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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캐피탈 매각 과정에서 드러난 징후들 [thebell desk]

문병선 기자공개 2015-12-10 10:15:29

이 기사는 2015년 12월 09일 10: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시설대여(리스)·할부금융·일반가계대출' 사업을 하는 한국씨티그룹캐피탈(씨티캐피탈)의 매각 작업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난항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씨티캐피탈의 대주주인 한국씨티은행이 조급하게 매각 작업을 해 오며 구설수에 오르고 있고 그 근저에 씨티은행의 '한국 철수'와 연관지어 볼 만한 사안이 여럿 발견된다는 점이다.

씨티캐피탈 보유 채권의 성급한 매각과 이에 따른 헐값 매각 논란이 대표적이다. 씨티캐피탈은 지난 2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보유 중인 무담보개인신용대출채권(미상환채권잔액 2130억원) 2130억원 어치를 아프로서비스그룹의 계열사인 오케이저축은행에 2252억원을 받고 매각키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충분히 더 받을 수 있음에도 뭔가에 쫓기듯 싼값에 팔았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캐피탈 회사 보유 신용대출 채권은 그 채권이 우량채권 대우를 받을 경우 기준가격이 100이라면 120 가량에 매각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채권 종류에 따라 거래 관행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우량 채권일 경우 채권 잔액이 2130억원이라면 2556억원에 팔 수 있다는 뜻이다. 대출 실행을 위해 중개사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도 없고 광고를 할 필요도 없이 매입 후 보유만 하고 있으면 차주로부터 이자가 들어오는 채권이기 때문이다. 이자 회수에 차질을 빚는 등 손실률을 감안하면 일률적으로 정해진 거래 관행은 없으나 씨티그룹 내부 관계자들은 "서둘러 매각을 해야 하는 일정에 쫒겨 더 받을 수 있음에도 덜 받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자회사의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했다는 사실도 한국씨티은행의 조급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윤영철 전 씨티캐피탈 대표는 지난달 18일 건강상의 이유와 매각 무산의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에서 사퇴했다. 그리고 패트릭 플릭 신임 대표가 씨티캐피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플릭 대표는 대표이사로 부임을 하자마자 "(씨티캐피탈을) 청산하겠다"고 밝히더니 수일 뒤 전격적으로 오케이저축은행과 신용대출채권 매각 계약을 체결해 의아함을 주기도 했다.

미국 씨티그룹의 글로벌 사업 관련 보고서를 보면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는 표현은 '엑스 코리아(ex KOREA)'다. "한국을 제외(ex KOREA)하고 다른 아시아 국가의 소비자금융 부문 성장이 견고하다"라거나 "한국을 제외하고 실적이 좋다"는 식이다. 암시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씨티은행 경영진은 구조조정 작업이 더 이상 없다고 호언해 왔다. 하지만 씨티그룹의 글로벌 사업 전략에서 한국 소비자금융 부문의 전략적 중요성은 갈수록 떨어진다. '엑스 코리아'라는 표현은 그 판단의 산물이다.

씨티캐피탈 매각 작업도 씨티그룹의 한국 소비자금융 부문 구조조정 일환으로 봐야 하고 이 작업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씨티캐피탈 매각이 끝나면 또 다른 구조조정 일정을 내부적으로 시작할 것이라는 게 한국씨티은행을 바라보는 우려섞인 시선이다.

한 관계자는 "올해까지 씨티캐피탈 매각을 완료해야 내년부터 내부적으로 정해진 구조조정 일정을 추진할 수 있다"며 "내년 3월경 임기가 만료되는 부행장급 임원 구조조정이 다음 단계로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단계는 베일에 가려져 있으나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또 다시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부문에 칼을 들이댈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캐피탈 회사 한 곳의 매각이 아닌, 글로벌 은행의 한국 철수 여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면 감독당국의 신중한 모니터링과 한국씨티은행 일반 직원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년 희망퇴직을 하면서 향후 3년간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노사간 합의하고 이를 이사회 의사록에 명시했다"며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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