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을 움직이는 사람들]김광평 CFO, 구조조정·대미투자 '투트랙' 드라이브⑤실무형 리더, 현장 경험 자부심…루이지애나 투자 앞두고 재무 셈법 시험대 올라
이호준 기자공개 2025-05-21 07:04:10
[편집자주]
요즘 철강업계에서 이렇게 중심을 꿰찬 회사가 또 있을까. 현대제철 얘기다. 저가 철강재 공세에 맞서 후판과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고 노조와의 강대강 대립도 정면 돌파했다. 이제는 미국 루이지애나에 전기로 제철소까지 짓는다. 화제성만 따져도 업계를 넘어 재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이 거센 흐름을 이끄는 인물들은 누구일까. 더벨은 서강현 사장을 비롯한 현대제철의 핵심 경영진을 중심으로 그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9일 14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 CFO의 역할은 2020년을 기점으로 분기점을 맞았다. 그전까진 외형 확대에 집중하며 한보특수강, 동부특수강, SPP율촌에너지, 현대하이스코 등을 인수했고 고로도 3기까지 늘렸다. 이 확장 국면은 리스크를 감수하며 자본을 운용한 재무라인의 판단에서 비롯됐다.그러나 이후 흐름은 달라졌다. 내수 부진, 중국산 저가 공세, 미국 보호무역 강화 등 대외 악재가 겹쳤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절실해지면서 김광평 CFO는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고 글로벌 투자 시점을 조율하며 CFO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현대건설 거쳐 현대제철로…회계부터 구조조정까지 능력 입증
현대제철 CFO는 2020년을 전후로 외형 성장과 M&A에 집중한 강학서·송충식 체제에서 손익 개선 중심의 서강현·김원진 체제로 전환됐다. 장기 침체에 대응한 전략 변화였고 현재 바통을 이은 김광평 전무가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969년생인 그는 인헌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차에 입사했다. 재경사업부 등에서 실무를 익힌 뒤 2011년 현대건설이 그룹에 편입될 무렵 회사를 옮겼다. 워크아웃을 막 마치고 재무 안정화에 나선 시기였다. 핵심 실무를 맡아 입지를 다졌고 이후 빠르게 올라섰다.
2015년 경영관리실장으로 임원에 오른 그는 이후에도 재무 리스크 축소에 집중했다. 미청구공사 정리로 현금흐름을 개선했고 부산정관에너지 매각 등 구조조정도 주도했다. 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았던 당시에도 현대건설은 재무 안정성을 유지했다.
성과를 발판 삼아 2015년 상무보B, 2017년 상무보A, 2019년 상무를 거쳐 2021년 전무(CFO)에 올랐다. 2년마다 빠짐없이 승진한 셈이다.

현대건설 CFO로 3년간 재직하는 동안에도 그는 재무 안정 기조를 유지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외 프로젝트가 지연된 상황에서도 주택사업 수주 확대를 통해 수익 공백을 메웠고 사내이사로서도 중심에 섰다.
2021년의 유상증자 결정은 상징적이다. 한국거래소의 우선주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대응해 20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우’의 유통 물량을 늘리며 상장폐지 우려를 잠재웠다.
2023년 말 그는 현대제철 CFO로 자리를 옮겼다. 같은 시기 서강현 사장이 CEO로 선임되며 두 사람의 투톱 체제는 탄소중립과 저수익 사업 정리에 나설 전략 조합으로 주목받았다. 업계는 김 전무의 선임을 이를 겨냥한 정밀 인사로 본다.
이듬해 현대제철 이사회는 그를 사내이사로 추천하며 “현대건설에서의 리스크 관리 경험과 자금 운용 능력은 현대제철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재무 의사결정 전문성을 높일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현장 경험 자부심…루이지애나 투자 앞두고 재무 감각 시험대 올라
김 전무는 현대건설 시절 해외 현장을 오가며 산업 역군으로 뛰었던 경험을 자부심으로 여긴다. 자녀에게 다정한 '딸바보'로도 통하고 한자와 스페인어 등 언어 공부에도 관심이 많은 학구열 강한 인물이다.
현대제철 CFO로서 2년차에 접어든 올해는 그의 판단력이 시험대에 오른 시점이다. 현대제철은 현대스틸파이프와 현대IFC 등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포항공장 중심으로 인력 재배치를 통해 수익 구조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대미 투자다.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주에 자동차용 강판 제철소를 짓겠다고 공식화했다. 총 투자액은 58억달러(8조5000억원) 규모다. 자본과 부채를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로 리스크는 나눴지만 1분기 적자와 차입금 10조원 초과 상황에서 재무 리스크 관리가 그의 핵심 역할로 떠오른다.

앞서 김 전무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재원 조달은 예측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3~4년간 분산될 예정이며 감가상각비와 에비타 기준으로도 부담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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