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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 인수금융 '제 발등 찍은' 은행들

한형주 기자공개 2015-04-07 08:34:32

이 기사는 2015년 04월 01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자금을 대출하려고 은행권으로부터 투자확약을 받은 게 벌써 한 달 전이다. 당시 LOC(투자확약서) 접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림은 4400억 원만 빌리면 되는데 빌려주겠다는 액수는 7000억 원이 넘었다.

이렇다 보니 대출금 배분이 늦어지는 것도 이해는 갔다. 은행들이 서로 '내 돈은 한 푼도 못 줄인다'고 버틸 게 뻔한 상황.

뚜껑을 열어 보니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하림그룹이 그새 팬오션 인수구조를 변경한 것이다. 전체 인수자금 6800억 원에서 에퀴티 투자를 2400억 원→2900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실제로 팬오션 인수주체인 제일홀딩스는 최근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연히 차입액은 3900억 원으로 줄게 됐다. 가만히 있어도 모자랄 판에 론(loan) 비중마저 줄여놨으니 은행들로서도 열 받을 만하다.

하림의 변덕을 탓해야 할까. 여기에도 사정은 있다. 하림그룹은 인수대상인 팬오션과 계열사 NS쇼핑 주식을 담보로 대출할 예정인데, 심사 과정에서 은행들이 "LTV(담보가치 대비 대출비율)가 높다"고 스트레스를 많이 준 모양이다. 막상 하림이 LOC를 받기 시작하자 너 나 할 것 없이 자기 돈 갖다 쓰라고 달려드는 표리부동을 보였다. 새 주인을 찾았다는 소식에 팬오션 주가는 급등했고, NS쇼핑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하지만 하림그룹은 은행권 지적을 내내 마음에 담아 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수자금 일부를 증자로 충당하기에 이른다. '인수금융 줄이면 LTV도 떨어지고 좋은 것 아니냐'는 논리를 앞세웠다. 하림이 대출금리를 낮춰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담보를 빼달라는 것도 아닌 마당에 은행들 입장에서야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싶어도 할 말이 없다. LTV 운운하던 것도 주워 담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최근 시중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 이만한 대출도 흔치 않은데, 괜히 재다가 입맛만 다시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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