한 어느정도의 정보 공개는 필요할 수 있다. 반대 영역에서는 미술시장의 특성을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해되지 않는 예술적 가치에 대한 탐구 역시 계속돼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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