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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컬리 10주년 줌인]김종훈 CFO "외형 확장에 방점, 수익성은 장기 전략"③현금 유출 없는 선에서 투자 통한 공헌이익 확대, IPO보다 성과 쌓기 주력

정유현 기자공개 2025-05-21 14:57:20

[편집자주]

브랜드는 색을 입는다. 컬리가 선택한 '퍼플' 컬러는 브랜드의 상징이자 정체성이 됐다.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을 담아 샛별배송을 의미하는 동시에,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경험을 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품질'과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치며 성장해온 컬리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더벨은 컬리의 성장 발자취를 돌아보고 다음 10년을 향한 전략과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9일 07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성장 곡선은 언제나 선택의 결과로 그려진다. 경영은 결단의 연속이며, 방향을 정하는 순간 성과의 궤적도 달라진다. 특히 '선(先) 외형·후(後) 수익' 구조의 네트워크 기반 플랫폼 기업은 투자 시점과 속도,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배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소비자 경험을 바꿔온 컬리의 지난 10년 역시 수많은 선택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시장 개척과 급성장기를 지나 한동안은 내실을 다지며 최근 3년간은 미래의 전략을 시뮬레이션하는 시간을 가졌다.

4조원대로 거론되던 기업가치가 낮아지고 외형 성장세가 정체된 것으로 보이며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차가웠다. 컬리는 오히려 다음 도약을 위한 내실 강화의 기회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유의미한 성적표를 받은 컬리는 올해 또 한 번 '선택'을 통해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전략적 우선순위를 수익성보다 외형 확장에 두고 장기적인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BEP 달성 위한 거래액과 매출액 규모 확인, 고객 투자 드라이브

16일 더벨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난 김종훈 컬리 부사장(CFO)<사진>은 "높은 영업이익률과 낮은 매출 성장률, 혹은 낮은 영업이익률과 높은 매출 성장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에 무게를 두는 선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영업이익률이 -1%에서 -1.5% 수준이라 해도 현금 유출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현금을 지키는 선에서 비용 투자를 단행해 더 많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고객을 활성화하는 장치를 만들어 놓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준비가 내년, 혹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수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컬리는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를 실현했다. 오랜 기간 서비스를 혁신하며 이커머스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해왔지만, 지속된 적자는 기업가치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컬리를 둘러싼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김 부사장은 "1분기 실적 발표 후 축하 연락과 함께 향후 실적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연간으로 영업이익 흑자에 대한 질문도 받지만 지금 현시점에서는 고객 투자를 통해 외형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컬리의 2024년 거래액은 3조1150억원이다. 지난해 매분기 거래액이 증가했고 2025년 1분기에도 8440억원을 기록했다. 5분기 연속 거래액이 증가한 것이다. 연결 매출은 5860억원으로 거래액의 약 69%가 매출로 전환됐다. 이 수준이 컬리의 분기 기준 손익분기점인 것이다. 이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거래액 약 3조3000억원 수준에서 수익성 전환이 가능하다는 구조가 확인된 셈이다.

그는 "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공헌이익에서 고정비를 제하고 나면 영업이익이 되는데 현재의 규모가 고정비를 상쇄할 만큼 충분히 커지지 않았다"며 "세 군데에서 운영하고 있는 물류센터의 캐파가 아직 남아있고 이를 채우면 트래픽이 따라오기 때문에 고객을 늘리는 선택을 하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이익을 위해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고객을 모으는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이다.

컬리는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올해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실현 가능한 전략적 목표로 제시했다. 김 부사장은 "업계 시장 성장률이 10% 중반 정도에서 움직이는데 시장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며 "업계가 과거보다 안정화됐고 컬리가 추구하는 원칙 안에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다. 한국에서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 '기업공개' 추진 시기 '미정', 사업과 실적 안정성 확보 '우선'

자본시장에서 컬리의 연관 검색어는 바로 '기업공개(IPO)'다.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한 만큼 컬리를 둘러싼 이해 관계자가 많고, 또 한차례 기업공개를 철회했기 때문에 다음 스텝이 관심거리다.

특히 최근 컬리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네이버를 전략적 투자자(SI)로 유치하면서 IPO 재추진 준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 부사장은 "기업공개라는 것은 밸류에이션이 핵심인데 구성요소는 멀티플과 실적이다"며 "멀티플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컬리가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은 실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네이버와의 제휴도 사실상 사업 확장의 연장선상이다. 컬리의 주요 고객층의 90% 가량이 여성 고객이다. 몸집을 더 키우기 위해 새로운 고객 층인 '남성'을 타깃으로 하는 전략의 일환 중 하나라는 것이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양사 협업의 결과물은 올해 하반기에 확인할 수 있다.

김 부사장은 "처음 IPO를 추진할 당시였던 2020년~2021년은 지난 30년간 버블닷컴 이후로 시장이 가장 좋았다면 최근 3년은 버블닷컴 이후 최악의 시기라고 평가받고 있다"며 "대내외적인 변수가 많은 상황이기에 IPO 시기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PO의 본질은 자금 조달의 창구인데, 돈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고 영업이익을 쌓을 수 있지만 재투자를 통해 더 큰 성장을 도모하는 단계"라며 "사업을 잘하고 결과를 잘 만들어서 시장이 잘 회복됐을 때 협의해서 최적의 방향을 찾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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