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CJ프레시웨이 영구CB, 투자 매력은 비싼 가격 불구 크레딧+금리스텝업+주가 업사이드 등 어필

한형주 기자공개 2013-05-13 16:20:15

이 기사는 2013년 05월 13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프레시웨이는 700억 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투자자에게 비싸게 팔았다. CJ와 같은 우량 기업의 일반 회사채(SB)에 적용되는 금리는 4% 수준. CJ프레시웨이는 표면·만기 이자율 2.9%에 CB를 찍었다. CB가 일반 회사채에 비해 금리가 낮지만 CJ프레시웨이의 재무상황을 감안할 때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란게 관계자들의 평이다.

1년 뒤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의 가격도 높게 책정됐다. 전환가액은 4만3757원으로 CJ프레시웨이의 △1개월·일주일·최근일 가중산술평균 주가를 산술평균한 가액 △최근일 가중산술평균 주가 △납입일(9일) 전 3거래일 가중산술평균 주가 중 높은 가격에 10%를 할증한 금액이다. 현 주가(3만8300원·13일 종가 기준)보다도 14%가량 높다. 다시 말해 CJ프레시웨이 영구 CB에 투자한 기관은 채권은 물론 주식도 비싸게 샀다. 뭘 노리고 뛰어든 걸까.

13일 IB업계에 따르면 CJ프레시웨이와 주관사 신한금융투자는 마이애셋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와 CB 인수계약을 맺으면서 '가격조정(Refixing·리픽싱)' 조항을 거의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CJ프레시웨이처럼 CB를 할증 발행할 땐 리픽싱을 잘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 CB 발행시엔 리픽싱일 이전 5일 간 주가 평균이 전환가액보다 낮으면 그 평균치를 새로운 전환 가격으로 산정하지만, 할증 발행의 경우 리픽싱을 많이 넣지 않는다"며 "적용한다 해도 한 3년 뒤부터 완만하게 시행토록 인수계약서상에만 기재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가 CJ프레시웨이 영구 CB에 기대하는 투자 매력으로는 △신용도(크레딧) △금리 스텝업 △주가 업사이드 등이 꼽힌다.

CJ프레시웨이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지난 2010년부터 줄곧 A(안정적)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발행한 500억 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4.22%로, 당시 신용등급과 만기가 같은 다른 회사채 민평금리(4.4%)보다 낮았다. 저조한 수익 구조와 투자 부담에 따른 재무 안정성 저하 가능성에도 불구,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 내 1위 입지에 기반한 사업 안정성, CJ그룹 후광에 힘입은 우수한 재무 융통성 등이 긍정적인 평정 요인으로 제시됐다.

이정훈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매출 원가율이 높은 식자재 유통업의 특성상 영업수익성이 저조하고, 연 200억 원 규모의 경상적 투자와 향후 추가 투자 계획을 감안할 때 차입 부담 증가가 전망된다"면서도 "시장 점유율 40% 이상의 지위, CJ 계열의 대외 신인도에 기인한 대체자금 조성력 등을 양호하게 반영했다"고 밝혔다.

CJ프레시웨이가 영구 CB 발행 거래에서 기관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도 이자 지급 내지 원금 상환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의 방증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투자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은 이자율이다. 이번 영구 CB 발행 금리(2.9%)는 일반 CB(1~2%)보다 높지만 회사채(약 4%)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만약 2.9% 금리로 SB를 찍었다면 투자자 모집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이 때문에 CJ프레시웨이는 CB 발행일 이후 만 5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연 3.2% 이자를 가산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표면 이자율과 합치면 연 6.1% 금리다.

CJ프레시웨이가 5년 뒤 금리 인상폭을 화끈하게 올리기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금리 스텝업 조건은 투자자들이 볼 때 애매한 게 정상이다. 가산 금리가 지나치게 높으면 투자자는 발행사가 무조건 사채를 상환할 것으로 여기게 된다. 사실상 채권으로 인식돼 자본 인정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따라서 이것만으로는 사채 만기 도래까지 30년, 가산 금리 적용까지 5년을 기다려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선뜻 거래에 나서기 곤란할 수 있다. 그래서 집어 넣은 게 중도상환(콜옵션) 조항이다. 투자자에게 조기상환 청구권(풋옵션)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발행사가 직접 콜 행사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밑밥을 던지는 것이다. 만약 콜을 안하면 이자를 더 얹는다. 이른 바 금리 스텝업(Step-Up) 조항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긴 하이브리드 상품을 투자자가 감내하려면 기본적으로 발행사가 크레딧을 인정받는 회사여야 하고 이자율(가산 금리 포함)도 만족스러워야 한다"며 "여기에 콜 조항까지 넣으면 투자자는 '발행사가 금리 스텝업을 의식해 콜을 외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CJ프레시웨이가 이자 지급까지 정지할 경우에 대비해 향후 본드 발행을 못하게 하는 등 재무 활동에 제약을 거는 '디펜스(Diffence)' 조항이 인수계약서상에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금투가 CJ 측에 제안한 영구 CB는 하이브리드채권(영구채)에 메자닌의 성격을 더해 상품성을 높인 하이브리드 주식연계증권(ELB)이다. 이 프로덕트가 발행사와 투자자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사채 이자 외에 주가 상승시 추가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발행사가 생각하기에 현 주가 흐름이 나쁘지 않다면 프리미엄을 붙여 전환가액을 매길 수 있다. 주식 전환 가격이 비싸더라도 장기적인 주가 업사이드 모멘텀이 충분하다면 투자자들은 전환청구기간(내년 5월9일~2043년 4월9일) 내에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clip20130513160749

수익성지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CB 할증 발행의 경우 유상증자와 달리 주가 희석 부담이 작을 것으로 보이고, 700억 원 자금 확보로 350%에 달하는 부채비율(개별)도 226%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비록 1분기 실적은 기대를 밑돌았지만 2분기 이후 성수기 진입, 외식·급식경기 기저효과 등으로 이익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매출액은 1조8975억 원으로 전년보다 8%가량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약 38% 늘어난 314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