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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日 파나소닉式 '개혁' 추진할까 B2B 중심 주력사업 전환 가능성 대두… VC사업 강화 '주목'

이경주 기자공개 2015-08-05 09:46:17

이 기사는 2015년 08월 04일 09: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적 부진과 주가하락에 고전하고 있는 LG전자가 위기 탈출을 위해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이 추진했던 개혁 모델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와 관심이다.

주력 사업을 과감히 축소·정리하고 전장부품(VC) 사업 등 B2B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실적 반등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일부 애널리스트들을 중심으로 LG전자의 '파나소닉식 개혁 추진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부터 최고경영진을 중심으로 신수종사업인 VC사업부에 힘을 싣고 있는 행보가 파나소닉이 지난 2012년 대규모 손실을 입은 후 회사 역량을 자동차와 에너지 사업 등에 집중해 위기를 돌파했던 모습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 부장은 "LG전자가 지난해부터 추구하고 있는 전략 방향이 과거 파나소닉이 추구했던 비즈니스모델 변화와 매우 비슷하다"며 "파나소닉은 한 때 일본 최고의 TV·스마트폰 제조업체였지만 PDP TV와 스마트폰 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한 뒤 자동차용 전장사업과 에너지 사업 등 B2B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LG전자 역시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협력을 맺을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에 파나소닉과 유사한 방향으로 사업 개편을 추진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6월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부활하는 파나소닉, 성역 허물고 본업 바꿨다'는 보고서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지난 2008년 약 3800억 엔(한화 약 3조 5724억 원)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이어 2011년과 2012년에는 손실 규모가 7000억 엔(한화 약 7조 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위기에 직면한 파나소닉은 구원투수로 쯔가 카즈히로 사장을 영입해 대대적인 개혁 작업에 돌입했다. 쯔가 사장은 본업인 B2C사업을 후순위로 밀어버리고 B2B사업을 주력으로 삼는 혁신을 단행했다. B2C사업은 저원가로 무장한 후발기업들에 밀릴 가능성이 높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B2B사업은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파나소닉은 간판사업이던 TV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던 PDP패널사업을 감손처리하고 중국 TV공장 생산중단, 멕시코 TV공장 처분, 북미 TV사업 매각 등을 진행했다. 스마트폰, 블루레이, 반도체, PCB, 디지털 카메라, B2C 2차 전지사업 등에도 구조조정 메스를 댔다. 대신 △자동차 및 산업용 솔루션 △에너지 솔루션 △기업용 오디오·비디오 사업 등 B2B부문을 주력으로 삼아 50% 수준이던 사업 비중을 2018년까지 80%까지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LG전자 연결기준 실적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파나소닉은 2013년 순이익 1204억 엔(1조 1321억 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795억 엔(1조 6878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증권업계에서는 LG전자가 지난해부터 B2B 중심의 VC사업부 강화에 나선 것을 개혁 추진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특히 LG그룹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VC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인도 2위 완성차 업체인 타타그룹의 사이러스 미스트리 회장과 만나 3000만 달러(한화 약 324억 원) 규모의 차체 금형 설계·제작 및 공급 계약을 이끌어 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도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쇼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과 회동하며 VC사업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구 부회장은 CES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디터 제체 회장과 단독으로 만나 스마트카 부품 수주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LG전자 최고경영진이 VC사업을 기존 가전사업의 '보조' 역할이 아닌 '대안' 차원에서 육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LG전자는 현재 TV, 휴대폰, 백색가전 등 전 사업부가 성장동력을 상실한 상태"라며 "주력사업부를 축소시키고 VC사업을 키우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LG전자가 최근 주력 사업부 중 하나인 무선(MC)사업부 혁신에 나선 것도 '파나소닉식 개혁 추진설'의 한 배경이 되고 있다. LG전자 MC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조준호 사장은 최근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직후 사내에 인력 재배치를 통한 조직개편을 추진할 방침임을 천명했다. 2분기에 단 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친 MC사업부 인력구조에 메스를 대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VC사업부에 고급 인력을 배치하며 역량을 집중하면서 MC사업부 개편에 나선 모습이 과거 파나소닉의 변화를 연상시킨다"며 "점진적으로 파나소닉식 개혁을 추진해 나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에 대해 반론도 만만찮다. LG전자가 주력 사업 전환에 나서긴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주력 사업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긴 했지만 LG전자가 여전히 글로벌 상위권에 속한 종합가전업체로서 높은 인지도와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가능성이 아직 높은 편이기에 주력 사업의 전면 개편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국내 전자업계 선구자로서 LG전자가 갖고 있는 업계 위상과 역사성, LG그룹의 보수적 성향 등도 주력 사업의 전면 개편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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